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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팟캐김 Jan 11. 2023

오늘도 '글 하나' 마감했습니다

'내일의 나'가 '오늘의 나'보다 성장해야하는 이유 

"휴..." 


오늘 아침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제 저녁에 보낸 원고가 플랫폼(B플랫폼)에 잘 실린 것을 담당자로부터 확인했다. 구체적인 피드백은 없었으나, '잘 부탁한다'라는 당부를 들었다. 이렇게 또 '나만의 한 프로젝트'가 마감이 됐다. 



지난해 여름부터 투자 관련 플랫폼(A플랫폼)에 기고를 하고 있다. 기고가 글쓴이의 주관과 주장이 들어간 것이니, 기고라기보다는 '투자 관련 자문 글'이라고 하자. 경제와 금융에 관련된 글을 넣고 있다. 


지난해말부터는 새 플랫폼(B플랫폼)이 하나 추가됐다. 이 플랫폼은 유료 플랫폼으로 월 정액요금을 내야 글을 읽을 수 있다. 대부분 투자 관련 기고를 받는 플랫폼은 본업이 따로 있고, 본인들의 서비스를 이용하는 이용자들에게 '호혜' 측면에서 콘텐츠를 제공한다. 그런데 여기(B플랫폼)는 '콘텐츠'가 본업이자 주수입원이다. 더 신경이 쓰일 수 밖에 없다. 최소한 '돈 내고 보는데 아깝다'라는 생각은 들지 않아야 하지 않겠나. 


그나마 다행인 것은 10여년 넘게 글을 쓰고 그 글을 중간 과정에서 피드백을 받고(고통스러운 시간이다) 대중에게 알려지는 일을 했다는 점이다. (데스킹, 편집회의, 댓글 등을 통해) 내 글에 대한 가감없는 피드백에 익숙해 있다고 하나, 늘 힘겨웠다. 그 벽을 넘는 게 말이다. 


글에 관해서 꾸지람이 덜 해진 요즘도 비슷하다. 내가 잘 쓰고 있는지, 혹은 이상하게 보이는 것은 아닌지 궁금한데, 이에 대한 의견이 예전보다 덜 나오고 있지만, 다른 맥락에서 '불안하다.' 어느새 10여년 넘는 차장급 연차 기자가 되다보니 조직에서 '포기한 것'인지 , 공연히 내 기분을 나쁘게 할 생각이 없어서 그런 것인지 모르겠다. 그래서 불안하다. 


10여년전 초년생 때 모습 


어느 경지에 올라 성장을 하려면 '나'를 객관적인 시선에서 바라보고 피드백을 해줄 사람이 필요한데 말이다. 거의 모든 정상급 프로선수들이 개인 코치를 두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이유다. 내 옆에서 가감없이 피드백을 해줄 만한 사람. 


운동이란 영역을 지나 업무라는 영역에 들어오면 세월이 지날 수록 '이런 사람'이 줄어든다.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나의 성장을 이끌어줄 사람이다. (멘토 혹은 선배들은 조직에서 떠나기 마련이다.. 물론 상처에도 굳건해야 성장하겠지만.) 


물론 나 자신 또한 자기 주관 또한 강해지다보니, 피드백을 주려는 사람도 어느 정도 마음의 준비를 해야하는 이유도 있을 것이다. 자칫 분쟁이나 의견 충돌로 이어질 수 있으니...  


그 전에는 후배들에게 '단순히 피드백을 전해주고자' 가감없는 의견을 전달했다. 그들이 어떻게 생각했는지, 혹은 마음의 상처를 받았는지 알 수 없지만, 그게 옳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최근 들어서는 그것보다는, '납득이 우선이 아닐까 싶다'라는 생각을 한다. 기자로 입문한 친구들이 왜 '피드백'을 받고 '본인 역량에 대해서 꼼꼼히 생각해야하는지'다. '나는 그래도 글을 잘 쓴다'라는 자기들만의 자부심을 내려놓게 만들 이유 말이다. 


난 이런 예를 든다. 취미로 축구를 하는 조기축구 회원들도 전국민 대상으로 보면 10%, 아니 5% 위의 축구 실력을 가졌다고. 보통 사람과 비교하면 '엄청'까진 아니더라도 '잘한다' 평가를 받을 수 있다. 


프로의 세계에 들어간다면 어떨까? 얘기는 달라진다. 돈을 받고 경기를 뛰는 사람들이 가득한 세계에서는 그 정도 실력이면 퇴출이다. 어릴 적 천재라고 불렸던 수많은 유망주들 대부분이 꽃을 못피우는 곳이 바로 그곳이다. 재능 외 수많은 변수가 작용하는 곳이다. 프로 세계 입문전 가졌던 '자기자부심'을 내려놓아야 하는 이유다. 자기자부심을 내려놓은 다음에 온전한 피드백을 받을 때 성장이 가능해진다.  


커리어에 있어서 어느 정도 정점에 있는 일반 기자는 어떻게 해야할까? 일류 프로선수처럼 개인 코치를 고용할 수도 없다. 다른 고수들을 찾아다니면서 '내 글 피드백좀 해주세요'라고 말하기도 어렵다. 그런 다른 누군가가 있으면 감사할 따름이다. 


결국 이게 아닐까. 오늘의 나보다 더 '보는 눈'에 있어 '더 성장해 있을 나'가 돼야한다는 것. 자기 객관화에 기반해 나를 바라 볼 수 있을 '또다른 나'다. 후배나 다른 이들의 글을 가감없이 피드백하던 잣대를 고스란히 '어제의 나'에게 들이댈 수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실제 과거 내가 쓴 글을 보다보면 부끄러워질 때가 많다. '왜 이렇게 썼을까', '더 잘 쓸 수 있었을 텐데', '이것조차 몰랐을까' 등. 공통적으로 수많은 기자들이 과거 본인들의 기사나 글을 보면서 느끼는 것이기도 하다. 그만큼 '그들이 성장한 눈으로 과거의 자신을 본다'는 얘기가 되고. 


결국에는 '내일의 나'에 부끄럽지 않게 '오늘의 나'에 충실하게 써야하지 않을까? '오늘의 나'에 부족함을 보고 자각하려면, 그만큼 '내일의 나'는 성장해 있어야 한다. 좋은 글을 많이 읽고 끊임없이 공부를 하면서, 나에 대한 피드백에 민감해야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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