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방송을 하면서 겪었던 시행착오..채널 정채성 정립과 청취자 불만
(이 글의 시리즈는 특정 채널 성공 스토리가 아닙니다. 중소 팟캐스트 채널 운영자가 유튜브, 포스트, 브런치 등 다양한 플랫폼 활동을 하면서 책을 내기까지의 과정을 담은 것입니다. 어쩌면 대다수일 보통의 직장인이 어떻게 하면 자신의 채널을 운영하면서 커리어 업그레이드를 하는지 고민을 하자는 취지가 담겨 있습니다.)
형님SJ는 쌍둥이아빠로 닉네임을 바꿨다. 그의 동생이자 나의 친구가 합류했다. 닉네임은 '이팀장'이었다. 김기자, 쌍둥이아빠, 이팀장 이 셋이서 꾸려가게 됐다.
쌍둥이아빠와 이팀장, 김기자 모두 팟캐스트는 생경했다. 그러면서 자기 홍보의 수단이 필요한 사람들이었다. 쌍둥이아빠는 새로운 사업을 위한 홍보창구로, 이팀장은 보험영업을 하는 자신의 브랜드를 알리는 루트로, 김기자인 나는 취재원 확보를 위한 수단이었다.
첫 방송이 나가고 얼마되지 않아 '왓헬두'에서 '스타트업 바이럴'로 바꿨다. 때마침 IT기자로 스타트업 창업자들을 만나고 다니던 때였다. 대중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이들이지만 그들의 목소리를 팟캐스트에 함께 담는다는 의미였다.
◇초반 채널 운영의 어려움..정체성 만들기
그러나 문제가 하나 생겼다. '스타트업 바이럴'이란 이름은 채널의 정체성을 잘 보여주는 채널명임에는 틀림 없었지만 고정 패널들의 캐릭터를 드러내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는 점이다. 사회 초년생을 위한 경제 채널을 지향한다고 했는데 이 부분도 채널 이름에 드러나지 않았다. 얼마되지 않아 채널 이름은 '경제 진품명품'으로 바뀌었다.
'경제 진품명품'은 SBS 파워FM의 컬투쇼에서 따왔다. 컬투의 '사연 진품명품'이 워낙에 인기가 많아 이를 패러디하겠다는 의도였다.
'경제 진품명품'에서 첫번째는 앞으로 진주가 될 스타트업을 발굴해 알리겠다는 의도를 담았다. 별도의 코너로 운영하는 것으로 스타트업 창업자들을 섭외하고 녹음하는 일은 내가 했다. 쌍둥이아빠도 함께했다.
스타트업 창업자 섭외는 비교적 쉬웠다. 초반 사업확장과 홍보를 위해 기자란 사람을 만나야 했던 창업자들은 내 인터뷰 요청에 쉽게 응했다. 그들의 콘텐츠 또한 풍부했다. 고생했던 얘기 외에 자기 사업에 관련된 철학, 계획 그리고 업계를 보는 통찰력을 보여줬다. 비록 젊은 그들이었지만 '세상을 바꾸겠다'라는 신념으로 뭉친 그들에게 큰 감명을 받았다. 이후 3년간 거의 50개 가까운 스타트업의 창업자를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두번째는 컬투의 사연진품명품처럼 각자 경제 이야기를 소개하고 이를 평가받는 식으로 했다. 쌍둥이아빠는 사회초년생들이나 이제 막 사업을 시작하려는 사람들이 받을 수 있는 정부보조금을 소개했고, 나는 눈으로 보고 귀로 들었던 경제 이야기를 전했다. 이팀장은 보험쪽과 관련된 꿀팁을 전했다.
평소에도 친한 사람들이서 모여 희희덕 거리면서 서로를 까고 놀리면서 진행하는 형태였다. 2010년대 초반 팟캐스트들이 그렇듯 3~4명이서 앉아서 신변잡기 잡담을 하면서 메인 주제로 가는 '나는 꼼수다' 식의 진행이었다.
요 진행에도 문제는 있었다. 다들 듣는 녹음방송에서 웃음의 희생양이 되는 사람은 기분이 상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3명이 모이는 것도 쉽지 않았다. 서로 자신들의 일리 바쁜 직장인 3명이 저녁에 시간 맞추는 것도 어려웠다.
어차피 힘들게 시작한 것, 처음부터 잘하겠다는 생각은 없었다. 하면서 맞춰가고 만들어가자는 의도였다.
◇예상치 못한 기술적 난관, 소리 그리고 소리
구독자가 100명을 넘어갈 때 즈음 스마트폰 마이크의 한계를 느꼈다. 소리가 울리고, 각자 사람에 따라 목소리 크기가 달랐다. 구독자 중에 음질을 문제삼는 이들이 하나둘 생겼다. 2016년 팟캐스트가 지금보다는 날것을 더 선호하고, 해적방송 같은 느낌의 것들이 많았다고 쳐도, 음질만큼은 개선하고 넘어가야 했다.
3명이서 얘기를 하니 마이크 3개를 놓고 각자 목소리를 녹음하는 형태가 돼야 했다. 이 3개 목소리를 모아서 편집을 하고 배경음악을 깔아 번듯한 콘텐츠가 되도록 만들어야 했다.
마이크에 대한 공부를 해야했다. 가수도, 음악하는 사람도 아닌데 마이크를 노트북에 연결하고 이 음원을 갖고 편집까지 하는.... 그전까지는 스마트폰에 녹음된 목소리를 프리미어프로에서 편집하는 형태였다.
녹음도 되면서 편집까지 할 수 있고, 3~4명이 마이크를 써서 각자 음원을 녹음할 수 있어야 하는, 다소 고차원적인 과제였다.
하던데로 네이버블로그를 뒤져봤지만 이해하기 힘든 게 많았고 정보의 양도 턱없이 적었다. '오디오인터페이스'라는 장비가 필요하다는 정도였고 이걸 어떻게 노트북에 연결을 해서 소리를 따는지는 '글과 그림'만 봐서는 힘들었다.
이 즈음 구글로 검색하게 됐는데, 유튜브에서 답을 찾았다. 수많은 외국인들이 자신들의 '오디오인터페이스'를 어떻게 사용하고 있고, 마이크를 연결하고 있는지 소개하는 영상이 꽤 많았던 것. 이외 소리와 음악을 업으로 사는 한국 사람들도 마이크와 오디오인터페이스 소개 영상을 꽤 많이 올렸다.
유튜브와 구글 검색을 통해 알게 된 것은, 흡음 장치가 없는 실내에서는 공연장에서 쓰는 '다이나믹마이크'를 써야 한다는 것, 이를 오디오인터페이스에 연결하고, 오디오인터페이스는 PC에 연결하면 되는 것이었다.
마이크는 다이나믹마이크와 콘덴서 마이크가 있다. 다이나믹마이크는 일명 '슈어마이크'로도 불린다. 공연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마이크다. 돌잔치 사회자도 이 마이크를 들고 진행을 한다.
콘덴서 마이크는 미세한 소리까지 잡아낸다. 숨소리까지. 외부 소리가 완벽히 차단되고 내부 소리가 울리지 않는 스튜디오 안에서 많이 쓴다. 사무실이나 거실, 방 같은 곳에서 녹음을 하는 일반인 입장에서는 쓰고 싶어도 쓰기 힘든 마이크다. 값도 비싸다.
편집프로그램은 DAW(Digtal Audio Workstation)란 것을 알게 됐다. 음악가들은 큐베이스를 많이 쓴다는 것을 알게 됐다. 녹음과 편집을 같이 할 수 있는 좋은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 사용법을 알기 위해 밤시간 유튜브와 끙끙거려야 했다.
한달여를 장비 공부에 프로그램 사용 공부까지 했다. 3만원짜리 다이나믹마이크 4개를 샀다. 마이크 4개가 꼽히는 오디오인터페이스도 하나 장만했다.
첫 녹음 음질은 만족이었다. 울림은 확실히 적어졌다. 각자 패널들의 목소리도 정확히 입력됐다. 목소리가 작은 사람은 DAW 상에서 조절할 수 가 있었다.
어느 정도 제작에 자신감이 생기니 다른 기자 후배들을 모아서 따로 팟캐스트 방송을 만들 정도가 됐다. 유튜브를 하는 사람들도 희귀했던 그때라 주변사람들은 신기해 했다.
팟빵 채널에도 '이달의 추천 팟캐스트' 10개 중 1개로 올라갔다. 구독자 증가세가 속도가 나기 시작했다. 3명 모두 재미와 환희를 느꼈다.
그 즈음 구독자 불만 댓글이 붙기 시작했다. 듣기 힘들 정도의 잡음이 들린다는 불만이었다. '지지직' 거리는 전자음에 귀가 따가웠다는 불평도 있었다. 무엇일까.
녹음을 할때 당시에는 전혀 감지되지 않았던 소리였다. 처음 접해보는 청취자 클레임에 다들 당황했다.
녹음된 목소리를 다시 들어보니 '지지직' 소리가 엄청 컸다. 기껏 시간내 만들어 놓은 콘텐츠도 버려야할 정도가 됐다. 무슨 이유일까.
●용어설명, DAW란?
Digtal Audio Workstation의 약자. 전문 작곡가나 음향엔지니어들이 전자음악(MIDI)를 만드는 데 썼던 컴퓨터와 장비를 통칭하는 말이었다. 2000년대 이후 프로그램으로 나와서 많이 쓰이고 있고, 홈레코딩을 하는 일반 대중들이 늘면서 다양한 DAW가 나왔다. 대중적으로는 큐베이스가 많이 쓰인다. 맥북이 있다면 로직프로 등이 있다.
사실 개인 팟캐스트 제작자 입장에서 DAW를 사서 쓰라는 것은 무리가 될 수 있다. 제대로된 DAW는 가격이 수십만원에 달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다행인 점은 20만원대 미만인 오디오인터페이스를 사면 DAW를 번들(공짜)로 주는 경우가 있고, 큐베이스 중에서도 10만원 정도면 사서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
애플 맥북 전용 DAW인 로직프로X도 20만원 정도다. 음악 창작자들이 많이 쓰는 DAW다. 애플 프로그램의 장점은 '비싼 맥 가격'이라는 허들만 넘으면 꽤 괜찮은 프로그램을 쓸 수 있다는 점이다. 로직프로X가 20만원대로 비싸게 느껴질 수 있지만, 큐베이스 등 윈도 프로그램에서 수십만원에서 수백만원 줘야 쓸 수 있는 고급 프로그램을 쓸 수 있다. 물론 음악을 모르는 사람 입장에서는 '개밥의 도토리'일 수는 있다.
DAW가 팟캐스트 제작에 꼭 필요하느냐고 물을 수 있지만, 있으면 녹음부터 편집, 엑스포트(mp3 파일로 만들어 쓸 수 있게 하는 것) 과정이 상당히 편리해진다. 소리와 음악 편집에 있어서는 최적의 편집 툴이 DAW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