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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이사이 Apr 07. 2020

나의 호의에도 당신의 권리만 있다면,

나는 소심다.

애초에 나라는 사람이 가지고 있던 낯가림이나 성격의 영향도 있고, 생각이 많은 것도 나의 소심함에 한 몫 거들었을 것이다. 그리고 물론 누구나 그렇겠지만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좋지 않은 일들을 경험하다보니 유독 인간관계에서 소심해진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런 나의 소심함은 내가 조심스러운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단어 하나에도 무례함보다는 다정함을 담고, 내가 아무리 기분 좋지 않은 일이 있어도 다른 사람을 만나면 그런 기분이 티나지 않도록 애썼으며, 나의 생각과는 다른 선택을 한다해도 섣부르게 비판하지 않고 그 선택을 존중하려 노력하는 등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가능한 한 많이 다정한 태도로 대했다. 그런 나의 태도에 편안함을 느끼고, 고마워하는 사람도 많았다.


특히 나는 친구니까, 연인이니까, 소중하게 여기는 만큼 밉보이고 싶지 않다는 이유로 다정한 사람이 되기 위해 항상 노력했다. 그러나 내가 베푸는 호의를 한 두 번은 고마워하더니 시간이 지날수록 나는 원래 당연히 그래야 하는 사람, 늘 호의를 베풀어야 하는 사람처럼 대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정말 딱 '호의가 계속되면 호구로 본다' 는 그 말처럼. 나와 가까운 사람일수록, 그리고 깊은 관계라 여겼을수록 나는 더 큰 상처를 받았다.


<세계의 끝 여자친구>라는 책의 '작가의 말'을 보면 이런 말이 있다.

우리는 노력하지 않는 한, 서로를 이해하지 못한다. 이런 세상에 사랑이라는 게 존재한다. 따라서 누군가를 사랑하는 한 우리는 노력해야만 한다.



호의를 베풀고, 상처를 받고, 또 후회를 한다해도 성격을 고치는 일은 쉽지 않다. 여전히 나는 소심하고, 조심스러운 사람이다. 관계를 끊을 결심을 해도 그 과정에서 주고받았던 말과 감정에 또 상처받았다. 정리하고 싶었지만 결국 감정정리는 내 몫이었다. 끝내는 순간마저도 나는 편하지 못했다.


"호구라서", "착해서", "원래 그런 사람"이라서 호의를 베풀고 다정하게 대한 것이 아니라 소중하게 여기기 때문에 노력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노력했음에도 불구하고 내 호의를 권리로 여기거나 만만하게 여기는 사람은 거리를 두어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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