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하고 편안하게 유럽 자동차 여행하기> 서유럽여행
▲ 니스 해변 석양 © Kyros
밤새 비가 내린 안시(Annecy)의 아침 기온은 10℃ 정도로 서늘하다. 오늘은 니스(Nice)로 향한다. 남쪽 산악지역을 따라 엑상프로방스(Aix-en-Provence)를 경유 하는 최단거리 경로, 남서쪽 도심지를 지나 아비뇽(Avignon)을 경유하여 동쪽으로 향하는 최단시간의 역코스, 남동쪽의 이탈리아 토리노(Torino)를 경유하여 동쪽의 니스에 이르는 3개의 주요 경로가 있다.
우리는 소요시간이나 주행거리가 중간 정도인 토리노 경로를 택하기로 한다. 오래전 일주하였던 이탈리아에 대한 추억도 있고, 러시아워에 상대적으로 덜 혼잡하리라는 예상 때문이다. 안시를 출발하여 약 1시간 30분 거리의 셍-미셀-드-모히엔느(Saint-Michel-de-Maurienne)를 지나니, 프랑스와 이탈리아를 연결하는 프레쥐스 터널(Tunnel routier du Fréjus, 약 13 km)이 나타난다.
이 터널은 프랑스의 모단(Modane)과 이탈리아의 바르도네키아(Bardonecchia) 사이의 코티안 알프스(Cottian Alps) 산맥을 통과한다(출처: https://www.sftrf.fr). 프랑스 쪽에서는 이탈리아 국경을 넘기 전에 통행료 약 8만 원(54.10유로/Class 1 차종)을 징수한다.
터널을 지나 이탈리아에 들어서자 수많은 톨게이트가 카드결제를 기다린다. 이탈리아 국경을 넘어서 중간 경유지인 해안도시 사보나(Savona)까지 3시간여 운전 중에 마을이나 도심지를 거치지 않고 마냥 도로와 터널의 연속이다. 프랑스-이탈리아-프랑스 국경을 넘나들면서 니스에 도착하기 전에 모나코(Principality of Monaco)에 들르기로 한다.
모나코는 인구 약 38,367명(출처: https://www.monacostatistics.mc, 2023년 기준)의 도시 국가이며, 여의도 면적의 약 1/4 크기로 바티칸 시국(Vatican City) 다음의 세계 두 번째로 작은 국가로써 준 입헌 군주제(Semi-constitutional monarch) 형태로 통치된다.
이 지역에 유일한 헤라클레스 사원이 있었기 때문에 ‘외로운 헤라클레스(Lonely Hercules)’라 불리는 이 나라는 카지노, 유명 디자이너 샵(Designer Shop), 호화스러운 바와 클럽이 많은 곳으로 잘 알려져 있다.
프랑스에서 모나코 국경을 지나지만 한 도시의 이 거리에서 저 거리로 넘어가는 느낌이다. 차로 모나코의 중심가와 대공궁 근처를 둘러보는데, 여느 유명 관광지 모습의 상가 밀집지역으로 어수선하고 복잡하다. 음악과 영화에 등장하는 이름만큼 낭만적이지는 않다.
오후 4시경 니스에 도착하니, 여름 성수기가 지나서인지 시내와 해변은 차분하고 조용하다. 지중해에 접한 프랑스 남동부 해안, 프랑스 리비에라(French Riviera, Côte d'Azur)에 위치한 니스는 '아름다운 니스(Nissa La Bella),’ ‘리비에라의 여왕(La Reine de la Côte d'Azur)’이라 불린다.
이탈리아 사르데냐 왕국(Kingdom of Sardinia)에 속했던 니스는 1860년 토리노 조약(Treaty of Turin)에 의해 프랑스에 양도되었다(출처: https://www.britannica.com). 지중해성 기후로 겨울은 온화하고 여름은 쾌적한 편이며 10월 기온은 최고 21℃, 최저 14℃정도이다.
유럽 귀족들의 겨울 휴양지였던 니스는 맑고 푸른 지중해, 험준한 절벽, 모래사장, 다양한 역사유적과 중세마을, 박물관과 갤러리 등으로 유명한 곳이다. 역사적 중요성과 다양한 문화로 인해 니스의 여러 지역과 해변은 2021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출처: https://whc.unesco.org).
발코니에서 바라본 바다 저편에는 벌써 해가 지기 시작한다. 바닷가 산책을 하려고 내려가니 의외로 주변에는 레스토랑이 즐비하다. 해질녘 해변은 늦은 해수욕을 즐기는 가족과 어린아이들의 웃음소리로 활기가 넘친다.
해 저문 바다 건너 도심의 아련한 불빛을 배경으로, 근처 해변은 여전히 불야성을 이루고 여행객들로 분주하다. 때로는 멀리서 바라보는 것이 더 아름답다.
내일은 프랑스 여정의 종착지, 몽생미셸(Mont-Saint-Michel) 가는 길에 북대서양 동안(東岸)에 위치한 치베르타 골프장(Golf de Chiberta)에 들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