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도급 로봇이 아니라 파트너로
AI 음성변환 서비스를 구독하고 음성콘텐츠를 제작해 봤습니다. (취미 중 하나입니다. 생업이 아니고.) 텍스트를 음성으로 전환해 주는 TTS(text to speech) 기능을 활용한 것인데요, 녹음 과정에 따른 시간을 상당히 아껴줍니다. 대신 저는 원고 작성과 편집에 시간을 좀 더 들일 수 있습니다. AI라고 해도 귀에 콱콱 박아주는 딕션 덕분에 제 고민도 덜 수 있었습니다. 발음과 흐름, 음색 등에서 아마추어적인 부분에 대한 고민이 컸기 때문입니다.
청취자들의 반응과는 별개로 생산성 측면에서 상당히 나은 결과치를 보입니다.
https://audioclip.naver.com/channels/444/clips/511
AI의 TTS를 이용하기 시작한 2월에만 이런 콘텐츠를 5개 만들었습니다. 여러 일로 바빴던 1월에는 한 개도 못 만들었고 12월에는 고작 3개였는데 말이죠. 그전에는 한동안 못 만들었고.
처음에는 AI를 하도급 업체 정도로 생각했습니다. 5분여 걸리는 텍스트->음성 변환 속도라면, 그간 음성콘텐츠로 못 만들었던 여러 원고를 찍어내듯 만들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나온 결과물은 별로였죠. 벽이 얘기하는 느낌이라고 할까나.
이후 좀 생각을 달리해서 AI를 하도급 로봇이 아니라 '동반자' 혹은 '파트너'로 생각을 하기로 했습니다. 인간과 AI의 역할을 분업화했다고나 할까요. AI는 전문 아나운서 못지않은 음색과 딕션으로 제 글을 '녹음'해주고 저는 녹음 과정에 투입할 시간을 아껴 콘텐츠의 완성도를 높이는 식이죠. 원고 제작과 구성 등에 있어서는 인간인 제가 주도를 하고 말이죠. 요새는 ChatGPT에 이것저것 물어보고 참조를 합니다. (ChatGPT 역시 그가 만든 텍스트를 온전히 홀랑 쓰기에는 문제가 있습니다. 내가 부족한 부분을 메워준다는 생각으로 임해야죠.)
결과적으로 봤을 때, 제가 느끼는 만족도는 그전보다 높아졌습니다. 생산성이 높아졌고 콘텐츠의 질적 측면에서 상당히 높아진 것이죠. 2018년 김태수 네오사피엔스 대표와 인터뷰를 하면서 들었던 얘기를 저도 이제 좀 응용할 수 있게 된 듯합니다.
이런 측면에서 봤을 때, AI는 1인 콘텐츠 창작자의 생산성을 상당히 높여주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봅니다. 시간과 비용을 아껴주는 것이죠. 물론 그 1인 콘텐츠 창작자가 얼마만큼의 질 높은 글을 쓰고 인사이트를 담는가는 별개의 문제가 되겠지만. AI가 일하면서 확보하게 된 시간을 얼마만큼 잘 쓰냐가 앞으로의 또 과제가 될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