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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이사이 Aug 03. 2018

우리는 집안일을 하는 남성을 보고 ‘도와준다’고 한다.

“가사노동은 누가 해야 하는가?” 이 질문에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같이 해야 한다.”고 대답할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인식변화에도 불구하고 여성은 결혼을 전후나 첫 아이 출산을 전후로 여전히 자신의 경력을 단절하고 있다. 이런 경력단절은 인식과 현실차이에 많은 격차가 있는 것을 보여주는 동시에 우리 사회가 여성에게 집안일과 직장 생활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할 기로에 놓이게 한다는 것을 동시에 보여주고 있다.    


맞벌이 상태별 가사노동시간 통계 자료를 보면 2004년의 하루 가사노동시간은 맞벌이 여자 208분(3시간 28분) / 남자 32분, 비 맞벌이 여자 385분(6시간 25분) / 남자 31분이었다. 10년이 지난 2014년의 하루 가사노동시간은 맞벌이 여자 194분(3시간 14분) / 남자 40분, 비 맞벌이 여자 376분(6시간 16분) / 남자 47분이다.

10년이 지났지만 큰 차이가 보이지 않는다. 인식은 계속 변하고 있지만 행동은 쉽사리 변하지 않고 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나는 우리 사회가 남성에게 가사노동의 책임을 부여하지 않고 여전히 ‘도와준다.’는 말을 사용하는 것부터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다.

집안일은 같은 집을 공유하는 사람들 모두가 같이 해야 하는 일이다. 도와주는 것이 아니다. ‘도와준다.’는 말에는 나의 일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하는 것이라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그래서 남성에게 집안일을 잘 도와준다고 말하면 집안일은 남성의 몫이 아닌 일이 되어버린다. 도와주는 것이기 때문에 책임감을 가지지 않아도 되고 매일 매일 꼭 해야 할 의무도 없는 것이다.

집안일은 가족 구성원들이 분담하고 함께 해야 하는 일이다. 청소, 장보기, 식사준비, 설거지, 빨래, 정리 등 누구 한 명이 할 만큼 작은 일이 아니다. 아이가 있는 경우에는 더욱 조심해야 하고 어질러져 있으면 위험한 물건들은 사용한 직후 정리해야 한다. 이 모든 것을 여성의 몫으로 돌려서는 안 된다. 이런 이유로 여성의 경력이 단절 되어서는 안 되고 나아가 젊은 여성들에게 결혼 및 임신 기피를 야기하여 저 출산 사회가 지속되게 해서는 안 된다.    


정부에서는 이를 방지하기 위하여 남성들의 육아휴직을 장려하고 여성들의 경력단절 이후 재고용을 촉진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남성의 육아휴직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고 여성들의 경력단절 이후 재고용은 가능하지만 명백히 고용조건의 하향화를 경험하고 있다.     


남성들의 육아 휴직을 장려하고 여성들의 경력 단절을 위하는 일, 이 모든 것은 여성만을 위한 일이 아니다. 일차원적으로 보면 당장 혜택을 받는 집단은 여성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남성들의 육아휴직을 장려하여 여성들의 경력 단절을 예방한다면 지금의 젊은 여성들이 노인세대가 되었을 때 여성 노인의 빈곤을 예방할 수 있다. 젊은 시절동안 차곡차곡 쌓아둔 국민연금으로 안정된 노후를 보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여성들이 집안일과 직장 생활의 이중 부담을 겪지 않는다면 임신을 기피할 일도 줄어들 것이다. 이는 저 출산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남성과 여성 그리고 다음세대 모두를 위한 집안일과 자녀 양육을 여성의 몫으로 더 이상 고착화시켜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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