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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이사이 Apr 11. 2019

임신에 대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해야한다.

2019년 4월 11일, 드디어 대한민국의 헌법 재판소에서 '낙태죄'가 헌법 불합치 판정을 받았다.

헌법 불합치는 해당 법률이 사실상 위헌이기는 하지만 즉각적인 무효화에 따르는 법의 공백과 사회적 혼란을 피하기 위해 법을 개정할 때까지 한시적으로 그 법을 존속시키는 결정을 말하는데, 이에 따라 2020년 12월 31일까지 법조항을 개정해야한다.

헌법 재판소는 "임신한 여성의 자기 결정권을 제한하고 있어 침해의 최소성을 갖추지 못했고 태아의 생명보호라는 공익에 대해서만 일방적이고 절대적인 우위를 부여해 임신한 여성의 자기 결정권을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생명 존중이나 태아의 생명보호는 맞는 말이지만 그 어디에도 여성의 결정권은 없었다. 정작 임신을 하고 낙태를 하는 것은 여성의 몸인데도, 지금까지 법률과 정부, 의료진, 그리고 남성들이 여성의 임신을 놓고 저울질하고 있었다. 피임을 무시하고, 피임을 하지 않으려 콘돔을 빼거나 그것을 빌미로 협박하는 것은 남성인데도 여성의 몸에서 임신이 된다는 이유로 여성의 몸만 불법이 되었다.


임신은 여성 혼자만으로 가능한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여성의 몸에 자궁이 있고, 자궁 내에서 임신이 된다는 이유만으로 여성에게 모든 비난과 책임을 떠맡겼다.




낙태법 찬성측의 입장을 보면 생명 존중과 함께 낙태죄가 폐지되면 그만큼 임신중절 수술이 늘어날 것을 우려한다는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이 말은 마치 한글이 백성들에게 널리 알려지게 되면 자신들의 특권이 없어질까봐 두려워했던 양반들의 외침과 다를 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낙태는 쉬운 일이 아니다. 수술을 받아야하고, 이후 후유증과 각종 질환, 그리고 정신적인 피해까지 뒤따르는 엄청난 고통을 수반한다. 법의 폐지만으로 너나 할것없이 쉽게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다만, 낙태법의 폐지로 인해 여성의 결정권에 대해 국가와 의료진의 개입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의미인 것이다.  

미투 운동 이후 우리 사회에서 남혐과 여혐 논란이 끊임없이 계속되고, 페미 혹은 꼴페미 등의 페미니즘 비하가 여전하지만 미투 운동 덕분에 우리 사회에서 여성의 권리에 대한 자각이 생겼고, 이제 그런 여성의 권익을 위한 발걸음을 내딛는 중이라고 생각한다. 낙태죄의 위헌 판정 역시 여성의 자기 결정권을 존중하는 것이 맞다는 사회적인 의견이 반영되었기에 2012년 낙태죄 합헌 이후 7년만에 이룩한 일인 것이다.


'아직 어떠한 선택의 결정권이 없는 22  태아의 생존권은 보장해주면서, 그 태아를 임신한 여성의 임신에 대한 결정권을 보장해 주지 않는 것은 명백한 위헌이다.' 이 말이 오늘의 헌재에서 헌법 불합치 판정을 받으며 주장이 아닌 사실이 되었다. 실제 법의 시행은 2021년 1월 1일로 아직 1년 하고도 8개월 정도의 시간이 남았지만, 낙태가 더이상 죄가 아니고 위헌이라는 판정만으로도 여성들의  임신에 대한 부담감과 홀로 감당해야했던 책임을 조금 내려놓을 수 있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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