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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 시간을 보장해야 하는 이유

잠과 학업 그리고  Resilinece의 정서적 자기조절의 관계에 대하여

잠을 잘 자야 공부를 잘한다. 


이 말은 참이다. 그러나 잠은 얼마나 자야 하는지, 어떤 환경에서 자야 하는지, 잘 모른다. 더구나 잠은 공부뿐만 아니라 사회성에도 영향을 준다. 핀란드의 한 연구에 따르면 건강한 7~8세 아동들이 연령대에 비해 굉장히 적은 7.7시간의 수면을 취하거나, 수면 습관이 불규칙한 아이들의 경우에 정상적인 수면을 취한 아이들보다 과잉행동을 하는 비율이 뚜렷이 높다는 것을 밝혔다. 즉 정서조절에 실패하였다는 뜻이다. 자신의 정서를 잘 조절하지 못하고 과잉행동을 하는 비율이 높다면 효과적인 사회적 관계를 맺는데 자주, 그리고 매우 어려움을 겪을 거라는 예측이 가능하다.    


  2013년 5월~7월까지 4학년 이상의 초등생과 중고등학생 9521명을 대상으로 ‘한국 청소년 정책 연구원’에서 초중고생의 평균 수면시간을 조사하였다. 조사 결과 초등학생은 하루 평균 8시간 19분, 중학생은 7시간 12분, 고등학생은 5시간 27분 동안 잠을 잤다.  평균 여가시간이 2시간 미만인 경우는 초등생이 49.3%, 중학생이 56%, 고등학생이 80.7%로 나타났으며, 최근 1년간 자살을 생각해봤다고 답한 중고등학생은 36.9%에 달했다. 


  그래서였을까? 경기도 교육청은 지난 2014년 9월 1일부터 경기도 내 모든 초, 중, 고등학교에 9시 등교제를 실시하였다. 등교 시간이 적게는 30분, 많게는 1시간가량 늦어진 것이다. 이처럼 9시 등교제 이후에 실시한 송진주 교사(이천 아미초)의 연구에 따르면 9시 등교제로 인하여 아이들의 자기 효능감 및 수업태도는 좋아지고, 자살충동은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아이들의 정서가 이전보다 안정적이 되었다는 뜻이다. 이 외에도 청소년기 아이들의 수면주기에 대한 광범위한 연구가 있었다. 독일의 틸 뢰네베르크 연구팀이 25,000명의 시간 유형 연구에 따르면 사춘기에 접어들고 성년이 되기까지 아이들은 계속 야행성으로 변화한다고 하였다. 이와 같은 야행성 경향이 꺾이는 시기는 여성이 19.5세, 남성은 20.9세라고 하였다. 이를 근거로 생각해보면 10대에서 20대 초반까지 청소년들은 기본 수면의 양이 성인보다 더 많고, 성인들에 비해 더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생체리듬을 갖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와 독일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등교시간과 수면에 대한 아이들의 정서조절, 학습 능력에 관한 연구를 해왔다.  미국 로드 아일랜드 미들타운의 세인트 조지 하이스쿨은 9학년~12학년(우리나라의 고등학생)의 등교시간을 8시에서 8시 30분으로 늦춘 뒤 학자들과 함께 아이들의 변화를 살펴보고 그 결과를 2010년에 발표하였다. 8시 등교에서는 8시간 이상의 수면을 취했던 비율6분의 1에 불과했는데, 8시 30분으로 조정하자 2분의 1로 늘어났다. 수면시간이 늘어나자 아이들의 수업 집중력이 개선되고, 학교 보건실 출입도 줄었으며, 우울감을 느끼는 비율도 줄어들었다. 3년 뒤 스위스 바젤의 심리학자 사카리 레몰라와 그의 동료들은 2716명의 청소년을 대상으로 수면 습관과 등교시간을 조사하였다. 이들의 평균 나이는 15세이고, 평균 수면 필요량은 9시간이었다. 그러나 아이들이 실제로 취하는 수면 양은 8시간 40분이었다. 이 중에서 8시간 미만의 수면을 취한 아이들은 학업성적이 좋지 않았고, 삶의 자세도 부정적이었으며, 피로감에 시달리는 비율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적은 수면은 학습 능력에도 치명적이었다. 잠자지 않고 17시간 동안 깨어있는 사람들의 학력 검사 결과는 혈중 알코올 농도 0.5프로밀 정도에 해당하는 능력 감퇴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한 연구에서는 나이가 들면서 깊은 잠을 자는 시간이 줄어드는 것이 노화와 학습능력(유동 지능) 감퇴의 원인 중 하나라고 밝혔다. 한마디로 과거 고등학생들에게 유행했던 삼당사락(三當四落 : 세 시간 자고 공부하면 붙고, 네 시간 자고 공부하면 떨어진다는 속설)은 그 과학적 근거 따위 전혀 없는 이야기인 셈이다. 


  사실 우리도 잠을 잘 자지 못하면 쉽게 짜증을 낸다. 노래를 들어도 들리지 않고, 책을 읽어도 글자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주의집중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정서적으로도 예민해진다. 미국의 지그리트 비시와 동료들(2004)은 교대근무자 같은 불규칙한 생활리듬에 쥐들을 며칠간 노출시키는 실험을 했다. 그러자 청반(Locus ceruleus-중뇌의 천장 밑에 있는 한 쌍의 소체) 신경의 4분의 1이 파괴된 것으로 나타났다. 청반은 주의력과 내적 흥분 상태를 조절해주는 역할을 하며, 필요할 때 깨어 있도록 하는 각성 시스템과 관련이 있는 부위다. 또한 독일의 정신의학자인 베른트 슈프렝거는 만성 수면부족이 지속적으로 스트레스를 주고, 이로 인해 번 아웃이나 심하면 중증 우울증으로 나타난다고 하였다.  


  ‘서울 청소년의 건강생활 변화’ 2016년 발표 자료에 따르면 2015년 청소년들의 주중 평균 수면시간은 6시간 6분으로 미국 수면 재단(NSF)이 2015년에 발표한 10대(14세~17세) 권장 수면시간(8~10시간) 보다 훨씬 낮은 수치였다. 전체 학생 중 약 75%가 수면부족에 시달리고 있었다.      

  이와 같은 자료를 바탕으로 미루어 짐작해보면 우리나라의 매우 많은 아이들이 수면 부족에 시달리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아이들의 수면부족은 학습능력을 감퇴시켜서 오랜 시간 책상에 앉아있어도 학습의 효율을 낮추며, 지속적인 스트레스로 면역 기능을 약화시키고, 번아웃이나 중증 우울증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일 것으로 예측이 가능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내적 흥분 상태를 조절하는 청반에도 악영향을 준다는 사실은 모든 학교의 고민인 학교폭력 문제 발생 원인에도 영향을 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잠을 잘 잔다는 것은 신체적 건강과도 관련이 깊다. 사실 잠은 신체 및 정서의 이완과 매우 관련이 깊다. 몸과 마음이 충분히 이완되어야 소위 렘수면을 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렘수면(REM; Rapid Eye Movement sleep)을 통해 부교감 신경이 활성화되고, 모세혈관이 확장되면서 신체 곳곳에 성장호르몬이 분비된다. 이때 노폐물을 배출하고, 암이나 바이러스 질환과 싸우는 NK 세포 및 백혈구와 임파구의 활동성이 높아진다. 또한 렘수면은 다른 수면상태보다 더 이완 상태에 있으며 대뇌혈류 및 산소량이 증가하여 전두피질의 활동이 활성화된다. 정신적 건강뿐만 아니라 신체적 건강을 유지하는 데에도 수면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아이들에게 적절한 수면 환경을 제공할 수 있을까?     

첫째로 음식이다. 트립토판이라는 물질은 신경과 뇌를 진정시키고, BDNF(brain-derived  neurotrophic factor: 신경세포 성장인자) 단백질의 원료가 되는데 특히 숙면에도 도움이 된다. 이를 풍부하게 함유한 음식이 바로 우유와 아몬드, 좁쌀이다. 또한 상추는 락투신이란 성분이 있어서 불면증이나 두통을 완화시켜주고, 비타민 K가 있어서 신경을 안정시켜주는 효과가 있다. 바나나는 부교감 신경을 활성화시켜주는 멜라토닌과 세로토닌, 근육을 이완하는 마그네슘이 풍부하게 들어있어서 안정적인 수면에 매우 효과적이며 우유와 함께 섭취하면 불면증 치료에 도움이 된다. 호두는 신경을 안정시켜주는 마그네슘, 기분을 가라앉히는 칼슘, 혈암을 낮추는데 도움이 되는 칼륨이 풍부하게 들어있어 불면증을 완화시켜 준다.     

둘째로 조명이다. 불을 켠 채로 자면 수면 중 잠을 잘 자게 해주는 멜라토닌의 분비를 억제해서 오랜 시간을 자도 피곤하게 느껴진다.      

셋째로 플라시보 수면이다. 미국 콜로다도 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수면 품질을 정확히 측정할 수 있다(거짓)는 기계에 연결되어 수면을 취한 피험자들이 평균 이상의 수면의 질을 통보받은 그룹이 평균 이하의 수면의 질을 통보받은 그룹에 비해 20%나 우수한 PASAT(정보처리속도) 검사 결과를 얻었다고 하였다. 잠을 잘 잤다고 인지하면 대뇌가 멜라토닌과 같은 수면 유도 호르몬을 줄이고 히포크레틴 같은 각성 호르몬을 늘려서 주의력과 기억력이 좋아지는 것이다. 그러므로 아이들이 일어나면 ‘잘 잤구나.’라고 말해주는 것이 좋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와 같은 연구 결과들을 종합해보면 결국 수면의 양(시간)을 보장하고 질을 높이는 환경을 제공해 주는 것이 아이들의 신체적, 정신적 건강과 더불어 정서적 자기조절력을 높일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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