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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팟캐김 Sep 11. 2024

조금 더 쉽게 설명해 보는 채권과 금리와의 관계

경제학적으로 왜 금리와 가격은 역으로 움직일까 

오랜만에 금융 관련해서 글을 써 봅니다. 금융과 무관한 출입처에 계속 있다 보니 '쌓이는 지식'이 없어서 그런 이유가 큽니다만, 오늘은 좀 '고상한 내용'을 쉽게 써 보려고 합니다. 채권 금리와 채권 가격에 대한 내용입니다. 


우리는 상식적으로 채권 가격과 금리는 반대로 움직인다고 말했습니다. 채권 가격이 오르면 금리는 떨어지고, 반대로 채권 가격이 떨어지면 금리는 하락한다고요. 경제 콘텐츠에 관심이 있고 채권 메커니즘에 기본적 이해가 있으신 분들은 이 부분에 대한 이해가 쉽고 설명도 할 수 있습니다. '금리=수익률'이라는 개념으로 봤을 때죠. 


이미지 출처 : KB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는 채권 금리와 가격 관계 


이런 설명 방식은 대중적으로 설명하기 쉽습니다. 액면가에서 나오는 이자(쿠폰)는 고정돼 있다는 가정 아래 채권 가격을 모수(분모)로 설정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 예로 액면가(발행가) 1000원인 채권의 이자가 매해 100원씩 지급한다고 가정해 봅시다. 이때 연 이자율은 10%가 됩니다. 팔지 않고 그대로 갖고 있는다면 매해 100원씩 벌죠. 만약 이자 100원을 받고 1년 만에 액면가 1000원을 받고 팔게 되면 수익률은 10%가 됩니다. 


채권을 살 때 내가 투자한 돈은 1000원이고, 이에 따른 이자로 벌게 된 돈 100원을 더하면 1년 뒤 내가 손에 쥘 돈은 1100원입니다. 단순 계산으로 1년 동안 벌게 된 돈이 100원입니다. 


그런데 채권의 액면가(고정된 발행가)와 별개로 시장 가격이란 게 있습니다. 채권 시장에 나와 팔리는 가격을 뜻합니다. 이 가격은 채권 시장의 수요와 곡선, 채권 투자 매력도에 따라 바뀝니다. 이 투자 매력도는 '수익을 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지만 '부도가 날 확률이 낮다'라는 예상도 같이 있습니다. 채권 자산이라면 후자가 더 중요합니다. 


따라서 사겠다는 사람이 많아지면 액면가 이상으로 사려는 사람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안 팔리면 액면가 이하로 팔릴 수 있게 되는 것이죠. 


다시 내가 채권을 1000원 주고 샀다고 칩시다. 이자는 100원을 줍니다. 이자율은 10%인 것이죠. 1년 뒤 이자를 100원을 받았는데, 이 채권 가격이 올랐습니다. 이때 가격을 1050원이라고 가정하겠습니다. 이자 외 채권을 팔아 생긴 50원이 추가 수익으로 발생했습니다.  


따라서 제가 거둔 1년 동안의 수익은 1000원을 투자해서 이자로 얻은 수익 100원에, 채권 매도 차익으로 얻은 50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세금 등은 가정하지 않겠습니다.) 합이 150원입니다. 이에 따라 내가 1000원을 채권에 투자해 얻은 수익률은 15%가 됩니다. 채권 투자에 있어 매도 가격에 따라 수익률이 크게 좌우된다는 얘기입니다.  


(따라서 '이자율=수익률'은 정말 다른 개념입니다. 엄밀히 봤을 때 말이죠.) 


그럼 저로부터 채권을 1050원에 산 사람이 있다고 가정해 봅시다. 이 채권은 이표채로 고정적인 이자를 지급합니다. 연 100원이란 것을 아까 말씀드렸고요. 이 채권을 보유함으로써 얻게 되는 이자수익률은 9.52%가 됩니다. (액면가와 무관하게) 채권 가격은 1050원으로 올랐는데 금리라고 표기할 수 있는 이자수익률은 떨어진 것입니다. 


1. 이런 가정 아래, 이해하기 쉽게 최대한 단순하게 다시 설명드리자면, '고정된 채권 이자'를 '분자'로 '변화하는 채권 가격'이 '분모'에 위치해 있다 보니까, 채권 가격과 금리는 '반비례' 관계를 갖게 됩니다. 


2. 이자율과 수익률을 혼동해서는 안됩니다. 앞서 제가 저질렀던 실수이기도 합니다. 수익률은 '매수와 매도' 혹은 '매수와 만기' 시점을 고려해서 얻게 되는 총이득을 뜻합니다. 여기에는 이자수익이 들어가고 매입가 대비 매도차익 등이 포함됩니다. 


3. 채권시장에서 결정되는 이자수익률은 새롭게 발행되는 비슷한 매력의 채권의 금리의 참조 지표가 됩니다. 따라서 채권 시장에서 이자수익률에 따라 시중 채권 발행금리가 영향을 받게 됩니다. 


다만 이렇게 채권 가격과 금리를 이해하는 것은 여러 약점이 있습니다. 이 중 하나가 장기채와 단기채 구분에 따른 채권 가격·금리 움직임을 잘 설명하지 못한다는 데 있습니다. 


(물론 이것도 경험적으로 뭉뚱그려 설명할 수 있습니다. ''장기채'는 만기까지 꽤 오랜 기간이 남아 있고, 떼일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더 커서 가격 변화 폭이 크다' 식으로 말이죠.) 


◇화폐에 있어 중요한 현재가치와 미래가치 


경제학자들은 채권 이자율과 수익률, 가격을 어떻게 볼까요. 지금부터의 내용은 프레드릭 미쉬킨이 쓴 '화폐와 금융' 책에서 보고 배운 내용으로 말씀드려 보겠습니다. 


채권 이자율과 수익률, 가격 등을 알기 위해서는 전제해야 할 게 두 가지가 있습니다. 우선은 내가 갖고 있는 화폐 가치가 '상식적으로 봤을 때' 시간이 지날수록 하락한다는 점입니다. 1000원이란 돈이 갖고 있는 '현재가치'보다 1년 뒤 혹은 그 이후에 있을 '미래가치'가 떨어진다는 것이죠. 


앞에 '상식적으로 봤을 때' 전제를 붙인 이유는 실생활에서도 화폐가치는 떨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굳이 채권이라는 고상한 개념을 가져다 붙이지 않아도, '인플레이션'에 따라 화폐가치는 떨어집니다. 1990년대 자장면을 사 먹을 수 있는 돈 2000원과 보름달빵 하나 사 먹기 쉽지 않은 지금 돈 2000원의 가치가 다른 것처럼요. 


따라서 지금 채권의 가치(가격)는 액면가와 미래에 받을 '이자에 대한 미래가치'가 합쳐져 메겨지게 됩니다. 만기가 되면 채권에 표기된 액면가와 그간의 이자를 더해서 나타난 게 '현재 채권 가격' 혹은 '현재 채권의 가치'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가정할 게 매해 받는 100원의 가치가 다르다는 점입니다. 100원이라는 '고정된 돈'을 받지만, 실은 그 화폐 가치가 떨어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첫해는 100원의 이자를 받고, 두 번째 해도 100원의 이자를 받지만, 그 가치는 10%만큼 떨어져 있습니다. 이를 현재가치(첫해가치)로 환산하면 90.9원이 되어 있습니다. 다시 말하자면 1년 뒤 100원의 가치는 지금 90.9원의 가치와 동일하다는 얘기입니다. 


그 뒤 1년 뒤 100원의 가치는 10%만큼 더 하락해 있을 것이고요. 현재 가치로 환산하면 82.6원이 되어 있겠네요. 10년 뒤 100원의 가치까지 다 더한 다음에 나오는 예상 이자수익까지 총합을 했을 때 '만기수익률'이 나오게 됩니다.  


따라서 수익률 예상에 따라 채권 가격은 변화하게 됩니다. 액면가 1000원짜리 채권의 만기가 10년이고 연 이자율이 10%라고 가정해 봅시다. 만약 채권 가격이 액면가 1000원에서 1200원으로 오를 때 만기수익률(내가 평균해서 받는 연 이자율)은 7.13%가 됩니다. 그만큼 이자율이 하락해 있는 것이죠. 


만기 10년 기준 

채권가격   연 이자수익률(%) 

1200          7.13% 

1100           8.48% 

1000           10%  

900             11.75% 

800             13.81% 


◇현재가치와 미래가치로 보는 장기채에 대한 설명 


만기가 긴 채권일수록 이자율에 따라 가격이 크게 변화한다는 것은 채권 시장에서는 상식으로 통합니다.  경험적으로도 설명이 가능합니다. 실제 만기가 20년 이상 남은 채권의 경우 1년에 20~30%씩 가격 변화, 이에 따른 수익률 변화는 흔하게 있는 일입니다. 


이를 좀 더 쉽게 설명드리는 게 가능합니다. 현재가치와 미래가치를 쓰면 말이죠. 


예컨대 1000원에 1년 이자액이 100원인 잔여 만기 2년짜리 채권이 있고, 같은 1000원에 1년 이자액이 100원이고 5년짜리 채권이 있다고 가정해 봅시다. 1000원으로 매입 당시 연 이자수익률은 10%입니다. 


그런데 시중금리가 상승하면서 이들 채권의 금리도 영향을 받게 됐습니다. 각각 이자율이 기존 10%에서 20%로 올랐다고 가정해 봅시다. 이렇게 되면 남은 만기에 따라 가격의 변화 폭이 큽니다. 


먼저 2년 만기 채권의 가격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처음 10% 이자율일 때 1년 뒤 이자에 대한 현재가치와 2년 뒤의 현재가치, 2년 뒤 액면가의 현재가치를 더해줍니다. 


90.9원(1년 뒤 100원에 대한 현재가치) + 82.6원(2년 뒤 100원에 대한 현재가치) + 826.4원(2년 뒤 받을 액면가 1000원에 대한 2년 뒤 현재가치) 


-> 999.9원 (채권 가격) 


만약 이 채권의 이자율이 10%에서 20%로 올랐다고 가정하면 


83.3원(1년 뒤 100원에 대한 현재가치) + 75.8원(2년 뒤 100원에 대한 현재가치) + 694.4 원(2년 뒤 받을 액면가 1000원에 대한 현재가치) 


-> 853.5원 (채권가격) 


가격 하락률은 14.6%가 됩니다. 


5년 만기 채권의 가격은 이 같은 계산식을 거치면 


이자율 10% 일 때 가격은 683.0원, 이자율이 20%로 올랐을 때 가격이 442.1원이 됩니다. 가격 하락률은 35.3%가 됩니다. 


물론 채권의 가격은 시장의 수요와 공급에 따라 결정되는 측면이 강하기 때문에, 이렇게 나온 가격은 산술적인 것일 뿐 큰 의미는 없습니다. 금리 변화에 따라 내가 들고 있는 채권이 할인되어 있는지 할증되어 있는지 아는 정도가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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