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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yros Feb 20. 2024

[독일/노르웨이여행] 공항에서 생긴 일

<안전하고 편안하게 유럽 자동차 여행하기> 북유럽여행

▲  노르웨이 가는 길  © Kyros





프랑크푸르트 공항에서 노르웨이 트롬쇠로 향한다. 한국을 떠난 지 겨우 하루 만에 천국과 지옥을 오간 듯하다고 아내가  말한다. 프랑크푸르트에서 트롬쇠까지 직항으로 겨우 3시간 거리이다. 평생 경험한 모든 비행 중에서 오늘 경험한 단 세 시간의 비행을 위한 모든 과정은 최악이다. 돌아오는 길에 또 한 번 겪어야 할 이 일에 아내의 한숨이 깊다.


 911을 겪은 미국 나들이 수십 년 동안 그 까다로운 공항에서 단 한 번도 경험한 적 없는 이 괴이(怪異)한 보안검색(Security check) 과정, 그 터무니없는 과정을 연출한 그 사람은 지난밤 집에서 무슨 일이 있었길래 이토록 무자비한 행태를 보이고 있느냐는 아내의 말에 공감하지 않을 수 없다.


자기 나라(독일)에서 만들어진 간결한 기내 반입 여행가방(Cabin suitcase, Carry-on bag, 캐리온) 4개가 전부인, 누가 봐도 명쾌한 짐을 모두 풀어헤치고, 칠순 여인의 구두를 벗겨서 털어보고, 다시 신발을 엑스레이에 통과해 보고, 양말까지 더듬어보는 두 남녀!


▲ 공항 보안검색    https://www.frankfurt-airport.com


X-ray 통과에서 어떤 문제도 없고 국제규정에 어긋나는 물품하나 없는데, 도대체 이유가 원지 따져 묻고 싶지만 아내가 한사코 말린다. 솅겐협정(Schengen Agreement) 국가 간의 항공이동인데 협정의 목적과는 딴판으로, 여느 외국 간 국제항공여행 절차보다 더 조잡하고 번잡스럽다. 공항보안검색을 마치 특권으로 여기는 그들에게 따져봐야 일만 복잡해지니 그냥 지켜보자는 아내의 의견대로  결론은 시간낭비와 감정소모뿐이다.


비행기 탑승 시간이 되어 탑승구를 거쳐 기내에서 안정을 취하려 했으나, 바로 비행기에 탑승시키지 않고 다시 밖으로 나가 마을버스 같은 셔틀로 안내되더니 어디론가 데려간다. 캐리온 네 개를 끌고 앉을 공간마저 부족한 작은 셔틀에 태워서 그야말로 경비행기 수준의 비행기가 서있는 활주로 공터에 내려놓는다.


캐리어를 끌 수 있는 램프(Ramp)도 없는 트랩 위로  가방 네 개를 옮기자니 아내의 손을 빌릴 수밖에 없다. 아내는 비행기 입구에 세워 놓은 높다란 트랩 계단 한 칸 한 칸을 젖 먹던 힘을 다 해 오르며 간신히 가방을 들여놓는다.  여성 승객 한 명이 배낭을 짊어지고 유모차에 아이를 태운 채 그 트랩을 오르려는 데도, 승무원 두세 명이 기내 출입구에서 내다보기 만 할 뿐 전혀 도와줄 생각은 없는 듯하다.


▲  프랑크푸르트 ↔ 트롬쇠 직항 탑승트랩에서  © Kyros


만약 한 두 번씩  항공사를 바꿔 가며 환승하는 일정으로 대여섯 시간을 비행하는 항공편을 선택했다면 그 고생은 상상만으로 끔찍하다. 그나마 직항 편을 이용한 것은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스스로 위로한다.


비행기 내부 또한 가관이다. 비행기 앞쪽 좌석 벽면에 “Business Class”라는 명패를 부착해 놓고 3인용 의자에 2인을 앉게 하는 것과 더불어 기내식 또한 볼품이 없다. ‘비즈니스 클래스’는 시골장터를 오가는 만원 버스 클래스다.


▲  프랑크푸르트 ↔ 트롬쇠 직항 비즈니스클래스  © Kyros


대한민국 기내서비스가 새삼 고맙고 그리워지는 순간이다. 친절하고 성실한 승무원이 차려준 훌륭한 음식과 정갈한 식탁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  인천 ↔ 프랑크푸르트 기내식  © Kyros

 

노르웨이 트롬쇠에 도착하니 비행기 밖 풍경은 더욱 심각하다. 메인(Main) 공항건물과 한참 떨어진 출·입국장 건물에는 아예 탑승교(Boarding bridge)가 없다. 활주로에 덩그러니 서 있는 비행기의  트랩을 이용하는 수밖에 없다. 트랩에서 겨우 내려오면 수하물을 끌고 웅덩이에 빗물까지 고인 활주로를 걸어서  출·입국장 건물에 도착하여 입국절차를 거친다. 절차는 의외로 매우 간단하고 신속하다.


▲  트롬쇠 공항 메인 건물로 걸어가는 여행객  © Kyros


비바람 몰아치는 겨울 날씨에 패딩과 털코트를 입은 사람들이 낯설기 그지없다. 삼복더위에서 한겨울로 공간이동이 순식간에 일어난 상황이다. 얼어 죽을 것 같다는 마님의 푸념도 과장이 아니다. 비바람을 맞으며 가방을 끌고 공항 밖  공사판 같은 도로를 한참 걸어서 렌터카 사무실을 찾아가야 한다.


▲  트롬쇠 공항  출·입국장에서 메인 건물로 향하는 공사 중인 도로  © Kyros


우리가 선택한 회사는 사용자 리뷰에 나오는 악평과는 다르게, 직원도 친절하고 매우 신속하게 렌터카 절차를 처리해 준다.


▲  트롬쇠 공항 렌터카 사무실  © Kyr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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