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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전세사기 악몽이 시작됐다

전세사기, 지옥을 버티기로 했다-1

by 교진

2023년 11월 나는 전세사기 피해자가 됐다.


지역은 인천광역시.


인천은 원룸에서 벗어나려고 간 곳이다. 서울보다 전세 가격이 낮았고 늘어나는 살림살이를 둘 공간도 있었다. 그래서 갔다. 30년이나 지난 빌라였지만 동네가 조용했고 서울과 거리가 있었지만 출퇴근 시간에 구애받지 않았기 때문에 크게 상관하지 않았다.


하지만 2년의 결론은 사기였다. 2021년 전입 당시 인천지역 곳곳에서 전세사기가 터졌지만 남의 일이라고 생각했다. 또 전세사기가 터진 곳은 신축건물인데, 내가 살 곳은 오래된 빌라라 안심했다. 만기가 다가오면서도 그간 별일 없었기 때문에 전세금은 무난히 받을 줄 알았다.


의심많은 성격이었지만 내가 사는 집을 의심하지 않았던 게 최악의 결과를 가져올 줄은 몰랐다. 피해금액만 1억1500만원. 이중 은행 대출은 약 8000만원이다.


전세사기가 터진 집에서 새 집으로 이사하는 날이 아직도 기억난다.


전날까지 임대은 전화를 제대로 받지 않았고 문자에도 답을 하지 않았다. 바쁘다는 핑계였고 자신의 가족이 죽었다는 이야기도 했다. 자신은 지금 화장장이라는 문자도 보냈다. 사실인지 거짓인지 알고 싶지도 않았으나 만약 거짓이라면 자신의 가족까지 판 사람이겠지.


그리고 사실이라고 해도 내가 상관할 바가 아니다. 너의 불행은 너의 불행일 뿐. 나에겐 넌 가족을 잃은 사람이 아니라 전세금을 주지 않기 위해 연락을 받지 않는 무책임한 임대인일 뿐이었다.


멘탈이 터지기 시작했지만 이사 날 나는 집을 깨끗하게 청소했다. 왜 그랬는진 모르겠지만 그러고 싶었다. 멍하니 있는 것보다 어떻게든 몸을 움직여야했다. 아마도 본능인듯 싶었다. 지금까지 지내왔던 집들 모두 그렇게 마무리를 짓기도 했다.


임대인들에 대한 최소한의 보답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임대인은 똥을 뿌리고 올걸이라는 후회도 든다. 또 이사를 도와주러 온 이삿짐센터 기사님의 말도 잊히지 않는다.


자신이 오전 서울 구로 원룸에서 이삿짐을 날라줬는데, 그 집 임차인도 전세금을 모두 받지 못하고 나왔다는 것이었다. 나와 차이점이 있다면 원룸은 건물주인이 한 사람인 다가구였다고 한다. 주인은 구속된 상태로, 이사를 간 집 위층의 주인은 전세금을 모두 받지 못했다고 한다.


아, 전세사기가 남 일이 아니구나.


짐을 모두 차에 싣고 새 집으로 이사오는 길. 그해 첫눈이 왔던 것으로 기억한다. 내 속과 달리 눈이 참 예쁘게도 내렸다. 이삿짐 기사님은 얼이 빠져 있던 내게 위로를 건넸다.


"소송하면 된다", "정신 차리고 있어야 한다"


지금 생각하면 너무나 감사한 말이었지만 당시에는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았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오로지 그 생각뿐이었다.

대략 이러한 풍경이었다. 눈이 어찌나 예쁘게 내리던지.


이사 후 한 달이 다 되도록 짐을 풀지 못했다.


전세사기를 당했다는 자괴감에 움직일 기력이 없었다. 또 당시엔 이직한 지도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육체적으로도 너무나 고됐다. 전세사기 테러, 폭행의 피해자가 되니 내 멘탈을 제대로 챙기지 못했다.


그야말로 지옥이 시작된 것이다. 모든 것이 불구덩이였다. 그저 괴로울 뿐이었다. 이 일의 원인인 임대인은 그저 미안하다고만 했다. 부동산에 집을 내놨다고 했다. 자신도 힘들다고 했다. 집을 사는게 어떠냐고도 회유했다.


전세금을 언제까지 주겠다는 말 없이 다른 말만 했다. '당했구나'라고 생각했다. 눈앞엔 지옥도가 펼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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