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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심한 선언 '나 피아노 배워볼래'

마흔 가까운 '돈 들어가는 취미생활', 아내에게 재가를 얻다

by 팟캐김

"나 다시 피아노 배워볼래."


내 인생에 있어 언제나 쌈박한 조언을 주는 와이파이님한테 소심하게 선언했다. 일전에도 힌트를 줬던터라 쉽게 알아들을 줄 알았다. 그런데 여러 다른 화제와 섞여 '못 들은 상황'이 됐다. 다시금 말해야되는 상황.


피아노라. 9살때 1년정도 피아노학원을 다녔으니, 무려 30년전이다. 89년인가. 88 서울올림픽 이후 30년만의 큰 결심. 취미생활의 하나 더 추가. 12년 공교육 속에 음표 볼 줄 안다는 게 그나마 다행이었다.


피아노를 다시금 배워보기 위해서는 내 상태를 점검해볼 필요가 있었다. 먼저는 예산과 시간이다.


예산은 오디오클립에서 들어온 포인트로 한두달 가능해보였다. 어느정도 익숙해지면 유튜브를 통해서 독학도 가능해보였다. 그러려면 전자피아노를 사서 집안에 들여야 한다. 이것도 예산과 집안 내 공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와이프의 재가가 있어야 한다.


두번째는 시간. 주말 오전 시간을 공략해보기로 했다. 그리고 일주일에 한두번 정도 시간이 나 30분 정도 연습해볼 수 있다면 어떨까.


현재 출입처 일에 어느정도 익어서 심야 시간에 짬을 낼 수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희망도 갖게 됐다. 한가해서 하는 게 아니라, 잡스러운 저녁 미팅 시간을 줄이거나, 단지 과거 인연에 붙잡혀서 시간낭비하지 않으면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고 봤다.


초반 기초는 학원에서 닦기로 했다. 초반에 능숙자의 가이드 없이 혼자 했다가 '나쁜 버릇'이 나도 모르게 생길 수 있다. 자세 등에 있어서 말이다. 그리고 초반 시행 착오와 시간 낭비를 줄여줄 누군가가 필요했다.

아내에게 다시 말했다. 이번엔 스타벅스 안이었다.


"나 다시 피아노 배워볼래. 학원 다녀볼까 생각중이야."


한쪽 귀가 쫑긋 올라가는 게 보였다. 내 눈빛을 통해 농담인지 진담인지 파악하려는 것도 보였다. '장난 아니다'라는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학원비 등의 예산에 있어서는 따로 마련하겠다고 전했다. 가계에 부담이 가지 않겠다고 했다. (사실 와이프 몰래 산 프로그램 비용을 어떻게 메워야 하나 걱정을 하고 있었다.)


'그러라'는 말을 와이프님으로부터 들었다. '한 달에 강습료가 얼마 하겠는가'라는 막연한 생각과, 하다가 그만둘 것이라는 생각을 했을 것이라.


사실 현재로서는 그럴 가능성이 높다. 미취학 아들들은 집에만 오면 아빠에게 '같이 놀 시간'을 요구하고 있다. 사람들도 만나야 하고 사회활동도 펼쳐야 한다. 기존에 하던 '팟캐스트' 활동에도 지장이 없어야 한다. 과도하게 많다면 좀 줄여야할 상황.


둘째.jpg 날뛰는 둘째. 만 3살인 둘째 아들이 이런다. (침대 위에서 뛰는 것) 첫째 아들도 만만치 않다. 밑의 집 새댁에게는 늘 미안함.


그래도 할 수 있는 데까지는 해봐야할 상황이 아닌가. 피아노를 배워보기로 결심했고, 입 밖으로 내뱉었으니, 이제 실제 실현 가능할 만한 수단과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일차적으로는 피아노부터 먼저 사는 것. 하지만 자칫 피아노 값 수십만원을 날릴 수 있다. 언제든 난 포기할 수 있으니까. '막연히 하고 싶다'라는 동경심이 80%인 상황이다. 강력한 의지도 한 달이면 꺾인다. 동기 부여를 해줄 멘토가 필요하다. 백지부터 다시 시작하는데 방향성을 잡아줄 사람이 있어야 한다.


다시금 말하지만 최종 목표는 피아노가 취미생활 중 하나가 되고, 번듯한 곡 하나를 치는 것. 그리고 화성 등 음악에 대한 교양을 넓혀 작곡에 응용하자는 데 있다.


그리고 그 작곡한 곡은 팟캐스트 배경음악으로 일차적으로 쓰인다. 그리고 '사회적인 나 자신'을 형성하는 하나의 변인이 된다. '피아노도 치고 작곡을 하면서 팟캐스트도 편집제작하는 기자양반'으로 말이다. 은퇴 이후 내 삶을 지치지 않게 만드는 하나의 도구가 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도 한다.


나이 마흔에 가까워져서 하는 것이니 기초로만 3개월 잡고, 연주곡 하나 마스터하는데 반년정도 걸리지 않을까. 1년 정도 지나면 어느정도 치게 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을 갖고 학원부터 알아보기로 했다.


그리고 떨리는 마음으로 네이버 검색을 하고, 집에서 가장 가까운 피아노 학원에 전화를 걸었다.


"뚜~ 뚜~ 뚜~~ "


전화를 안받는다. 무슨 일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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