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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이사이 Apr 08. 2019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할 일

EBS 다큐 프라임. 행복의 조건 -복지국가를 가다, 5부 교육편을 보며 인상깊었던 말들이 많았다. 아니 솔직히 도저히 메모를 하지 않고는 못 베길 만큼 매 장면들이 인상깊게 남았다.


그 중 맨 처음 소개된 네덜란드의 루돌프 보스라는 구강악 안면외과 전문의의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지금은 사라진 제도이지만 몇 십년 전 네덜란드에서는 고등학교 성적과 관계없이 의무적인 군 복무 생활을 마친 사람에게 의대, 치대 등 원하는 곳에 입학할 수 있는 혜택을 주었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교육 과정을 거친 사람에게는 말도 안되는 소리로 들릴 수도 있고, 어쩌면 몇 십년 전이어서 가능한 소리라고 할 수도 있지만, 지금 네덜란드의 입학전형 역시 추첨제로 선발하고 있다고 한다. 추첨제 즉, 제비뽑기 말이다.

고교 졸업 시험 성적이 높을 수록 입학 추첨률이 높은 것은 맞지만 기본적으로 추첨한다는 것은 변하지 않는다. 10점 만점에 8점 이상인 고득점자를 제외한 나머지 모든 학생은 추첨으로 선발되기 때문에 성적순으로 합격이 보장되지 않는다.


추첨제를 도입한 이유는 성적이 높든 낮든 누구에게나 공부할 기회를 주기 위해서라고 한다. 이런 제도 덕분인지 네덜란드에서 환자가 의사에게 의존하는 이유는 질병에 대한 전문지식 때문이지 의사가 훌륭하기 때문은 아니라는 인식이 당연한 것이라고 한다. 의사는 어떤 훌륭하거나 대단한 사람이 아닌, 질병에 대한 전문지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인 것이다. 즉, 질병에 대한 전문지식을 배우면 누구나 의사가 될 수 있다는 말도 된다. 이런 생각은 네덜란드가 직업에 귀천이 없는 사회이기에 가능한 것이 아닐까.


직업의 귀천이 있다는 생각이 강한 편인 우리나라에서는 고학력과 특정 직업들을 가진 사람이 대단하고 훌륭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많은 사람들이 그런 직업을 가지기 위해 노력한다. 물론 그렇게 노력한 사람들의 노력이 잘못되었다거나 대단하지 않다는 말은 아니다. 하지만 모든 사람은 자신의 인생을 위해서 노력하고 있기에, 특정 직업을 위한 노력만이 대단한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먼저다. 즉, 의사는 대단하고 환경 미화원은 보잘 것 없는 직업이 아니라는 소리다.

모두들 이 짧은 풍자적인 만화를 한 번쯤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 만화를 얼핏 보면 파란색 옷을 입은 여성이 하는 말만 잘못되 보인다. 파란색 옷을 입은 여성은 어느 누가 보더라도 잘못된 말이기 때문이다. 환경미화원은 엄연히 우리 사회에서 필요한 직업이고, 그림 속 남성 역시 직업에 따른 일을 하고 있는 사람인데 그런 사람을 가르키며 "공부를 하지 않으면 저렇게 된다"고 말하고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노란색 여성의 말도 가만히 생각해보면 잘못되었다. 환경미화원이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에 대한 동정어린 시선과 생각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다만, 직업에 대한 귀천이 있는 환경에서 자란 사람이라면 크게 잘못된 말이라고 생각하기는 힘든 말이다.



자신의 인생을 살고 있는 각자의 노력이 우리 사회를 만들고 있다. 공무원이든, 회사원이든, 정비공이든, 이 외의 어떤 직업이든 각자 우리 사회에 반드시 필요한 일들을 하는 사람들이다. 그 사람이 없고, 그 일을 하는 사람이 없으면 우리 사회는 고장난 부분이 생기는 것이다. 그러니 귀하고 천하고를 나눌 수가 없다.


직업에 대한 편견이 없는 사회, 그리고 어떤 일이든 존중받는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먼저 근무조건이나 임금과 같은 제도적인 개선이 필요하다. 육체적으로든, 감정적으로든 힘든 일을 할 수록 높은 임금을 받아야 하는 것은 당연한 말이지만 현실에서는 이루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당연한 말이지만 우리의 생각도 바뀌어야 한다. 우리는 모두 자신의 인생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며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고, 각자 자신의 일을 하며 우리 사회가 고장나지 않고 제대로 굴러가도록 노력하고 있는 사회의 구성원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직업의 귀천 의식을 바꾸기 위해서는 바로 여기서부터 시작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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