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하고 편안하게 유럽 자동차 여행하기> 서유럽여행
▲ 내일은 모른 채, 마냥 황홀한 니스 해변의 석양 © Kyros
니스의 아침은 20℃가 넘는다. 이른 아침 니스 해변을 드라이브하기 위해 나서는데 월요일 아침 출근이 한창인 니스 시내 한 복판에 갇혀버린다. 느릿느릿 자동차가 가득한 도로 옆 해변은 여유롭고 평화롭다. 아이와 함께 산책을 하고 조깅을 하며 자전거를 타는 모습은 교통체증을 잊을 만큼 환하게 빛난다.
복잡한 시가지를 벗어나 주유를 하기 위해 내비에서 안내하는 주유소를 찾는다. 안내와 달리 주유소가 없다. 다음도 그다음도 내비가 알려주는 3개의 주유소는 어디에도 없다. 이미 시내에서 벗어난 주변은 황량한 들판이고, 규모가 대단한 공장 부지에 특수목적의 건물만 띄엄띄엄 서 있다. 내비에는 더 이상의 주유소가 없다.
바로 주유를 하고 바르셀로나로 출발할 예정이어서 연료는 거의 운행할 수 없을 만큼 바닥이다. 긴급출동서비스를 신청해도 최소한 몇 시간을 하염없이 기다려야 하는 프랑스의 업무진행은 일찍이 슬로베니아에서 경험한 바가 있다. 이대로라면 오늘 일정은 물론 호텔예약과 더불어 이후의 모든 여행은 상상조차 하기 싫다.
마님(아내)의 제안으로 건물 중 접근이 가장 용이한 곳에 들어가 안내를 받아 보기로 한다. 공장 뜰에는 거대한 트럭들이 늘어서 있다. 다음 주유소까지 갈 만큼 만이라도 연료를 얻을 수 있을지 사무실을 찾아 들어가 도움을 청해볼 요량이다.
- 마님의 일기 중에서 –
“간절한 미음으로 서방님(남편)을 기다리는데 건물 측면의 거대한 셔터 두 곳이 서서히 올라가더니 서방님과 기계공 한 사람의 모습이 드러난다. 아직 이른 시간인데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듯해서 일단 이동은 할 수 있을 것 같다. 막막함이 사라지고 한숨 돌리고 나니 순간 현기증이 일어난다.”
정비사 복장의 직원이 엄청난 크기의 탱크를 열고 우리 차에 연료를 채운다. 바르셀로나에 가고도 남을 만큼 가득 채워져 있다. 이른 시간에 갑작스레 들이닥친 낯선 이방인에게 절실한 도움을 기꺼이 제공해 주는 선한 미소의 주인공은 ‘끌레망(Clément)’이다. 금전으로 환산할 수 없는 고마움이지만 그래도 사례를 한 후 우리는 그에게 거듭거듭 인사를 건네고 자리를 뜬다.
갑자기 들어선 황량한 들판에서 우리에게 도움을 베푼 ‘은인’ 끌레망을 만난 동네 근처에 Mas Saint Gabriel이 있다. 세상에 이런 일도 우리에게 일어난다. 이곳은 프랑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