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로 하는 팟캐 이야기
팟캐스트를 종종하려고 고려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짧게, 1년 10개월 정도 해본 경험을 토대로 '막 시작하려는 초급자'나 '고려하시는 분들'이 들으면 도움이 될 만한 '썰'을 풀어보겠습니다.
많은 경우 3분이나 4분 정도 모여서 시작하곤 합니다. 저도 그랬고요. 처음엔 둘로 시작해서 나중에는 5명까지 갔습니다. 지금은 저 포함 3명이서 같이 하고 있습니다. 다른 2명도 시간만 되면 언제든 할 사람들입니다.
이외 다른 오디오클립(워킹맘다이어리)에도 제가 참여 중인데, 이 채널은 3인 체제로 하고 있습니다. 다른 오디오클립(오디오로듣는키워드경제)는 2인 체제입니다. 1명이 준비해온 테마를 소개하는 식이죠.
절대적으로 옳다는 것은 아닙니다. 경험 상 팟캐스트 최상의 조화는 3명인 듯합니다. 웃고 떠들면서 토론을 한다면야 말이죠. 정보 전달이 목적이라면 굳이 3명까지 갈 필요는 없습니다. 1명도 괜찮죠.
1인 체제 팟캐스트는 단조로운 느낌이 있습니다. 아무래도 혼자 같은 목소리가 계속되기 때문이죠. 이 때는 백그라운드 뮤직(BGM)을 깔거나 중간중간에 음악이나 다른 요소를 넣어주는 게 좋습니다. 혼자 하면서 초대 손님을 불러서 만드는 것도 괜찮습니다.
장점은 뭘까요. 속 편하게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점을 꼽을 수 있습니다. 녹음 시간과 장소를 정하고 사람 모으는 것 자체가 일이기 때문이죠.
2명도 괜찮은 조화입니다. 혼자 할 때보다 덜 단조롭죠. 서로가 의지가 되다 보니 오래 할 수 있는 동력도 됩니다. 그래도 경험적으로 말씀드리자면 남자 둘 보다는 남자 하나 여자 하나 혹은 여자 둘 조합이 그래도 꽤 듣기 괜찮다는 점을 들고 싶습니다.
저도 처음에는 친한 형이랑 둘이서 시작했고, 점차 사람을 늘려 남자 셋으로 운영했습니다. 이후에 아는 후배(윰기자)가 합류했습니다. 팟캐스트 운영 기간을 통틀어 봤을 때, 윰기자가 합류했을 때 첫 번째 '점프'를 뛰었습니다. 팟빵 기준 300명대였던 구독자 수가 600명 정도로 뛰었습니다.
물론 카카오채널에 저희 방송 콘텐츠가 소개된 덕이 컸지만, 윰기자의 합류가 없었다면 지속적으로 운영하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낮은 음의 남자 목소리만 계속 들리는 것보다는 높은 톤의 여자 목소리가 어느 정도 섞이는 게 듣기에 좋은 것 같습니다. 음과 양의 조화라고나 할까요.
그래도 2명도 좀 한계가 있습니다.
먼저는 운영의 한계를 가끔 느낄 수 있습니다. 한 사람 컨디션이 안 좋으면 절반 이상의 전력 손실이 됩니다. 3명이나 4명이면, 한 사람 몸이 안 좋아도 다른 사람이 충분히 커버가 되거든요.
지난 5월 오디오클립 녹음 때 댓글로 항의를 받았습니다. 말하는 중에 콜록댄다는 것이었습니다. 더럽다는 평까지 들었는데, 공교롭게 그날은 미세먼지가 최악이었던 날이었습니다. 목과 기관지 컨디션이 별로였던 저희 둘로서는 동시에 콜록댔죠.
더욱이 2명은 토론에 한계가 있죠. 찬성과 반대로 나뉜다고 해도 일방의 주장이 될 수 있습니다. 한 명의 조정자가 필요한 것이죠. 아니면 캐스팅보드를 쥔 한 명이 토론의 방향을 이끌어갈 필요도 있습니다.
사실 팟캐스트 청취자들도 일방의 정보를 듣는 것보다는, 토론 과정에 나오는 티격태격을 재미있어하는 경향이 있기도 합니다. 지나치게 산만하지 않으면 적절하게 여러 목소리가 들리면서 토론이 되는 게 좋죠.
결론은 3명이 가장 안정적이다라는 것이죠. 과거 '나는 꼼수다'에서도 김어준, 주진우, 정봉주 3명이 얘기를 많이 하고, 한 사람이 쉬면 다른 한 사람이 치고 들어오는 식으로 진행이 됐습니다. 3명 다 워낙 입담이 좋다 보니 들으면서도 지루하지는 않았죠.
4명도 가능합니다. 그 이상도 괜찮죠. 그렇지만 1명이 소외되기 쉽습니다. 1명이 게스트로 들어와 특별히 말할 시간을 보장해주지 않는 이상 1명은 묻히곤 합니다. 나는 꼼수다에서 김용민 1명이 있긴 했었지만, 말한 시간 비중은 다른 3명과 비교하면 정말 낮은 편이었습니다.
다만 사람 수가 늘어갈수록 운영의 묘가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여러 사람이 계속해서 모이고 팟캐스트를 제작할 수 있도록 동기 부여를 해줘야 하는데 쉽지가 않습니다.
더욱이 팟캐스트의 특성 상 수익을 내기가 어렵습니다. 유명 셀럽이 아닌 이상 관심 끌기도 쉽지가 않죠. 어느 정도 반열에 오르기 전까지 광고 수주도 어림없습니다. 상당 기간 무일푼으로, 오히려 자기 돈을 써가면서 운영해야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3명, 4명이 모일만한 동기부여가 어렵습니다. 수익이 나와서 이를 배분해가면서 할 수 있다면 상황이 나을 수 있겠지만요.
결국 다인(多人) 팟캐스트는 얼마만큼의 기간 패널 간 함께 방송을 이끌어갈 수 있는가에 성패가 갈립니다. 오랜 기간 참고 꾸준히 만들어낸다고 해도 그게 흥행과 직결된다는 보장 또한 없습니다. 더욱이 각자 일이 있는 경우라면 팟캐스트 제작에 시간 내기가 어렵죠. 대부분이 여기에서 무너집니다. 6개월 내 80% 팟캐스트가 제작 중단된다는 게 괜한 추정은 아닙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콘텐츠를 만드는 기자직에 있다 보니까 그나마 상황이 나은 편입니다. SBS에서 만드는 팟캐스트 '아나콘다'는 자발적 참여가 전제된 아나운서가 만들고 있고, 녹음 인프라도 이미 갖춰져 있습니다. 목소리로 먹고사는 사람이다 보니 대가 없이 녹음해도 '할 만하다'는 것이죠.
그런데 자기 직업이 있는 사람들이 일부러 자기 시간을 할애해서, 그것도 여러 사람과 모이기란 정말 힘듭니다. 시간 맞추다 끝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의 결론은 이렇습니다. 욕심부리면서 힘들게 하지 말자입니다. 오래 하기 위해서고요. 취미처럼 만든다고 생각하는 게 가장 나을 듯합니다. 유치해도 괜찮습니다. 진정성을 담는다면 그것만으로도 구독자 모으기 충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