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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이사이 Jul 05. 2021

당신의 밤은 우리의 낮보다 아름답습니다.

택배노동자들이 과로사하지 않는 세상을 위해.

어제까지만 해도 다른 지역의 어느 물류센터에 있던 물건이 오늘 오후 나에게 배송이 되는 세상,

쓰레기 수거차량이 있어 재활용품, 일반쓰레기, 그리고 음식물쓰레기까지 수거해 가는 세상,

차가 많은 낮시간동안 못한 도로 공사를 밤이 되면 하는 세상에 우리는 살고 있다.

대중교통이 다니지 않는 늦은 밤이나 이른 새벽의 안전한 귀가길을 책임져주는 택시기사들도 있고,

24시간 운영하는 편의점과 식당이 있어 한 밤 중에도 음식을 먹을 수 있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다음 날을 위해 자는 시간에도 누군가는 일을 하고 있다. 또 다른 누군가의 생활을 위해서 누군가가 일해주기에 많은 사람들의 생활이 편해지고 있다.


그렇지만 빛이 있으면 그림자도 있기 마련, 최근 가장 짙은 그림자는 택배노동자들이 아닐까.

하루배송, 로켓배송 등 소비자들에게 더욱 빨리 물건을 배송해 준다는 의미의 용어들이 어딜가나 많이 보이는 요즘이다. 그렇지만 그렇게 빨리 배송되기 위해서 꼭 필요한 인력이 고용되고 있을까.



6월 9일부터 16일까지 택배노조는 총파업에 돌입했었다. 코로나19로 택배물량은 전과 비교할 수도 없이 늘었지만 지난해 16명에 이어 올해도 6명의 택배기사들이 과로사로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다.

택배 노동자 과로사의 주 원인으로 꼽히는 분류작업, 아침부터 시작된 분류작업이 끝난 뒤 배송을 마치면 밤 11시, 12시는 되어야 배송이 끝난다는 것이다. 한 푼이라도 더 벌기 위해서 과로사는 피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번 총파업을 통해 택배업계 노사는 내년부터 택배 노동자들을 분류작업에서 완전히 제외하는 것으로 잠정 합의를 했다. 오는 9월과 12월 두 차례에 걸쳐 분류전담인력을 대폭 충원하는 방법으로 말이다.


그러나 시간과 물량이 감소하는만큼 줄어드는 임금보전에 대해서는 정부와 여당 그리고 택배사가 완강히 반대하여 노조측에서 철회하였다고 한다. 추후 원만한 합의안을 통해 임금이 어느정도 보전되면서도 과로사없이 일할 수 있길 바란다.



중요한 일이 있어 시킨 물건이 2일이면 배송될 줄 알았는데 파업기간으로 인해 일주일넘게 배송되지 못하고 있다면 짜증이 날 수도 있는 일이다.

그렇지만 우리는 아직 로봇이 아닌 사람이 일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나에게 배송이 되는 것은 물건이지만, 그 배송이 되기까지 사람 손이 닿지 않는 일이 없다.


지금은 감정노동자 보호법이 어느정도 당연하게 자리잡았지만, 그 이전까지 감정노동자들에 대한 폭언이나 폭행이 심각했던 때가 있었다.

감정노동자 보호법처럼 어떤 문화나 가치관이 바뀌고 적응이 되면 당연해보이지만, 바뀌기 이전상태에서는 굳이 왜 바꾸려는지 이해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들에게는 우리가 모르는 고충과  속사정이 충분히 있음을 한 번만 더 헤아릴 수 있는, 그런 태도가 필요한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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