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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이사이 Mar 01. 2019

이기적인 딸이라서 미안해

엄마, 나는 엄마 인생의 전부가 가족이 아니었으면 좋겠어.

내가 엄마에게 선물, 기쁨, 보물이 될 수는 있지만 그리고 그런 딸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지만, 엄마 인생에서 나와 가족을 뺀 나머지가 아무것도 없는 삶이 되진 않았으면 하는게 딸의 이기적인 생각이야.


나는 엄마가 힘들 때 술 한잔 기울일 친구가 가까이 있는 게 좋고, 일이 아닌 노느라 저녁 늦게 들어오는 게 좋아. 먹고 싶은 음식이 있으면 돈 생각하며 참기보단 그냥 사 먹을 수 있으면 좋겠고, 가지고 싶은 물건이 있으면 그냥 샀으면 좋겠어. 모임에 나가서 놀기도 하고, 봄이면 꽃구경, 가을이면 단풍구경 다니며 좋은 사람들과 여행다녔으면 좋겠어.


엄마, 사실 나는 엄마가 나를 그리고 우리 가족을 위해 희생한 그 이름붙여 부를 수 조차 없는 마음과 시간이 고마우면서도 아파. 누구에게 쉽게 위로받기 힘들었을 그 마음을 안고 살아왔을 엄마를 생각하면 마음이 그래. 잘해야 하는데 참 그게 말처럼 쉽지가 않네.


또 최근에는 독립을 할 때가 다 되어가서인지 나는 엄마 걱정을 하는 시간이 늘어났어. 우리집 역시 빈둥지시기가 되기 까지 그렇게 오래 남지 않은 것 같아서. 생계를 위해 계속 일을 해야되는 아빠 곁에서 엄마가 외로워질까봐. 그래서 나는 엄마가 엄마의 인생을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어. 엄마가 외롭지 않을만큼 내가 엄마를 챙길 수 있을지 잘 모르겠거든.


나는 엄마가 엄마의 인생을 살았으면 좋겠어.

엄마의 전부가 내가 되는 것이 무서운 이기적인 딸이라서 미안해.



다른 나라에 비해 우리나라의 자식들은 유독 부모에 대한 미안함을 많이 느낀다. 미안함의 근원은 나때문에 부모님의 인생이 희생되었다는 생각이다.


여성과 남성이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기르는 동안 남성은 아빠 그리고 가장으로서 바깥에서 돈을 벌고, 여성은 남편이 벌어 온 돈으로 집안일을 하고 자식을 양육했다. 그러다보니 아빠는 가정에서 알게 모르게 소외되며 가정 그리고 자녀와 가깝고도 먼 사이가 되고, 엄마는 사회적 관계가 거의 없이 집에서 자녀들만을 키우며 사회와 멀어져 갔다.


예전 드라마와도 같은 이 가정 환경은 지금도 여전하고, 아직도 젊은 여성들은 결혼을 하고 아이를 가지게 되면 경력단절 여성이 되어 커리어를 포기하고 자녀를 양육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후 재취업 시 명백한 고용조건의 하향화를 경험하고 있다. 하고 싶은 일을 하지 못하고 자식을 키워내는 엄마의 모습을 보며 자식들은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


사회가 보장해주지 않는 여성의 고용환경과 남성 위주의 조직문화가 희생할 수 밖에 없는 부모와 이기적인 자식을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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