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지발달에 따른 자아 중심성의 차이에 대처하기
Jean Piaget의 인지 발달 4단계에서 전조작기는 2~7세를 가리킨다. 이때의 아이들에게 나타나는 인지적 특징 중 하나가 자아 중심적 사고다. Wadsworth(1989)에 따르면 자기 생각에 의문을 갖지 않고 모순된 증거가 나오면 증거가 잘못된 것으로 결론을 내리고 자기 생각을 바꾸지 않는다. 한 마디로 고집을 부리는 것이다. 그런데 이때 자신의 생각이 또래와 갈등을 일으키면 6~7세가 되어서야 조정을 하기 시작하고, 자아 중심적 사고는 사회적 압력에 따라 꺾이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일종의 사회성이 발달하는 것이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이렇게 또래와의 갈등 장면에서 타인의 생각을 이해하고 납득해서 자신의 생각을 굽힐 줄 아는 능력은 부모와의 애착에서 시작되는 것 같다. 예를 들면, Erickson의 심리사회적 발달이론에서 출생 이후 첫 번째 단계가 신뢰/비신뢰 단계다. 언어적 표현을 하지 못하는 아이가 표정과 울음으로 자신의 욕구를 표현할 때 부모가 적절한 반응을 보이면 신뢰를 획득하고, 아이는 안정애착을 얻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부적절한 반응(예를 들어, 무반응-방임, 양가 반응-기분이 좋으면 반응적이었다가, 나쁘면 짜증)을 보이면 신뢰하지 못하게 된다.
그래도 어린이 집이나, 유치원에서 또래와의 갈등을 조절하는 법을 교사의 기다림과 격려로 획득하게 되면 아이의 사회성은 획득할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또래와의 갈등 조정보다 학습과 관련된 교육과정에 부모들이 더 깊은 관심을 갖는데서 문제가 생긴다. 영어유치원과 같은 이중 언어의 사용으로 아이들이 겪는 스트레스나, 갖가지 특별활동으로 또래와의 갈등조정 대신 교사와 학생 간의 1대 다수의 상호작용 속에서 또래가 주는 사회적 압력이나 갈등에 의한 자아 중심성의 탈피 대신 학업에 대한 부적 정서만 누적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Jean Piaget의 인지 발달 4단계에서 형식적 조작기에 해당하는 사춘기 아이들 역시 자아 중심성을 드러낸다. 그런데 전조작기의 아이들과는 다른 형태의 자아 중심성 특징이 2가지 있다. 하나는 상상의 청중이다. 이들에게 온 세상의 중심은 자신이다. 자신이 항상 모든 사람의 관심을 끌고 있다고 믿어서 어떻게든 다수의 흐름에 몸을 맡긴다. 또래 집단의 흐름에 민감하다. 너는 너, 나는 나가 아닌 또래 집단 안의 나이다. 그래서 친구들이 입는 옷의 브랜드가 중요하고, 또래가 쓰는 화장품이 중요하고, 또래가 쓰는 말이 중요하다.
또 하나의 특징은 개인적 우화다. 속된 말로 ‘나 만은 예외’라는 사고다. 그 어떤 사건이나 사고에도 나는 피해를 입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다. 그래서 부모나 교사가 잔소리를 하면 늘 ‘괜찮아. 난 안 걸려.’, ‘ 난 아니에요’라는 말들이다.
Masten & Reed(2002)의 아동 청소년을 위한 Resilience 보호 요인 중 사회적 요인이 있다. 이 요인을 구성하는 것들은 주로 환경적 변인을 다룬다. 그런데 Bronfenbrenner(1993)가 말하는 인간발달의 생태학적 체계 이론에서는 이러한 환경과 개인은 서로 상호작용하며 쌍방향적이라는 말을 한다. 이를 아동 청소년 개인으로 돌리면 그들 자신이 어떻게 사회적 지지요인을 높이느냐가 Resilience를 키울 수 있는 중요한 관점이라 생각할 수 있다.
streotype threat이라는 말이 있다.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고정관념이 우리를 위협한다는 말이다. 이와 관련된 여러 가지 실험들이 있는데 그중 한 가지만 소개해 보자. 노인들을 두 그룹으로 나누어 인지능력검사를 실시하였다. 한쪽은 나이가 들수록 인지능력이 낮아진다는 뉴스를 보여주었고, 한쪽은 뉴스를 보지 않고 검사를 실시하였다. 결과는 어떠했을까? 당연히 뉴스를 보지 않은 쪽의 성취가 높았다.
우리가 어린아이들이나 사춘기 아이들에게 가지고 있는 고정관념은 무엇이 있을까? 애들은 때려서라도 가르쳐야 한다거나, 사춘기는 질풍노도의 시기, 고삐 풀린 말이라는 생각이 아닐까? 그러한 기대는 아이의 사고를 지배하고, 스스로에게 자기 충족적 예언(self-fulfilling prophecy-기대가 그에 부합하는 현실을 만들어냄, 자신의 생각을 증명할 수 있는 정보에만 관심을 기울이기 때문)을 걸게 된다.
인생에 있어서 공부가 중요하지만 공부가 그 가치를 발휘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은 인간성이다. 인간성이란 타인과의 원만한 상호작용, 즉 사회성을 발휘할 때 그 가치가 빛난다. 태어나면서부터 2세까지의 아이들에게는 인간에 대한 신뢰를 얻을 수 있도록 부모가 함께 할 시간을 늘려주고, 전조작기인 2~7세의 아이들에게는 또래와의 다양한 상호작용을 통해 자아 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나도록 친구들과 함께 할 시간을 늘려주며, 사춘기 아이들에게는 ‘사춘기는 원래 멋대로야’가 아닌 ‘사춘기는 인생의 가치를 탐색하는 지학(志學)의 때’라는 고정관념을 심어주는 것이 아이들의 Resilience를 높이는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