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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이사이 Mar 27. 2020

텔레그램 내 성착취, 강간 문화라는 말이 불편하신가요?

텔레그램 내 성착취에 대한 두 번째 이야기.

갈수록 악질적으로 변했을 뿐, 성착취와 불법 촬영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미 1999년 개설된 '소라넷'이 있었다. 소라넷은 몰카, 보복성 불법 촬영물, 집단 성관계 영상 등 불법 성착취물을 공유하던 국내 최대 성착취물 사이트였다. 회원 수만 100만 여명으로, 16년 폐쇄되기 전까지 17년 간 운영되었었다. 이후 등장한 사이트들이 회원 121만 여명의 AV 스눕과 42만 명의 꿀밤 등이고, 이 사이트들이 폐쇄된 이후에도 웹하드나 SNS를 통해 영상들은 계속 유포되었다. 뿐만 아니다. 다크웹으로 접속할 수 있었던 '웰컴 투 비디오'는 전 세계 32개국에서 128만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었다. 확인된 이용자의 70%가 한국인이었고, 미국에서는 다운로드 한 번에 징역 5년을 선고받았지만 한국에서는 운영자인 손 씨조차 징역 1년 6개월만 선고받으며 법이 개정되지 않는 그저 그런 아청법 사건으로 지나갔다.


특히 꿀밤 운영자는 회원들을 상대로 총 500만 원의 상금을 내걸고 음란 사진과 동영상 공모전을 진행했고, 회원들은 자신의 아내나 애인 사진을 몰래 올리면서 자발적인 참여에 나섰다. 이것이 N번방 지인능욕방의 시작인 것일까. 여성의 성을 착취하고, 불법 촬영을 하여 공유하며 이를 즐기는 사람들이 있는 배경에는 성에 대한 왜곡된 인식이 자리잡고 있다. 소라넷부터 지금까지 20년이 넘는 세월동안 더 악랄하고 교묘한 방법으로 바뀌었을 뿐, 여성과 아동청소년에 대한 왜곡된 성인식은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다.


그러나 참담한 현실에 비해 '강간 문화'라는 단어조차 사용하기 쉽지 않다. 강간문화란 강간이 사회적 성과 섹슈얼리티에 대한 사회적 태도에 따라 퍼지고 정상화된다는 사회학적 개념이다. 일반적으로 강간 문화와 관련되는 행동에는 피해자 비난, 슬럿 셰이밍, 성적 대상화, 강간의 일반화, 강간이 널리 퍼져있다는 사실을 되려 부정하는 것, 성폭력이 끼치는 해악을 인정하길 거부하는 것, 혹은 이것들의 결합이 있다. 


특히 성적대상화 그리고 강간의 일반화와 연관지을 수 있는 포르노(그리고 불법촬영물)는 왜곡된 성인식을 기르는데 큰 영향을 끼쳤다. 지극히 남성의 시각으로 제작된 포르노 속 여성들은 늘상 강간 혹은 그에 준하는 상황을 겪고(연기하고), 여성들이 겪는 행위조차 비정상적인 것이 많다. 또한 처음에는 싫어하던 여성들은 하나같이 오르가즘을 연기하기 때문에 포르노에 많이 노출될수록 강간과 성에 대한 왜곡된 신념을 기르게 된다.


이렇게 기르게 된 왜곡된 성인식과 자신이 성차별적인 사회에서 남성이라는 점, 그리고 자신보다 약하다고 생각되는 존재 즉, 미성년자거나 협박으로 인해 약해진 존재가 있다는 점을 활용하여 가해자들은 피해자를 협박하고 성착취 했다. 자신이 우위에 있고 싶다는 욕망과 왜곡된 성인식, 성적대상화 그리고 이 모든 것의 뒷받침이 된 성차별이 비슷한 사건을 계속해서 만들고 있다고 생각한다.



조두순 사건, 김학의 사건, 연예계 내 성상납을 알린 고 장자연 사건, 제대로 처벌받지 않고 있는 버닝썬 사건, 그리고 안태근 사건으로 촉발된 미투운동 때 드러난 셀 수 없이 많은 사건들 등 수많은 사건들에 이어 이번 텔레그램 내 성착취까지. 아니 소라넷, AV스눕, 꿀밤, 웰컴 투 비디오, 웹하드 카르텔, 공공장소 불법촬영 등 불법 촬영물 착취 및 유포와 관련된 사건들까지 포함하면 여성에 대한 성적 대상화와 성범죄, 아니 성착취는 단 한번도 끊긴 적이 없다. 한결같이 제대로 처벌하지 않은 법의 잘못도 있다. 소라넷을 운영했던 운영자는 징역 4년, AV 스눕 운영자는 1년 6개월, 작년 웰컴 투 비디오 운영자 손모씨 마저도 1년 6개월을 선고받았을 뿐이기 때문이니까.


이런 사회에서 안전하지 않다고 느끼는 여성이 예민한 것일까.

그리고 그렇게 느끼는 여성이 알아서 조심해야 하는 것일까.

언제까지 두려움은 피해자들의 몫이어야 하는 것일까.


어떤 방인지 모르고 들어갔다는 말 혹은 정말 그냥 보기만 했다는 말은 거짓말일 수 밖에 없다. 애초에 성착취물을 보기 위해 최소 5단계의 인증과 불법촬영물을 유포하고 돈을 지불해 들어갔으며, '텔레그램'을 믿고 잡히지 않을 것이라는 계산하에 참여하여 피해자의 고통을 즐겼다. 뿐만 아니다. 현재 온라인 상에서는 돈을 주고서라도 자신의 텔레그램 기록을 지우겠다는 N번방 공범들의 요청과 질문이 쇄도하고 있다.


죄를 지은 범죄자들의 인권, 그들의 미래는 그들이 죄를 지은 순간 보장해주지 않아야 한다. 다른 국가에서 종신형, 150년 형 등이 있는 이유다. 피해자들에게 피해는 '이미 겪은 일' 따위가 아니다. 꽤 오랜 기간동안 잠도 제대로 잘 수 없고, 길도 걸어다닐 수 없는 PTSD를 겪는다.


가해할 마음이 없었다면 벌어지지 않았을 일, 이제는 두 번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제대로 처벌해야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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