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아는 것을 그 때도 알았다면. <마이 매드 팻 다이어리>를 보고.
To. 2013년의 나에게
안녕, 7년 전의 나야. 지금 글을 쓰고 있는 나는 네가 쉽게 상상되지도 않을 7년 뒤의 미래에 살고 있어. 그 때 쯤의 너는 인간관계에서 문제가 생기고, 몸도 마음도 모두 위태로운 시기를 보내고 있을 거야. 특히 사람들과의 문제가 심했지. 그 때는 생각하지 못했는데, 시간이 지나며 생각해보니까 그 때의 나는 독이 묻은 화살을 쏘는 사람 앞에 과녁이 되어 서 있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 같은 공간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야 했다는 이유로, 또 그 사람들을 보지 않을 수가 없다는 이유로 그 사람이 독을 쏘든, 독을 뿌리든 다 맞고 있었다는 생각. 그 때의 나는 그 자리 자체를 피할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지 못했었어. 두 다리가 무서워서 덜덜 떨리고 있는데도 발이 묶인 것처럼 그 자리를 벗어나지 못했더라.
내가 하고 싶었던 말은, 그 자리를 피하라는 거야. 네 생각, 네 의견에는 관심도 없는 사람이 함부로 너에게 쏘는 독화살을 너 역시 맞고 있을 이유가 없잖아. 그 자리에서 피하는 일은 도망치는 것도 아니고 숨는 것도 아니야. 맞고 있을 이유도, 가치도 없기 때문에 네가 그 자리를 떠나는 거야.
다른 사람에게 사랑받지 못해도 괜찮아. 너를 사랑해줄 사람, 그리고 평생 너와 함께할 사람은 너뿐이야. 너는 사랑받아서 가치 있는 것이 아니라 그냥 이미 충분히 가치 있는 사람인거야. 아무 이유 없이. 그리고 입 밖으로 말하기 부끄럽더라도 매일, 스스로에게 사랑한다고 해줘. 부끄럽고 민망하고 내가 뭐하는 건지 이상해보일수도 있는데 그러면서도 웃음이 나더라. 그 때의 네가 끝까지 너를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에 7년 후의 내가 있는 거야. 정말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