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하고 편안하게 유럽 자동차 여행하기> 북유럽여행
▲ 호텔 앞 밤바다 © Kyros
유럽에서 운전은 처음이기 때문에 테스트 겸 렌터카에 미리 준비한 가민내비(Garmin GPS Navigation), 구글맵과 시직앱(Sygic GPS Navigation App)을 설치하고 예약한 호텔로 향한다.
공항에서 호텔로 가는 길은 특별할 것 없는 고속도로, 내비의 안내대로 우회전하여 시내방향으로 가다 보니 갑자기 컴컴하고 좁은 터널로 진입한다. 몇 분을 달렸을까, 터널 속에서 사거리를 마주한다. 직진하는 도로 양옆으로는 차량이 서 있고, 좌우로 향하는 도로에는 작은 방향표지판이 있으나, 주행 중에 쉽사리 이해가 되지 않아 직진하기로 한다.
터널천정에는 푸른빛의 조명이 보이고 도로 좌우로는 차량이 가득하다. 통행도로가 아닌 주차장이다. 순간 당황하였으나, 계속 직진하려 하니 요금계산기가 차로를 가로막고 있다. 도로우측에 있는 무인주차정산기를 보니 요금이 36 NOK(약 5천 원)이다. 주차티켓을 받고 들어온 것도 아니고 그냥 통과만 했을 뿐인데, 차라리 터널통행료라면 쉽게 납득하겠지만 왠지 모르게 황당하다.
바닷가 호텔에 도착하니 미리 예약해 둔 호텔주차장에 쉽게 주차할 수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다, 물론 주차비는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
저녁과일과 요거트 등을 사기 위해 트롬쇠 중심가의 제법 큰 복합몰을 찾는다. 수퍼마켓은 여느 곳과 별로 다르지 않으나, 정말로 선한 눈과 미소를 지닌 식품점의 한 청년이 필요한 물건을 모두 고를 때까지 따라다니며 미안할 정도로 도움을 준다. 노르웨이 글을 모르니 영어표기가 없는 지역 상품을 선택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소소한 언행이 한 지역과 사회의 첫인상을 결정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아직은 코로나가 유행 중이어서 소독용 알코올을 찾아보았으나 그곳에서 구할 수가 없다. 친절한 그 청년이 인근 건물에 있는 약국을 소개해 주어서 500미리 소독액을 구입할 수 있었다. 유럽상점에서 쇼핑할 때 해당 물건이 그곳에 없는 경우 다른 가게를 친절히 안내하는 점원의 행동은 미국의 여느 상점과 다르지 않다.
미국에 살다가 귀국해서 국내상점에서 느꼈던 큰 차이점의 하나는, 국내 대부분의 상점직원은 자기 가게에 없는 물건을 다른 곳에서 살 수 있도록 안내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물론 동일 체인점의 경우 전산으로 다른 상점의 재고확인이 가능한지 가끔 확인해 주는 일은 있다.
자기가 팔지 못하니 다른 곳에서 파는 것 또한 용납하기 싫은 것일까? 미국이나 유럽의 영업행태가 고객에게 훨씬 더 큰 편리함과 감동을 주곤 한다. 더하여 이러한 문화는 결국 돌고 돌아서 영업자에게 경제적 이익과 좋은 평판으로 되돌아올 것이므로, 우리의 영업문화도 조금씩 변화되기를 기대해 본다.
트롬쇠 시내에서 차로 약 5분 거리에 있는 크지는 않지만 아름다운 호수다. 잔뜩 찌푸린 날씨에도 강아지와 함께 호숫가를 걷는 여인, 혼자 조깅하는 젊은이, 유모차를 밀며 산책하는 여인과 노인들이 호수와 어우러져 참으로 평온하게 느껴진다.
호숫가 주변에 몇몇의 철새와 오리 무리가 한가로이 어울리고 있다. 한 켠에는 마치 둘만의 다정함을 뽐내는 양 한쌍의 새가 호수를 향해 포즈를 취하고 있고, 초가을이지만 이곳의 수목은 제법 가을색이 짙어있다. 호수는 언제 찾아도 우리의 마음을 평온하고 여유롭게 만들어 준다.
북극 대성당(Arctic Cathedral)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으며, 트롬쇠 자치구에 있는 ‘노르웨이 교회’의 교구교회이다. 트롬쇠 시내와 동쪽의 트롬스달렌(Tromsdalen)을 연결하는 트롬쇠교를 건너면 바로 왼쪽의 낮은 언덕 등성이에 있다.
하얀색의 삼각형을 여러 겹으로 마주 겹쳐 놓은 듯한 교회의 모양이 매우 인상적이며 밤바다와 어우러지는 모습이 더욱 아름답다.
시내 야경을 감상할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한 전망대(Utsiktspunkt)로 올라가는 케이블카 정류장(Fjellheisen)도 멀지 않은 곳에 있다.
쇼핑과 시내 구경을 마치고 돌아온 지금은 밤비가 내리는 트롬쇠의 바닷가 호텔이다. 자료 속의 사진에서 우리를 유혹했던 그 모습 그대로다.
그림 같은 야경을 보며 커피 한잔의 여유로 오늘을 돌아보니 마치 아주 긴 시간이 흐른 듯 피곤함이 올려 온다. 오늘 아침에 벌어진 일과 함께 진심으로 많은 날이 흐른 듯 아득하지만, 그래도 무탈하게 우리가 여기에 함께 있으니 감사하다는 아내의 말에 위로가 된다.
현재까지 유럽호텔 중 최대규모의 호텔 조식 뷔페를 만난다. 엄청나게 넓은 푸드바에는 비건을 위한 음식부터 셀 수 없이 많은 식재료와 음식이 차려져 있다.
북극 대성당과 바다가 보이는 창가에 앉아 풍성한 아침 식탁을 즐기는 중에 구름 사이로 아침해가 얼굴을 내민다. 밤비 내리던 트롬쇠가 꿈인 듯하다는 아내는 아침 먹는 일보다 카메라에 해돋이를 담느라 여념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