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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이사이 Nov 08. 2019

나 다운 것, 평범하지 않다해도.

#노필터 챌린지를 보면서.

갤럭시와 유라이크가 함께하는 #노필터 챌린지가 11월 10일로 마무리된다.

노필터 챌린지는 내가 좋아하는 솔직한 나의 모습 그대로 살아가는 문화를 만들기 위해 시작된 캠페인인데, 인스타그램에 #노필터챌린지를 검색하면 정말 많은 사람들이 챌린지에 참여한 것을 볼 수 있다. 자신의 얼굴을 찍은 사람들도 있고, 춤이나 노래, 악기, 공책 사진을 게시하고 자신의 꿈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도 있다. 또 덕질하는 무언가의 사진을 게시하거나 음식 혹은 여행 사진을 게시하며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대해 노필터처럼 솔직하게 드러내는 많은 사람들을 볼 수 있다.


나는 자신의 모습을 솔직하게 드러내고 또 인정하는 일은 쉽지 않다고 생각했다. 단순히 부끄러움 때문은 아니다. 오히려 두려움에 가깝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내 모습을 누군가가 싫어하면 어떡하지?' 혹은 '나만 이런거면 어떡하지?' 등 다른 사람과 다른 자신의 모습에 대해 걱정하고, 그런 시선이 두렵기도 하다.


생각해보면 항상 으레 들었던 말들이 그렇게 만들었던 것 같기도 하다.

자라는 내내 다른 사람과 다른 나의 개성이나 특징이 나를 돋보이게 만들기보다 나를 모난 돌이 되게 만드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나 역시 평범의 기준에 대해 많이 고민했었다.

공주느낌의 치마는 싫어했지만 망토를 좋아했던 는 점차 무난한 청바지와 면바지 그리고 티셔츠를 입어야 했다. 항상 긴 머리 길이를 유지했던 는 흘러내리는 머리를 뒤로 쓸어넘기는 일이 익숙했고 그 행동에 의미를 부여한 적이 없었지만 다른 누군가에게 예쁜 척, 공주님인 척 한다는 소리를 듣고는 한동안 머리카락을 넘길 때 조차 누군가의 눈치를 봤었다. 특히 목소리가 여러 사람들 속에서도 묻히지 않고 튀었는데 이런 의 특징은 를 주눅들고, 목청껏 소리 치기 힘들도록 만들었었다.


어렸을 때는 내가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 나에게 어울리는 것을 찾는 일이 어렵지 않았는데, 어느 정도 자란 다음부터는 내가 의도하지 않아도 무난하고 깔끔한 것을 고르게 되었다. 원래 나의 취향이었는지 알 수 없는 그런 디자인을. 물론 취향은 언제든 바뀔 수 있지만 내가 그것을 싫어하게 된 것이 아니라 다른 누군가가 "너무 튀어." 혹은 "너랑 안어울려"라고 말하는 것이 두려워 그냥 무난하고 깔끔한 것을 선택하는 내 모습을 볼 때면 가끔 슬프기도 했다.


이제는 다행히 나의 특징과 개성이 나를 나로 만들어 주는 것을 안다. 남에게 피해를 주는 일이 아닌 이상 나의 개성이 잘못된 일이 아닌 것 역시 알고, 남들의 시선보다 나의 좋고 싫음이 더 중요한 것도 안다. 그래도 여전히 조금 망설여지기는 하지만.


여전히 평범의 기준은 모르겠다. 정말 딱 느낌정도만 짐작 될 뿐. 그러나 이제는 더 이상 평범해지려고 노력하지도 않는다. 평범하지 않은 나라서, 그런 내 모습이 나답고, 충분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 누구든 평범하지 않다고 생각되는 그 모습 덕분에, 그 사람이 그 사람다운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튀어도, 나와 좀 안 어울려도 내가 좋으면 된 것이다. 망토도, 머리를 쓸어넘기는 내 모습도, 묻히지 않는 내 목소리도 모두 나이고, 그런 내가 좋으면 충분하다고 생각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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