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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yros Sep 30. 2024

[프랑스여행/안시] 알프스의 베니스, 안시

<안전하고 편안하게 유럽 자동차 여행하기> 서유럽여행

▲  알프스의 베니스, 안시 호수  © Kyros






호텔 아르베지에(Hôtel Arbezie)를 출발하여 약 1시간 20분 거리의 안시(Annecy)로 향한다. 꼬부랑꼬부랑 스위스 산길을 돌아 내려오니 비가 다시 오락가락한다. 낭만적인 호숫가 가로수 길을 따라 비 내리는 호수와 공원을 천천히 드라이브한다. 언제 비가 왔냐는 듯 산허리는 낮은 뭉게구름에 싸여 있다.


▲  비에 젖은 안시 호숫가 가로수 길  © Kyros



▲  비 그친 후 산허리 뭉게구름  © Kyros


호텔 발코니 바로 아래, 푸른 정원 끝자락에 손에 닿을 듯 빨간 보트가 떠 있는 잔잔한 안시 호수가 있다. 침대에 기대어 앉은 채 아담한 산자락으로 둘러진 호수를 감상한다. 내일은 여유롭게 호숫가 산책과 아기자기한 안시 시내를 돌아보고 싶은데, 일기예보는 내일도 비가 내린다.


▲  낮은 산자락에 안긴 안시 호수  © Kyros




알프스의 베니스, 안시(Annecy)


안시(Annecy)는 프랑스 남동부 안시 산맥 기슭에 위치한 인구 약 60만의 도시이다. 구시가지를 가로지르는 아름다운 운하, 청정하기로 소문난 안시 호수(Lac Annecy)와 안시 산맥의 경관 덕분에 ‘알프스의 베니스(La Venise des Alpes)’라는 별명을 얻었다. 인근에 호수와 산을 함께 갖추고 있어서, 다양한 수상·산악·겨울 스포츠를 즐길 수 있기 때문에 관광객은 물론 은퇴 후 활동적인 생활을 원하는 사람들이 선호하는 곳이다. 


▲  부두가 있는 호숫가 패밀리 하우스  © Kyros


2013년 약 5만 명 인구는 3년 후 약 13만 명으로, 10년 후에는 약 60만 명으로 10배 이상 급증하며(출처: https://worldpopulationreview.com) 그 인기를 실감하게 한다. 지리적 위치도 탁월하여, 북쪽의 스위스 제네바(Genève) 약 40분, 서쪽의 프랑스 리옹(Lyon) 약 1시간 40분 그리고 남동쪽의 이탈리아 토리노(Torino)가 약 3시간 30분 거리에 있다.


이른 새벽, 아직 어둠에 잠긴 호수와 잔디 위에 비가 내린다. 어제의 노을이 선물처럼 고맙다. 호텔 조식 중에 바깥 데크에는 낙엽이 흩날리고 굵은 빗줄기가 창문을 때린다. 모처럼 가을을 느끼게 된다. 


▲  비내리는 호수의 아침  © Kyros



▲  가을비 내리는 야외 데크  © Kyros


호텔 정원 잔디밭 가운데 설치되어 있는 목조 사우나에서 나온 사람들이 수영복 차림으로 호수에 들어가 이른 시간에 비를 맞으며 수영을 즐기고 있다. 


▲  호숫가 야외 사우나  © Kyros



▲  사우나하고 수영하고  © Kyros


구름사이로 햇살이 잠시 비치더니 어느새 또 빗줄기가 쏟아진다. 아늑하고 조용한 호숫가 산책은 뒤로하고 차를 타고 호수 전체를 둘러보기로 한다. 도심지는 제법 분주하고, 호숫가의 모습은 무척 다양하다. 보트와 수영을 즐기고, 회전목마를 타는 아이들과 가족이 있고 잔디 위에서도 여유를 즐긴다. 빗줄기가 쏟아지든 햇살이 비치든 아랑곳하지 않는 그들의 일상이다. 호수 주변의 자전거 전용도로는 자전거 행렬이 줄을 잇는다. 


지금까지 경험한 유럽의 거리에서 쏟아지는 빗줄기를 그대로 맞으며 전혀 서두르지 않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된다. 머플러를 멋스럽게 두르고 제법 차려입은 중년신사가 비를 맞으며 걷고 있다. 젖은 머리, 축축한 옷, 물먹은 가죽구두는 어쩔 것인지 쓸데없이 그냥 심난하다, 아내의 표현이다. 그리고 비를 맞는 이유가 여전히 궁금하다. 시도 때도 없이 오다 그치기를 반복하는 게릴라성 비에 적응된 탓이겠지?


과일을 사려고 쇼핑몰에 들어서는데 갑자기 빗줄기가 거세 진다. 잠시 차에서 기다리는데 다른 사람들은 장바구니를 들거나 카트를 밀면서, 쏟아지는 빗속에서 물건을 차에 싣고 젖은 몸으로 운전석에 앉아 여유롭게 떠난다. 비를 피하지도 않고 조금도 서두르는 법이 없는 그들, 한 방울의 비도 맞기 싫은 우리!


오랜 미국생활을 비롯해 여러 나라를 여행하면서도 특별히 한국음식을 그리워하지는 않는다. 자연식을 선호하는 우리 부부의 식성이 그렇다. 그런데 앓고 난 후유증 때문인지 갑자기 맵고 자극적인 음식이 먹고 싶다는 아내의 요청으로, 현지인들과 여행객들에게 인기 높은 일본 라멘 집(Yatta! Ramen Annecy-le-Vieux)에 가보기로 한다. 


규모는 작지만 밝고 활기가 넘치는 내부에는 손님들이 가득하고, 직원은 친절하며 깔끔하다. 아내는 그동안 음식을 거의 먹지 못하고 속이 불편해서 칼칼한 국물을 먹고 싶어 하는데 주문한 라면 국물이 너무 순하다. 고춧가루를 줄 수 있는지 물었더니, 손가락 두 개 정도의 작은 유리병에 담긴 고춧가루와 함께 고추장 종지를 가져다준다. 


진짜 한국 고추장이다. 아내는 너무 반가워 고추장과 고춧가루를 듬뿍 넣은 국물을 정신없이 마셨다, 처음 보는 모습이다. 평소에는 라면을 즐기지 않고 국물은 더더욱 먹지 않는다. 소면은 보통 식사량의 두 배를 먹을 만큼 좋아하는데 라면에는 손이 잘 가지 않는 편이다. 젊은 백인 남녀만 있는 주방에서 부탁하지도 않은 한국고추장을 내준 그들을 오래오래 기억할 것 같다. 


호텔로 돌아오니 비가 멈추고 다시 햇살이 빛난다. 발코니 앞 정원과 호숫가를 산책하는 평온하고 여유로운 시간이 감사하다. 어둠이 내리는 지금, 호수는 물안개에 덮여 있다.


▲  평온한 오후의 한때  © Kyros



▲  어둠이 내리는 호수  © Kyr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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