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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이사이 Mar 24. 2020

"남자는 다 야동 봐" 라는 말이 부른 비극

텔레그램 내 성착취에 대한 첫 번째 이야기.

인신매매? 라고 하면 보통 장기 매매를 떠올린다. 영화 속 인신매매는 서늘한 공기, 어두컴컴한 지하, 차로 납치를 하거나 정육점 뒷골목이 나올 것 같은.. 그런 느낌. 그러나 사실 그것만이 인신매매가 아니다.


인신매매의 사전적 정의를 보면 사람을 물건처럼 매매함으로써 타인에 대하여 예속적인 상태에 두는 일이라고 되어있다. 20년 3월 20일 확인된 기준으로 박사에 의해 착취당한 74명의 피해자 중 16명이 미성년자였는데, 그 아이들 혹은 여성들은 신체의 일부에 '박사'혹은 '노예'를 칼로 새겨야 했고, 중학생 정도로 보이는 여자아이가 갇혀있는 방에 성인 남성이 들어가 아이를 강간하고 그걸보며 즐기고, 여성의 성기에 애벌레를 집어넣는 일을 150만원을 주고 관람하는 수십 만 명의 남성들에 의해 여성이라는 이유로 어른 아이 할 것없이 성이 착취되었다. 


그러나 그들을 둘러싸고 남성들은 여성의 성을 두고 즐기고, 거래를 했다. 성적욕망에서 비롯된 즐거움인지 아니면 자신보다 약한 누군가를 누름으로써 자신이 우위에 있고, 그 여성을 소유했다는 것에서 오는 잘못된 만족감인지는 모르겠지만, 어떤 생각이었든 가해자들은 그 상황을 즐겼다. 

조사결과 채팅방 동시접속 수 만 명에 이르고, 가입자는 총 26만 명으로 밝혀졌다. 특히 박사는 20만원, 70만원, 150만원의 입장료를 받는 유료 대화방을 운영하여 현재까지 1억 3000만원의 수익을 얻은 것으로 조사되었고, 나머지 현금으로 환전하지 못한 자금을 추적중이다. 또한 직원이라 칭하는 10명 이상의 운영자들 즉, 공범에게 박사는 피해자 성폭행, 자금 세탁, 성착취물 유포, 대화방 운영 등을 지시했는데 이들은 대부분 24~25세의 남성으로 미성년자도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 남성에 의해 착취되어 또 다른 남성에게 성착취물이 유포된 이 범죄는 인신매매다.


그러나 충격적인 사실은 더 있다. 박사가 구속되고, 현재 '텔레그램 N번방 용의자 신상공개 및 포토라인 세워주세요.'라는 국민청원이 게시 나흘만에 184만여명의 동의를 얻었으며, "가입자도 다 공개하라"는 신상공개 청원 역시 120만명을 돌파할 정도로 국민들의 분노가 들끓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일부 국내 성인사이트에서는 네티즌들이 '박사방' 자료를 요청하는 모습이 목격됐다.


또 한편에서는 피해자의 탓을 하는 사람도 여전히 있다. 차라리 누군가가 지어낸 거짓말이었으면 좋겠다 싶을 정도로, 여전히 피해자다움이나 피해자의 순결을 피해자로 구분하는 잣대로 겨누고 있다. 어떤 사진을 올리든, 어떤 옷을 입든 그것이 '강간이나 성착취를 당할만 했다'는 핑곗거리가 되어서는 안 된다.



N번방 그리고 박사방과 같은 범죄에 대한 지금의 국민청원은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국민의 안전에 위협을 주는 범죄자들을 제대로 처벌해달라는 요구다. 지난 시간동안 불법 촬영물에 대한 소지죄를 신설하는 것이 너무 많은 남성들을 범죄의 가해자로 규정하게 되어 과잉 입법이 우려된다는 주장들로 인해, 비슷하지만 무뎌질 수 없는 범죄들이 계속 사라지지 않고 있다. 


이미 피해자들에게는 쉽게 지워지지 않을 상처로 남게 되었다. 이제 할 수 있는 일은 두 번 다시 이와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이 운영자들과 공범 그리고 가입자까지 모두 처벌하고 신상공개를 해야하는 이유다. 미리 대비하지 못했다면, 최소한 대응이라도 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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