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보니'라는 말이 맞을 것 같다. 2년이라는 길지 않은 시간에 책 3권을 냈으니. 2021년에 7월에 한 권, 2023년 5월과 6월에 한 권씩 나왔다. 운 좋게도 출판사에서 먼저 책을 쓰자는 제의를 했고, 어쩌다 보니 책을 3권을 내게 됐다. 책 판매량과 별개로, 남들은 평생 한 권 내기도 힘든 책을 3권이나 쓰게 된 것만 보면 뿌듯한 것도 사실이다. 초판 재고로 골머리를 썩어야 하는 출판사에 좀 미안할 뿐.
이번 편은 책을 쓰게 된 비결이라기보다는, 책을 쓰고 유통하고 마케팅 과정에 참여하면서 느꼈던 부분을 서술해 보겠다. 각자 처한 상황이 다르고, 내 입장에서는 '운'이 좋았기에 가능한 것이기에 '비결' 따위를 자랑하고 싶지는 않다.
1. 처한 환경
일단 짚고 넘어가야 할 게 있다. 사실 나는 다른 이들보다 출판사에 노출되기 유리한 환경이라는 점 말이다. 매일 남들에게 보이는 글(이른바 기사)을 쓰는 게 직업이다 보니, 10년 넘게 매일 원고지 기준 수십 매의 글을 썼다. 바로바로 여러 사실을 나열해 전달하는 기사부터 전망과 예측, 분석 기사까지 써 왔다.
이렇게 쓴 기사는 여러 사람의 내부 평가를 받는다. 가까이로는 데스크, 멀리로는 국장, 사장까지 있다. 지면에 기사가 나간다는 특성 탓에 타 부서 데스크나 차장들의 의견도 듣는다. 보통은 칭찬보다 질책이 많다.
기사 출고 후에는 독자들의 평가를 받는다. 요새는 포털 사이트 방문자라고 할 수 있다. 그들은 댓글은 남기고 평가한다. 여기서도 잘했다 칭찬보다는 질책성 댓글이 더 많다. 때로는 조롱도 받는다.
전문 작가들과 결은 다르지만 매일매일 훈련받듯이 글을 쓴다. 일반 직장인과는 분명 다른 환경이다. 절대적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매일매일 일정 분량 글을 채워 나가고 최종적으로 책을 만드는 것에 더 익숙해질 수 있다.
본인이 쓴 글에 대한 노출도 비교적 쉽다. 누군가는 쉽게 내가 쓴 글을 읽을 수 있고, 그게 출판사 편집자가 될 수 있다. 특정 전문 분야에 있어 디테일한 글을 써주는 사람을 찾을 때, 그 분야 취재 기사를 쓰는 사람은 알맞은 저자 후보가 될 수 있다. 확실히 일반 직장인보다는 유리할 수밖에 없다.
2. 첫 책을 쓰게 됐던 행운
출판사들은 어디 책을 쓸 사람 없을까 부지런히 찾아본다. 신중하게 고를 수밖에 없다. 한 권의 책을 낸다는 것은 중형차 한 대 가격과 맞먹는 투자를 해야 한다. 저자 인세 외 편집과 인쇄 등에 드는 인건비 등 부담이 크다. 종이 등 재료비도 물론이고. 저자를 잘못 골랐다가 일정이라도 꼬이면 출판사 입장에서는 큰 손해이기 때문에 '믿고 맡길 만한 저자'를 찾는다.
믿고 맡길 만한 저자의 첫 번째는 잘 알려진 대중작가인 듯하다. 다수의 책을 써본 사람이라면 출판사 생리를 알고, 편집자와 생길 수 있는 여러 가지 스트레스도 잘 버틸 수 있을 사람이다. 자동 레퍼런스 체크가 된 사람들이라고 할까.
매체나 신문에 정기적으로 칼럼을 기고하는 사람도 이에 해당된다. 매체에 글이 실린다는 것은 어느 정도 '글 쓰는 역량'이 담보된다는 뜻이니까. 특히 중앙 언론사들의 필진에 대해서는 신뢰가 높은 편이다. 언론사가 괜히 이들을 필진으로 구성한 게 아닐 테니까.
요새는 이것도 많이 바뀌어서 수십만 구독자와 팬층을 갖춘 구독자가 1순위가 된 듯하다. 혹자는 유명 유튜버들은 출판사의 출판 제의 메일을 수도 없이 받는다고 한다. 대중적으로 유명하면서 어느 정도의 판매고가 보장되니까.
나는 위 사항에 다 해당되지 않는다. 매일 글을 쓴다고 하지만 특별히 재미난 글은 아니다. 내가 쓰고 싶어 하는 글과도 거리가 있다. 유려하기 글을 쓸 실력이 되지 못할뿐더러, 기사라는 것 자체가 '메시지 전달'의 본능에 충실해야 하기 때문이다. 기자들의 주관이 들어간다고 하지만, 독자가 보고 알고 느낄 수 있도록 사실 위주로 전달해야 한다.
그나마 다행이었던 게 토요일마다 칼럼처럼 글을 써 왔다는 것. 내가 있는 회사에서 주말 클릭수 증가를 위해 각 기자들에게 주말용 기사나 글을 요구해 왔다. 처음에는 다들 귀찮아했던 게 사실이다. 나도 마찬가지였고.
다만 나는 이왕 하는 거 내가 쓰고 싶은 것을 재미나게 써보자는 것이었다. 그래서 2020~2021년까지 주말마다 '김유성의 금융cast'라는 것을 네이버 뉴스 등에 올렸다. 내가 고른 소재로 내가 쓰고 싶은 대로 쓰다 보니 애정을 많이 쏟았다. (덕분에 토요일 오전 시간에는 늘 글 쓰는 스트레스에 시달려야 했다.)
이 중 하나 얻어걸린 글이 있다. 공매도에 대해서 쓴 것인데 이게 출판사 편집자 눈에 딱 걸렸다.
https://www2.edaily.co.kr/news/read?newsId=01469446628918376&mediaCodeNo=257
회사를 통해 책을 써보자는 제안을 받았고, 첫 책을 썼던 게 '금융초보자들이 가장 알고 싶어 하는 질문 톱 80'이었다.
3. 일반 직장인이라면?
일반 직장인도 책을 쓸 수 있는 여건은 분명히 있다. 먼저 유념해야 할 점은 본인만의 확실한 채널을 갖고 있는가이다. 앞서 대형 유튜버가 출판사 저자 섭외 1~2순위라고 했는데, 얼마 전까지는 대형 블로거였다. 지금도 마찬가지이긴 하지만~. 자신만의 블로그가 있고 장기간 관리해 왔고, 독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내용이라면 분명 출판사 편집자들의 레이더 안에 든다. 오늘도 저자들은 '뭔가 좀 팔릴만한 저자가 없을까'라면서 웹 서핑을 하고 있다.
문제는 시간이다. 블로그 하나 키우는 것도 수년의 시간이 걸린다. 영상을 찍고 편집하는 유튜버보다야 손이 덜 가겠지만, 매일매일 글을 쓴다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구독자 모으기도 쉽지 않고. 들여야 하는 시간과 수고가 만만치 않다.
책을 쓰고 싶지만 조금이라도 시간을 단축하고픈 사람이 있다면, 추천하는 플랫폼이 브런치다. 브런치는 정말로 많은 출판사 편집자들이 들여다보는 플랫폼이다. 기자를 비롯한 수많은 전문가들이 소소하게 글을 쓰는 곳이 브런치인 데다 이 플랫폼은 태생부터 출판을 염두에 뒀다. 여기 글 쓰는 사람들도 그래서 '블로거'가 아니라 '작가'라고 불린다.
게다가 주기적으로 작가 발굴 프로젝트 등을 여러 출판사와 한다. 경쟁률이 엄청난 게 단점이지만, 새로운 작가가 발굴되는 등용문이 된 듯하다. 브런치에서 선정돼 출판된 글은 또 마케팅 등에 여러 이점을 얻기도 한다. 교보문고 등 서점과도 제휴해 진행하니까. (현재는 어떻게 하는지 잘 모른다.)
나도 브런치를 통해 기고를 할 수 있는 플랫폼을 소개받았고, 세 번째 책을 내는 출판사와 연결이 됐다. 내가 브런치에 올린 글을 보고 줌투자에서 유료 기고 제의를 했고, 경이로움에서 금리 관련 책을 쓰자고 제안을 했다. 나로서는 브런치가 쏠쏠한 플랫폼임에 틀림이 없다.
줌투자 플랫폼 내 내 채널
https://invest.zum.com/investment/author/43?cm=invest_investment_author&r=15
4. 책을 쓰면서 느낀 점
3권의 책 모두 초보자나 입문자를 위한 책이다. 깊이 있는 지식과 인사이트를 전달하는 내용은 아니라는 얘기다. 수많은 전문가들이 이 책을 보고 어떻게 평가하고 느낄지 생각하면 얼굴이 화끈거리기도 한다. 어느 정도 내 생각과 인사이트가 들어갔다고는 하지만, 전적으로 '내 책입니다' 하기에는 부족한 부분이 있다.
또 한 가지 고백하고 싶은 것 하나. 책을 쓰면서 '내가 정말 공부가 많이 필요하구나'라는 것을 느꼈다는 점이다. 챗GPT 관련돼 인공지능에 대한 자료를 모을 때도 그렇고, 금리 관련 내용을 구성하면서 '내가 모르는 게 정말로 많다'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시장에서 평가되는 저자로서의 내 브랜드 가치에 대해 생각해 봤다. 글 쓰는 기자라고 대접받을 때도 있지만, 그것은 우물 안의 개구리일 뿐. 대중적으로 봤을 때는 철저히 무명이란 점이다. 대중 독자가 신뢰할 수 있을 만한 학력이나 전문지식에 대한 소양도 부족하다는 것도 새삼 느꼈다. 겸손하게 살아야 하는 이유 하나를 또 발견한 것이기도 하다.
앞으로도 기회가 되면 책을 쓰겠지만, 공부를 좀 더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대학원 등을 가서 전문화된 지식을 쌓고... 대중들이 '나 자신'에 대해 보다 신뢰할 수 있는 여러 근거를 마련하려고 한다. 40 중반을 바라보는 시점에서 '또 다른 성장'의 기점이 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