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취준생이 된 윪
토익을 이야기하기 전에, 나의 영어 실패기에 대해서 말해야겠다.
나는 평범한 대한민국의 학생이었으며 조기교육은 파닉스를 배운 초등학교 4학년 때 다닌 영어학원이 전부인 아이다. 그 당시에도 사교육 붐이 일어났지만 아빠는 사교육에 굉장히 반감(사실 돈이 없는 듯)이 있었고 엄마는 꾸역꾸역 영어학원을 보냈다.(정말 인생에서 감사한 일) 여하튼 그렇게 나는 영어를 공부했으며 수능 때까지 영어를 열심히 하고 싶었지만 못하는 학생이었다.
그리고 대학생, 교환학생을 가겠다고 난리 치다가 고려대 외국어 학당에서 하는 토플도 들어보고 인턴하겠다고 난리 치다가 종로에서 유명한 박혜원 선생님 토익도 들어보고 여하튼 별 지랄을 다 했다. 아는 언니들은 한 달이면 토익 800점은 금방 넘던데, 나는 여간 어려웠다. 마지막으로 건대 입구 땡큐 토익 종합반까지 들었다. 이때 몸이 안 좋아서 결국 이것 또한 소용이 없었다. 여하튼, 나의 토익 실패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후회는 하나 있다만 토플 못해도 그냥 점수라도 따 놓을 걸 생각했다. 하지만 생각보다 영어 성적을 위해 투자해야 하는 돈이 많다. 대학을 졸업하면 돈 쓸 일이 없을 줄 알았지? 졸라 많다. 토익 시험 하나당 이제 오만원이 넘어가고 OPIC은 팔만원, 토플은 이십만원............ 실패하면 내 한 달 치킨 2마리 3마리 8마리가 날아간다. 그냥 요즘 자격증은 돈을 백만원 주고 바꾸는 것 같다. 전당포처럼 내 영어성적을 YBM에 맡겨놓고 백만원 주고 다시 받아오는 그런 구조. 후... 토익 공부하려면 학원, 인강, 문제집. 문제집은 또 얼마나 비싸게! 단어장부터 괜히 질 좋은 종이로 만들어가지고, 어차피 다 풀고 찢어 버릴 건데! 굳이 그렇게 좋은 종이를 쓸 필요가 있냐! 비싸게 팔면 좋냐!!!
모두들 다 책장에 다 풀지 못한 토익책이 있을 거라고 분명히 예상한다. 그리고 다시 시험 준비를 할 때마다 새로운 마음으로 새 문제집을 사겠지. 그럼 치킨이 3마리 날아간다. 이렇게 악의 순환처럼 밑빠진 독에 물을 계속 부어 어쨌든 토익 성적을 맞춰야 한다.
우리나라에 유학파부터 영어 조기교육까지. 얼마나 영어 인재들이 많은데, 매번 나는 그 정해진 시험에 열심히 해야 하고 나의 가치를 증명해 내야 한다. 어떤 어른이 요즘은 토익 필요 없어라고 말한다면 그 사람을 멀리했으면 좋겠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젠 기본적인 스펙이고 토익이 없으면 기본이 안 되어 있다고 보는 것 같다.(아임뇌피셜) 여하튼, 자꾸 떨어지다 보면 내가 못 하는 것만 생각하고 보게 되는데 그럼 결국 토익이고 남들 기준에 비해 못 한 게 무엇인지 찾아본다. 그렇게 기준은 상향 평준화되고 대단한 사람들 발끝이라도 따라가려고 노력하는 구조가 된다. 나는 사실 영어를 그렇게 잘 하지 않지만 외국인이랑 소통할 수 있다. 아무런 말이어도 웃길 수 있고 정확한 나의 의사를 표현할 수 있다. 그럼에도 나는 토익이나 다른 영어성적이 좋지 않으면 외국어 실력이 없는 것으로 판명 난다. 그 시험과 내가 맞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이렇게 세상이 맞춰놓은 틀에 내가 맞지 않을 때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누군가는 토익이 쉽고 누군가는 오픽이 쉽고 사람마다 다른 건데, 우린 아직도 네모난 규격을 맞춰놓고 안 맞는 사람은 능력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래서 토익을 하면서 엄청 씁쓸했다. 내가 이 시험 못 친다고 영어 못하는 거 아닌데, 매일 필리핀에 계시는 선생님을 웃기게 하는 유머 감각을 보유했는데, 자꾸만 후회하게 돼서 '-는데'라는 표현을 자주 쓰게 된다.
나는 또 도전한다. 토익에. 어쩔 수 없지 뭐, 할 때까지 해보는 수밖에. 자꾸 위안을 얻는 것은 어떤 경험이어도 나에게 값진 무엇인가를 줄 거라는 믿음이다. 또 이번 도전이 나에게 어떤 선물을 줄지 모르니까. 그렇게 세상을 살아가는 거니까. 나는 또 빙글빙글 도는 레일을 달린다. 하얀 선이 생길 때까지. FINAL이라는 표시를 내가 끊을 때까지. 우리 함께 달려보자고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