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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이사이 Mar 03. 2020

"쟤 왜 저래"를 듣다보면 "나 왜 이래"가 됩니다.

타인의 기준, 평범의 기준에 맞추고싶어 발버둥쳤던 경험.

나는 목소리가 조금 튀는 편이다.

범상치 않은 것 까진 아니지만 성량도 크고, 웬만큼 시끄러운 곳에서도 목소리가 묻히지 않을 만큼은 튄다. 느정도냐면, 중학생 때 한 번은 수업 중 학기호를 낭송하다가 갑자기 선생님이 "방금 Cl(염소) 읽은 사람 누구야?"하고 물 적이 있을 정도로. 선생님께서는 목소리가 L발음도 좋고, 귀에 꽂히는 목소리였다고 말씀하셨는데 명히 칭찬이었지만 자랑스럽지 않았다.


왜냐 나는 이미 그 전부터 내 목소리 아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예쁜척 하려고 한다", "일부러 저렇게 목소리를 낸다" 등의 말은 예사였으며, 한동안은 정말 내 몸에 미운 털이 박혀 있어서 나는 그냥 밉게 보이는 줄 알았다.


특히 "쟤 왜 저래"라는 말 참 많이 들었는데 "쟤 왜 저래"를 계속 듣다보니 그 말을 한 사람에게 "자기는 왜 그렇데"라고 되돌려주기보다 그냥 "나는 왜 이렇지"가  당연해졌다. 남의 비난을 계속 내 속으로 끌고 들어왔고, 내 잘못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미운 털을 뽑기 위해 노력(까지)했다. 궂은 일을 도맡아 하거나, 매사 착하기 위해 애썼다. 목소리도 바꾸기 위해 일부러 목소리를 내리깔고 말했더니 목이 자꾸 상하는 바람에 그냥 목소리를 크게 내지 않기도 했다. 그정도로 나는 '평범'해지고 싶었다.


'너 이상해'라는 말을 들었을 때 '응 나 이상해. 그래도 이게 나야'라고, 최소한 스스로에게라도 말할 수 있는 용기가 그 때도 있었다면 참 좋았을텐데.


그저 나는, 평범이 무엇인지도 모르면서 평범에만 집착했다. 그리고 그러느라 더 중요한 것을 잊고 있었다. 이 모든 것이 나로부터 시작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내 스스로 내 목소리가 이상하다고 생각한 것이 아니라, 남들의 말을 내 속으로 끌어들여 자책했고 심지어 남때문에 나를 바꾸려했음을 잊고 있었다.


여전히 나는 목소리에 대한 여러가지 이야기를 종종 듣는다.

그러나 무슨 말을 들어도 평범해지고 싶다는 생각을 더 이상 하지 않는다. 평범하든, 평범하지 않든 그냥 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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