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인성교육과 Resilience의 관계

인지적 자기조절은 지능이 아니라 도덕성과 관련이 있다.

인성교육(人性敎育)에서 인성은 사람의 성품을 말한다.


인간의 됨됨이, 인간다움, 사람다움, 인륜이 인성을 이르는 또 다른 말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인간답다, 사람답다는 무엇을 의미할까? 옛 성인의 이야기를 빌려오면 '은혜를 앎을 인륜이라 하고, 이를 알지 못함을 축생이라 하느니라-어서 491쪽'이라고 하였다.

그래서일까? 옛날 어르신들은 패륜을 저지른 사람들을 보고 '짐승만도 못한 놈'이라고 불렀다. 흥부와 놀부에 보면 까치조차도 흥부에게 은혜를 갚았고, 늙은 여우는 오래된 무덤을 잊지 않으며 흰 거북이는 모보의 은혜를 잊지 않고 갚았다고 하였다.



그렇다면 은혜에는 무엇이 있을까? 우리가 아는 은혜는 보통 2가지에 국한되어 있다.

어버이의 은혜와 스승의 은혜.

그런데 옛날에는 이에 더하여 나라의 은혜, 즉 국주의 은혜에 보은 하도록 가르쳤다.

국주의 은혜, 스승의 은혜, 그리고 부모의 은혜를 합쳐서 주사친(主師親)의 삼덕(三德)이라고 불렀다.

나라의 은혜에 보답하는 것을 충(忠)이라고 불렀고, 부모의 은혜에 보답하는 것을 효(孝)라 하여, 우리나라는 충효사상이 뿌리깊다.



이 세 가지 중에서 오늘날 민주주의와 잘 어울리지 않는 개념이 한 가지 있다.

바로 충(忠)이다.

과거 충(忠)은 국주, 즉 나랏님에 대한 보은이었다.

그러나 오늘날은 군주제가 아닌 민주주의 사회이므로 나랏님에 대한 보은은 맞지 않다.


헌법 1조 2항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따라서 나라의 은혜는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모든 사람들을 향한다.

이를 다시 풀어보면 나와 인연이 있는 사람들이다.

결국 나와 인연이 있는 사람들은 누구이며, 그들에게 어떻게 은혜를 갚을 것인가라는 질문을 하게 된다.



그래서 한 가지 예를 들어보려고 한다.


5년 전 겨울이었다. 아파트 10층 베란다에서 아들과 함께 창 밖으로 내리는 눈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들이 물었다.

"아빠, 우리 나가서 눈사람 만들자."

나는 답하지 않고 아들에게 물었다.

"... 저기 아저씨들 보이지?"

아들은 답했다.

"응"

나는 다시 물었다.

"아저씨 둘이서 저 눈 치우려면 힘들겠다 그치?"

아들이 답했다.

"아빠, 우리 나가서 같이 치울까?"


아들과 나는 장갑을 끼고 경비아저씨들에게 다가가 물었다.

"아저씨 너까래(눈치우는 삽) 어디 있어요?"


아들과 나는 경비아저씨들과 함께 나름 신나게 눈을 치우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동네 아이들이 재미있어 보였는지 아들과 나에게 물었다.

"아저씨, 그거 어디서 났어요?"


그렇게 동네 아이들 5명이 더 붙어서 아파트 단지 주변에 쌓인 눈을 함께 치웠다.


눈을 다 치우자 관리사무소 직원분이 고맙다며 아이들에게 음료수를 하나씩 사주셨고, 나와 내 아들은 그 날이후로 분리수거를 하러 나갈 때마다 관리사무소 직원분들, 경비원 분들과 서로 안부를 물으며 인사를 나누는 사이가 되었다. 작은 실천이 우리 가족의 사회적 지지를 높여주고, 서로가 서로를 존중하고 신뢰하게 되었으니 이것이 나와 연이 있는 분들의 고마움에 보답하는 행위가 아니었을까?



사람의 머리에서 가슴까지는 30cm가 채 안 되는 거리지만, 머리에서 가슴까지 가는데 30년이 더 걸리는 사람도 있다.

-인도의 만트라 발췌


안녕하세요?

인사를 나누는 것은 상대방을 기분 좋게 한다. 인사를 나누려면 눈을 맞춰야 하고, 이는 대뇌피질 후두엽의 시각령에 닿는다. 눈 맞춤은 뉴런을 자극한다. 뉴런들은 크게 12개의 신경조직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감각기관과 정보를 주고받는데 특히 시각은 12개 중 8개의 신경조직과 연결되어 있다. 즉, 눈맞춤은 8개의 신경조직을 자극하는 것이다. 또한 인사말 소리는 대뇌피질의 측두엽 내 청각령에 닿는다. 이를 정리하면 인사를 나누는 것은 서로의 편도체가 아닌 대뇌피질을 자극한다.


또한 일상의 인사를 나누는 행위는 긴장이나 각성상태에서 상대방이 자신에게 관심을 보여줌으로써 긴장을 풀어주고, 이완작용이 일어나게 하여 코르티솔이라는 스트레스 호르몬이 줄어들고, 옥시토신이라는 호르몬을 분비시킨다. 특히 인사를 나눌 때 하는 포옹이나 악수옥시토신이라는 호르몬의 분비를 더욱 촉진한다. 미국 캘리포니아 클레어 몬트대 연구팀에 따르면 옥시토신이 수줍음이나 민망함을 잘 느끼는 사람드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는 좋은 방법이라고 하였고, 건국대 한정수 교수 연구팀에 따르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치료에도 도움이 된다고 하였다. 뿐만 아니라 통증을 완화시켜주고, 긴장을 풀어주어 스트레스를 줄이는데도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톨스토이의 '세 가지 질문'이라는 소설이 있다.


어느 날, 황제가 일을 하다가 세 가지 의문에 직면했다.

첫째, 일을 시작할 때 가장 적절한 '때'는 언제이냐는 의문이다.

어떤 '때'를 놓치지 말아야 후회를 남기지 않을 수 있는가.

둘째, 자신에게 어떤 사람이 가장 필요한 인물이고 어떤 사람을 소중히 해야 하느냐는 의문이다.

그리고 셋째는 모든 사업 중에서 어떤 일이 가장 중요하느냐는 의문이다.

황제는 이 세 가지를 매우 알고 싶어 했다. 이것만 알면 인생에서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중략)


황제는 서민과 함께 살아가는 현자 한 사람을 만나면서 진실한 해답을 찾게 된다.

그 현자가 이렇게 말했다.


가장 중요한 때는 언제인가.

그 답은 "지금, 이 순간이다."라고.

또 가장 중요한 사람은 누구인가.

그 답은 "지금 현재 자신이 만나고 있는 사람이다."라고.

그리고 가장 중요한 일은 무엇인가.

그 답은 "남에게 선(善)을 베풀고, 남을 위해 애쓰는 일이다."라고.

중요한 때는 언젠가가 아니다. 지금, 이 순간이다. 오늘, 하루이다. '지금 이때에 온 힘을 다한다.'

그런 '지금'에 '미래의 승리'가 포함되어 있다.


또 어딘가 멀리 특별한 사람이 있는 것은 아니다. 권위가 있는 사람, 지식이 있는 사람, 유명한 사람, 부유한 사람이 소중한 것은 아니다.
'내가 지금 인연을 맺고 있는 사람, 그 사람을 소중히 한다. 옆에 있는 이 사람, 저 사람을, 그 사람의 특질을 생각하면서 전부 살려간다.'
그런 사람이 현인(賢人)이다. 거기에 모든 사람에게 신뢰를 얻는 길도 있다.

-이케다 다이사쿠



다시 앞으로 돌아가 보자. 인성교육은 사람답게 가르치고 키우는 것을 의미한다. 가르치고 실천하도록 하는 것이다. 즉, 은혜를 알려 주고, 은혜를 갚는 삶을 살아가도록 하는 것이 인성교육이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이 왜 Resilience와 관련이 있을까?

Bucker과 그의 동료들(2003)에 따르면 '탄력적'인 아동 청소년이 인지적 자기조절에서 유의하게 높은 점수를 얻었다. 문제에 직면하면 유연하게 대안을 고려하고, 전체를 볼 줄 아는 시각을 가졌다고 하였다. 이는 즉 개인이 아닌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적절히 자기조절을 하며 행동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의미한다. 은혜를 아는 것은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자신을 알아가는 것이고, 은혜를 갚은 것은 그러한 자신을 타인에게 인식시켜가는 행위라고 볼 수 있다. 결국 이러한 자기조절과 문제 해결은 자연스레 타인의 부적 반응을 일으키지 않으면서 자신의 정서를 표현하는데 능숙하게 만든다. 그래서 타인과 지지적 관계를 맺고 지속하는데 큰 도움을 주게 된다.


스탠퍼드대학 사회심리학자 클로드 스틸의 '자기 가치 확인 이론 self-affirmation theory'라는 것이 있다. 사람은 위협적일 수도 있는 상황에 들어가기 전에 자신이 가장 깊이 간직하고 있는 가치관을 재 확인한다고 하였다. 이때 자신이 가장 소중히 여기는 가치를 상기한 사람이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의 수치와 교감 신경(위기 상황에서 아드레날린 호르몬을 분비하여 심장박동을 촉진하고, 근육의 세동맥이 확장되며, 소화관과 피부의 세동맥은 수축하여 소화가 잘 안되고, 피부나 소화관에 가야 할 혈액이 뇌, 심장, 근육으로 집중되어 동공은 확대되고, 항문과 방광이 수축하여 화장실이 자주 가고 싶어 지고, 피부의 털이 곤두서게 되는)을 자극하는 에피네프린이라는 호르몬의 수치가 올라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즉,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가 분명할수록 스트레스 상황에 능숙하게 대처하게 되고, 결국 스트레스 호르몬의 분비를 억제하게 된다는 것이다.

내 주변 사람들의 고마움을 알고, 그 고마움에 보답하는 삶을 살아가려는 태도. 그것이 타인과 원만한 관계를 맺고 지속시키는 원천이 되고, 자신을 보호하는 행위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은혜를 알려 주고, 은혜를 갚는 삶의 태도를 기르는 인성교육은 아이의 Resilience를 높여준다. 나와 타인의 관계 속에서 인식(지은)하고 그 관계를 지속하려는 노력(보은)이 아이 자신의 행복(Seligman의 행복의 3요소 중 engaged life, meaningful life와 깊은 관련이 있음)을 보장하기 때문이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조기교육과 Resilien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