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한 순간을 - 함께 사는 세상> 따로 또 함께
▲ 어느 햇살 좋은 날 © Volcano View Hotel & Villas
우리 하루는 거의 루틴(Routine)으로 이루어진다(https://brunch.co.kr/@kyrene/93).
각자 공간에서 자신의 계획에 따라 자유롭게 시간을 보낸다.
남편은 아침을, 나는 저녁을 서로의 취향대로 스스로 차려먹는다.
반면, 점심은 둘이서 꽤 많은 시간을 함께하며 이야기를 나눈다.
하루 중 정찬으로 먹는 한 번의 식사 점심은, 기꺼이 담당하는 나의 일이다.
식단을 정하는 일 역시 전적으로 나의 재량권에 포함된다.
어쩌다 한 번 남편이 묻는다, "오늘 점심 메뉴는 뭔가요?".
이런 날은 거의 어김없이, 특별 메뉴가 등장하는 날이다.
여느 날과 다른 음식을 내 마음에 두고 있을 때, 똑같은 말로 묻는 것이다.
남편의 추천 메뉴에 놀랄 수밖에, "어떻게 알았어요?!" 반사적인 나의 답변이다.
서로 의견을 나눈 적도 없는데, 생각하는 메뉴까지 동일(同一)하다.
우리는 무슨 위대한 발견이라도 한 듯, 하이파이브를 하며 아이들처럼 즐겁다.
때로는, 보편적 상식으로 설명되지 않는 자잘한 경험을 하는 일이 있다.
남편의 추천과 내가 준비할 음식이 저절로 딱 들어맞는, 오늘의 경우가 바로 그렇다.
은퇴 후 별다른 일 없이 날마다 반복되는 일상이 지루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무탈한 보통의 날이 얼마나 큰 감사(感謝)인지 세월이 알려준다.
사소한 에피소드(Episode)가 특별한 이벤트(Event)로 바뀌는 것도 마음먹기에 달렸다.
우리 모두, 작은 행복과 큰 웃음으로 감사 가득한 하루이길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