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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차권등기명령 신청…"잠깐, 5주나 걸린다고?"

전세사기, 지옥을 버티기로 했다-4

by 교진

2023년 12월 민사소송과 함께 임차권등기를 신청했다.


개인적으로 신청을 해도 되지만 나는 부동산 사장님이 소개 해준 법무사를 찾아갔다. 시간을 아끼고 싶어서였다.


상담을 하러 왔다고 하니, 나를 안쪽 상담실로 안내를 했다. 법무사에게 그동안 내게 일어났던 일을 다시 설명했다. 이게 몇번째 하는 설명인가...다른 사람들한테 계속 말하고 다니니 이젠 술술 나왔다. '내가 이렇게 말을 잘했었나'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임차권등기 신청에 필요한 서류는 등기부등본, 초본 등이다. 비용은 30만원이었다. 생각보다 비싸진 않았지만 법원에서 명령이 떨어지기까지 기다려야 했다.


인천에서 전세사기가 날로 늘고 있어 법원 직원들이 밥먹을 시간이 없다는 이야기까지 돈다고 법무사는 말했다. 그래서 보통 3~4주 걸리지만 5주 이상 밀릴 수 있다는 것이었다.


빠질 기운도 없다. 어쩌겠나. 그냥 기다리는 수 밖에. 접수한 지 정확히 5주 후 인천지방법원은 임차권등기명령을 결정했다.


법무사는 전세사기가 터진 집의 등기부등본에는 약 3~4일 후 임차권 등기사항이 기재된다고 했다. 전세사기 폭탄을 맞은지 약 50일 만에 대항력, 우선변제권을 갖추게 됐다.


그나마 한숨 놓인 순간이었다.


화면 캡처 2025-02-14 003446.jpg 그때 받은 결정문. 참 오래도 걸렸다.


전세사기를 당했다면 우선 임차권등기부터 신청하길 바란다.


이 결정문을 받아야 전세사기 피해자에 대한 지원을 받을 수 있다. 과정은 분명 힘들고 발품을 팔아야 할 때도 있다. 그런데 어떡하나. 이미 쏟아진 물이라고 여기고 새 물을 얻을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법원의 임차권등기 명령이 떨어진 후 난 집 주소를 옮겨도 됐지만 난 갑자기 PTSD를 겪게 됐다. 전입신고는 집 앞 주민센터에 가서 신고만 하면 된다. 절차도 간단하다. 하지만 난 쉽게 하지 못했다.


귀찮거나 바빠서가 아니었다. 잊어버리지도 않았다. 그래서 주민센터 앞에서 서성였던 기억도 있다. 그저 전입신고를 하면 울화가 치밀 것 같다는 생각에서였다. 단순히 화가 나는 정도가 아니라 무너질 것 같은 강박이 들었다.


또 잘 알아보지도 않고 계약을 무작정 해버린 날 너무 자책할 것 같았다. 그래서 못했다.


전세사기는 분명 사람을 망가뜨린다. 그래서 간단한 전입신고마저도 죽을 만큼의 고민을 하게 만든다. 법원이 나의 권리를 세워줬지만 난 '이게 맞는지'라는 의심병까지 들었다. 그만큼 현실감각이 많이 떨어져 있던 때였다.


난 마음 속에서 이러한 전쟁을 몇 번이나 겪은 후 작년 10월 가까스로 전입신고를 완료할 수 있었다. 이사 온지 약 1년 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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