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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이사이 Dec 20. 2019

인생에는 내비게이션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초등학교, 중학교를 졸업하는 나이가 정해진 것처럼 취업을 하는 나이, 결혼을 하는 나이, 아이를 낳고, 승진을 하는 등 인생의 어떤 순간순간들에 정해진 나이와 시기가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이 경로에서 이탈되면 주변 사람들의 불안한 시선이 적나라해진다.


그런 시선을 면서 나는 내비게이션의 경로이탈 알림이 떠올랐다. 내비게이션이 알려준 경로를 이탈했을 때처럼, 다른 사람들이 말하는 '당연한' 기준선에 도달하지 못하거나 벗어나면 어김없이 적나라한 시선을 받아야 했기 때문이다. "경로를 이탈하였습니다." 라고 말하는 친절한 내비게이션과는 달리 노력이 부족하다, 게으르다, 고생을 안 해봤네 등의 말들로 남들과 나를 비교하고 깎아내렸다.


그런 말들과 눈빛을 본 순간순간들에 나는 작아지고 초라해졌었다. 남들은 그저 내게 몇 번 하는 말이지만, 귀로 한 번 듣고 머리로 이해하고 그 이후로도 마음속에서 몇 번이고 다시 되새기면서 스스로에게 수십 번은 더 되뇌어졌다. 그래서 내가 하는 일에 행복을 느끼면서도 동시에 아무것도 안 하고 있는 순간이 오면 어김없이 잘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자책하고 때때로 우울감을 떨쳐내지 못하고 몇날 며칠을 고민하기도 했다.


그러다 문득 궁금해졌다. 사실 어느정도 반항심도 일었다. '내가 누구보다 고생을 안 했다는 거지?'

그럼 누구보다?애초에 노력이라는 것에 측정치가 있는 것도 아니고, 내가 남들과 다른 길을 선택을 했다고 해서 잘못되었다는 기준은 어디에도 없는데 말이다. 



얼마 전 2020 대학수학능력검정시험이 있던 날, 수능 직후 한 수험생이 투신자살을 했다. 인생에는 수없이 많은 선택과 길이 있지만 스무 살이 될 때까지 하나의 길만 파다 보니, 그 하나의 길이 막혔을 때 되돌아나오기보다 거기서 멈추고 포기해버리는 선택을 한 것이 아닐까. 당사자에게는 수능과 원하는 대학에 입학하는 일이 그의 세상이었을테니 그 사람을 탓 할 일은 아니지만, 그저 하나의 별이 진 것이 안타깝다고 말할 수 있을 뿐이다.


수능뿐만 아니다. 이미 설립된 직장에 취업하는 대신 자신의 꿈을 키워 프리랜서로 살거나 회사를 만들 수도 있고, 여러번 이직과 퇴사를 하며 자신의 가치관과 조금 더 부합하는 직장을 찾아볼 수도 있다. 일찍 결혼을 할 수도 있지만 결혼을 하지 않거나 마흔 살이나 그 이상의 나이에 결혼할 수도 있는 일이고, 결혼은 했지만 아이는 낳지 않을 수도 있다. 누군가와 비교하고 맞추어가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가치관, 하는 일 등에 따라 인생은 저마다 다른 길을 만들어 가는 것 아닐까.


인생에는 설치된 내비게이션이 없다. 해져있는 길 그리고 안내해 주는 존재가 없다는 것이 두려울 수 있지만, 대신 어떤 길이든 갈 수 있다. 러니 내비게이션을 설치하지말고 내가 가고 싶은 길을 향해 전대를 단단히 잡고 보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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