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한 순간을 - 함께 사는 세상> 공감과 배려
▲ 시애틀의 랜드마크, 스페이스 니들 © Kyrene
워싱턴 주(State of Washington)의 항구 도시, 시애틀(Seattle)은 회의 참석을 위해 처음 방문하는 도시이다. 이곳은 1962년 ‘우주의 시대’를 주제로 한 세계 박람회가 열린 곳이며, 해방 후 한국이 참가한 첫 세계박람회이다. 스페이스 니들(Space Needle)로 잘 알려진 우주선 모양의 전망대가 이때에 세워졌다.
여행지의 고유한 음식이나 독특한 음식점을 경험하는 것은 여행의 즐거움 중 하나이다. 언제나 방문할 음식점을 미리 예약하지만, 이번에는 회의 종료시간이 유동적이어서 예약은 하지 않았다. 오후 늦게 회의를 마치니 벌써 저녁식사 시간이 되어, 시내 야경을 볼 겸 스페이스 니들로 향한다.
전망대에 있는 스카이시티 레스토랑(SkyCity Restaurant)에 가려고 했지만, 예약자 외의 좌석 여유가 없다고 한다. 옆에서 우리를 지켜보던 중년부부가 선뜻 우리에게 동석 의사를 묻는다. 이렇게 고마울 수가! 아내의 생일 기념 저녁식사를 위해 이곳을 다시 찾았다고 신사가 말한다.
엘리베이터로 채 1분도 걸리지 않아 전망대에 오르니 서쪽의 엘리엇 만(Elliott Bay), 시애틀의 도심과 북쪽의 유니온 호수(Lake Union)가 한눈에 들어온다.
풀 서비스 회전 레스토랑, 스카이시티에서 360도 회전하며 도심과 바다를 감상할 수 있다. 서쪽하늘에는 벌써 석양이 저물어 가고, 수채화 같은 구름과 바다 위에 내려앉은 노을이 참으로 아름답다.
선한 마음을 가진 부부의 덕택으로 시애틀의 야경을 여유 있게 감상하고, 그들과 함께 와인을 나누며 밤늦도록 이야기 꽃을 피웠다. 특별한 날을 축하하기 위한 부부 만의 자리에, 흔쾌히 동석을 제안한 그들의 배려로 우리는 잊을 수 없는 추억 하나를 마음에 담았다.
아브라함 계통 종교(Abrahamic religions: 유대교, 이슬람교, 기독교) 등에 등장하는 제7천(7th Heaven)은 신과 천사의 거처이다. 언젠가 보았던 ‘무한의 마법사’에서는 이곳을 ‘아라보트’라고 한다. 세븐스 헤븐이 뜻하는 ‘최고의 행복’까지는 아니더라도, 무척 즐겁고 소중한 순간으로 기억한다.
여행에서 돌아오니 드니스 부부로부터 감사 편지와 함께 기념품이 선물로 도착해 있다. 그날 저녁식사 동석 초대에 대한 작은 감사의 표시로 우리가 전달한 와인에 대한 답례인 듯하다. 그 후 우리는 가끔 연락을 하며 친구로 지내고 있다. 여행은 때때로 이처럼 예상치 못한 값진 선물을 안겨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