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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팟캐김 Jun 09. 2021

[팟캐스트책쓰기]⑤꾸준히 버티기만 해도 상위 20%

팟캐스트 채널 80%는 3개월 내 업로드가 중단되거나 사라진다

(앞선 4편 ''지지직~' 잡음의 원인은 뭐냐!'에 이은 글입니다) 


녹음된 목소리를 들어보니 어느 특정 부분에서 귀에 따가울 정도의 전자음이 크게 났다. '고막을 판다'고까지 해야할까. 자연스러운 잡음이 아니라 내부 시스템 상에서 나오는 전자음 같았다. 


우연히 한 번 생기는 현상이려니 생각했는데, 두 번째에도 세번째에도 생겼다. 새로 사온 오디오인터페이스에 문제가 생겼나, 마이크 배선이 잘못돼 그런가 알 수가 없었다. 팀 내 엔지니어라고 할 만한 사람이 없었다. 블로그나 유튜브를 뒤져봐도 이 같은 현상을 호소하는 이가 없었다. 


결국 전체 장비를 들고 팟빵 본사로 찾아갔다. '이달의 팟캐스트'에 뽑힌 바가 있고 당시 김동희 대표와도 일면식이 있어 어렵지 않았다. 스타트업 대표로 만난 적이 있어서다. 게다가 팟빵은 그리 큰 기업이 아니라서 누가 가도 대표를 만날 수 있었다. 


그곳 PD들이 장비를 살펴봤다. 특히 오디오인터페이스를 집중적으로 살펴봤다. 결론은 '그들도 모르겠다'였다. 장비 상으로는 아무 문제가 없어 '원인 불상'이란 게 더 정확했겠다. PD는 '장비가 참 좋다'는 평까지 했다. 

오디오인터페이스  AG06은 인터넷방송 진행자 등이 많이 쓴다 AG06은 인터넷방송 진행자 등 초보자를 타깃으로 나온 제품이기 때문에 쓰기가 비교적 쉽다.


◇내 개인활동이면 철저히 내 개인시간과 장비를 써야! 


기껏 비상금까지 털어서 사 놓은 장비인데, 예상치 못한 잡음이 생기고, 컴플레인 댓글까지 달리면서 흥미가 훅 떨어졌다. 방송 시작 3개월을 넘어가던 때라 초기의 환희도 반감됐던 시기였다. 한계 체감 효용(시간이 갈 수록 주관적 만족감이 떨어지는 것)의 법칙은 콘텐츠를 만드는 데도 작용했다. 우리 내부에서도 불평의 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첫 위기. 


그러다 한 음원 전문가의 블로그 글을 보게 됐다. 본인은 DAW로 녹음을 할 때 와이파이까지 꺼놓고 한다고 했다. 내부 구동 프로그램이 많으면 서로 간에 충돌이 일어나고 그 영향이 DAW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얘기였다. 


어쩌면. 어쩌면 노트북에 문제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닿았다. 당시 녹음용 노트북은 회사에서 지급한 삼성 노트북이었다. 편집 프로그램 외 갖가지 프로그램이 돌고 있었다. 심지어 은행 웹페이지 방문할 때 깔아야 하는 키보드해킹방지 프로그램 따위도 상시 돌고 있었다. 


컴퓨터의 모든 프로그램을 정지시키고 녹음 프로그램만 돌렸다. 잡음은 확실히 사라졌다. 애꿎은 마이크 캐논선 마이크에 연결하는 케이블인데 ‘캐논 케이블’이라고 불리는 게 있다. 입문자 정도라면 마이크가 굳이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스마트폰으로도 녹음이 가능하기 때문. 육아 전문가 오은영 박사나, 유명 작가인 김영하 씨 등은 스마트폰으로 녹음해서 올리기도 한다. 기본적인 팬덤이 있기 때문. 


그 길로 새 노트북을 하나 또 샀다. 이왕 판을 벌린 것 내 작업용 노트북을 따로 장만키로 했던 것. 마침 집 안에 PC가 없었던 터라 노트북 가수요는 분명했다. 와이프님한테는 집안용 PC를 명분으로 예산을 얻어 노트북을 샀다. LG에서 나온 저가형 노트북으로 윈도만 깔린 70만원대 제품이었다. 


프로그램도 정품 큐베이스를 받아서 깔았다. 그전에는 카피 제품으로 떠도는 큐베이스 5.0이었는데, 윈도10 기반의 신형 컴퓨터에서는 돌아가지 않았던 게 크다. 삶의 모토인 '넘어진 김에 쉬어간다'에 맞춰 정품 소프트웨어를 깔기로 했다. 


다행이었던 것은 당시 쓰던 오디오인터페이스가 2개였는데, 이중 하나였던 야마하 AG06 제품이 번들로 '큐베이스 기본형'을 제공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미디(MIDI) 작업에 제한이 있고 가상악기(DAW에 내장된 드럼이나 아노소리 같은 것)만 적었을 뿐 음성 편집에는 큰 문제가 없었다.  


이 프로그램을 새 노트북에 깔고 돌려보고 장비와의 호환을 맞춰봤다. 설명서와 큐베이스 개발사 홈페이지, 유튜브를 부지런히 들여다보며 사용법을 익혔다. 


덕분에 프리미어프로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다. 프리미어프로 역시 이전에 쓰던 큐베이스 5.0과 마찬가지로 카피본이었다. 취미로 개인적인 생활로 한다면야 크게 문제삼을 일이 없겠지만, 구독자들이 늘고 장기간 운영할 계획의 채널이라면 정품을 사서 쓰는 게 옳은 것이라고 여겼다. 비록 프로 제작자는 아니더라도, 구독자와 프로그램 개발사에 떳떳한 길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그 즈음부터 작업용 PC와 업무용 PC로 엄격히 나눴다. 회사에서 지급한 업무용 PC에서는 팟캐스트 녹음부터 편집 작업을 웬만해서는 하지 않기로 한 것. 혹여 회사 장비로 이 채널을 운영했다는 게, 나중에 회사와의 분쟁 빌미가 되지 않을까 싶었던 것도 있다. '철저히 내 장비와 내 개인시간에 맞춰 만들고 제작하자'를 그때서야 정립했다. 


직장인으로서 유튜브나 팟캐스트 활동을 하고 수익까지 창출한다면 이 부분이 정말 중요하다. 회사에서의 업무 시간, 회사가 지급한 장비는, 회사가 요구하는 업무에 맞춰 성과를 내기 위한 목적으로 주어진 것이지, 내 개인 활동을 하면서 수익까지 내라는 시간이 아니다. 장기간 자신의 채널을 운영하려면 이 부분을 명확히 구분지어 놓는 게 서로에게 편하다. 


과거 회사는 사원들의 개인활동에 대해 엄격히 통제했지만, 주 52시간제 하에서는 자기 계발적인 측면에서 하는 취미 생활을 더이상 막을 명분이 없다. 그럴 수도 없다. 회사와 직원 간의 관계는 상호 발전을 위한 동반자적 관계이 되어야지, 어느 한쪽이 다른 한쪽을 지나치게 '이용해먹는' 관계라면 오래 갈 수가 없다. 건강한 조직의 회사이고 직원의 발전을 위한다면 이 부분은 명확해야 한다. 


◇실력이 부족하다? 버텨라, 자연히 따라온다 


'쉬운 예스(yes)는 쉬운 노(no)다'라는 말이 있다. 영업의 세계에서 통용되는 격언 같은데, 상대방이 수용적이라고 해도 결코 방심해서는 안된다는 뜻이다. 


이는 플랫폼의 세계에서도 마찬가지인 듯. 쉽게 진입할 수 있는 플랫폼이라면 쉽게 나갈 수도 있는 플랫폼이다. 유튜브나 팟캐스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같은 예에서 쉽게 나타난다. 


누구나 처음에는 의기양양한 계획을 갖고 시작한다. 첫 녹음이나 녹화 뒤에는 서로의 담합을 위한 회식자리를 갖고, 갖가지 미사여구와 화려한 장식으로 편집을 한다. 그러나 조회수는 10회 남짓. 구독자는 별로 안 늘고. 


한 두달이야 재미로 버틴다고 하지만 석달이 넘어가면 한계점에 부딪힐 수 밖에 없다. 정확한 통계는 아니지만, 80%의 채널이 채 3개월을 넘지 못하고 문을 닫는다. 실제 2016년 8월 경에 페이스북 등을 통해 '나 팟캐스트 해요'라고 했고, 공개방송까지 하면서 화제를 모았던 채널 중 대부분은 사라졌다. 화려한 시작이 곧 빼어난 성과는 아니라는 얘기다. 


당연한 것이, 구독자들 입장에서 초보, 신참자에게 관심을 주는 게 그리 간단한 게 아니다. 같은 경제 채널이라고 해도 구성과 화면이 잘 되어 있고 전문 아나운서가 진행하는 증권사나 은행 채널을 보게 된다. 혹은 대규모 자본이 투입된 전문 채널을 본다. 이런 강자들이 빽빽한데 언제 망할지 모르는 신규 채널에 누가 관심을 주겠는가. 


게다가 신규 채널은 시행착오 투성이다. 발음도 어설프고 화면 구성도 엉망이다. 사실 하다보면서 늘어나는 게 실력인데, 그 실력을 키울 기회가 없었으니 당연한 귀결일 수 밖에 없다. 


결국 정답은 버티는 것이다. 어차피 사람들은 당신의 채널에 관심을 주지 않는다. 당신이 버티고 버텨 어느정도의 완숙한 콘텐츠 제작 실력을 보인다면, 그제서야 당신의 콘텐츠를 보게 된다. 버티면서 하다보면서 습관처럼 실력이 늘게 된다. 


다만 한가지 주목할 점은. 실력은 비리비리해다고 해도 3개월이면 상위 20% 안에 들어간다. 비슷한 시기에 채널을 시작했던 사람들과 비교했을 때 그렇다. 6개월이면 10% 안에 들어간다.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 버티면 어떻게서든 실력은 늘어나기 마련이다. 


●글쓴이 소개(김유성)

이데일리 금융부 기자로 활동 중입니다. 2016년 8월부터 팟캐스트 채널 '경제유캐스트'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외 유튜브와 네이버포스트 등에도 콘텐츠를 업로드 하고 있습니다. 2021년 7월 '금융초보자들이 알고 싶은 TOP질문 77가지'(메이트북스) 출간을 앞두고 있습니다.  

http://naver.me/xtFJJpF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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