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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이사이 Aug 03. 2018

아무것도 하지 말아주세요.

장애범주에 따른 장애인에 대한 낙인과 차별

국가에서는 장애인들에게 장애의 신체적 정도에 따라 지원하기 위해 장애범주를 정해놓고 또 등급을 매긴다. 하지만 이것은 행정상으로 운영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지 그들을 낙인찍기 위한 것이 아니다. 하지만 장애 범주에 따라 어떠한 질병을 장애와 장애가 아닌 질병으로 나누게 되고 이것은 낙인을 찍게 만든다.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들과 비교해 보았을 때 장애의 범주가 지나치게 좁은데 결론부터 말하면 우리나라의 장애범주가 지나치게 좁은 것이 장애인을 낙인찍게 만든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는 장애인의 범위를 의학적 모델에 입각하여 장애로 판정하는데 비하여 유럽 등 서구의 여러 나라들은 신체 및 정신적 장애 이외에도 사회적인 의미의 장애 즉, 포괄적인 장애 범주를 인정하고 있다. 우리나라와 다른 나라의 장애 범주는 다음과 같다.

출처 :호주는 UNESCAP(2015), 나머지 외국은 OECD(2010), 한국은 장애인실태조사(2011)


미국은 알코올중독과 암, AIDS 등이 범주에 포함되어 있다. 스웨덴은 약물 및 알코올 중독, 당뇨 그리고  사회적 장애가 있다. 사회적 장애는 의사소통이 어려운 외국 이민자와 타인 의존자를 말하는데 이러한 사회적으로 생활이 어려운 경우에도 장애인으로 포함되고 지원을 받을 수 있다. 또한 독일에는 신체장애 범주 중 추형이 있다. 추형은 사회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못생긴 얼굴인데 이들에게는 성형수술비가 지원된다고 한다. 암, 당뇨, AIDS 까지만 해도 놀라운데 사회적장애와 추형은 정말 믿기지 않을 정도로 놀랍다.


우리나라 부동의 사망률 1위가 암이고, 당뇨의 유병률은 14%이다. 작지 않은 사람들이 암으로 인해 죽고 당뇨병을 가지고 살지만 이들을 장애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질병’에 걸렸다고 생각한다. 나는 ‘장애인’이라는 단어로 인한 차별과 낙인이 여기에서부터 시작한다고 생각한다.


장애의 사전적인 정의는 신체 기관이 본래의 제 기능을 하지 못하거나 정신 능력에 결함이 있는 상태인데 사전적인 정의에 입각하면 장애가 아닌 질병은 없다. 어떤 질병이든 병에 걸리면 그 신체 기관은 본래의 제 기능을 할 수가 없다. 정신질환인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어떤 정신질환이든 있다면 정신 능력에 결함이 있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사회에서 ‘장애인’은 범죄자보다 더 못한 시선을 받는데 그 이유는 우리사회에서 장애인을 바라보는 시선이 극단적으로 부정적이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에서 장애인은 (정상의 기준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비정상적인 모습에, 비정상적으로 움직이는 그런 존재이다. 그래서 그들은 장애를 가지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무시당하고, 흘깃거리는 시선을 참아야 하며, 때로는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하는 존재로 여겨져야 한다.    


암 환자가, 그리고 당뇨 환자가 장애 범주에 포함된다 해도 여전히 그런 시선을 받을까?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물론 처음 받아들이는 데는 조금의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현재의 우리나라 시선에서는 너무나 획기적인 변화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잠시간의 적응기간이 지난다면 최소한 ‘장애인’이란 단어의 편견과 선입견은 조금 감소될 수 있지 않을까.


차별을 받는 존재들이 사회생활을 하면서 가장 힘든 점 중의 하나가 부정적인 시선이다. 비단 장애인만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어떤 이유로 인해서든 우리 사회에서 ‘정상’이라고 말하는 기준에서 벗어난다면 우리는 그들을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고 낙인을 부여한다. 그들이 어떠한 잘못을 한 것이 아닌데도 그저 외형적인 모습만으로 우리는 참 많은 차별을 일삼고 있다. 장애인들을 위해 모두 같이 인권운동을 하는 등 무언가를 해 달라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그냥 아무것도 하지 말아달라는 것이다. 그들을 바라보는 부정적인 눈빛, ‘저 사람은 어떤 사람일 것이다.’라는 편견과 선입견을 가지지 말아달라는 것이다. 지나가는 모든 사람을 보며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지 않듯이 그저 그렇게 아무것도 하지 말아달라는 것이다.     


장애범주는 그저 이런 부정적인 시선과 편견, 그리고 선입견을 없애기 위한 하나의 지름길일 뿐이다. 장애범주가 다른 나라들만큼만 확대되고 암 환자에게 낙인을 찍지 않듯이 신체적 또는 정신적 장애인에게도 똑같이 낙인을 찍지 않게 된다면 그 순간부터 실질적인 차별이 감소하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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