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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팟캐김 Jun 10. 2022

정치부 파견이 끝났다

대선과 지선을 겪어본 후기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6월 초까지 정치부 파견으로 몸을 담았다. 3월 9일 대통령 선거에 이어 6월 1일 지방선거까지, 굵직한 선거 현장을 다녀본 것. 후보자들의 면면을 샅샅이 본 것은 아니지만, 지근거리에서 목숨을 건 그들의 모습을 봤다. 그러면서 우리가 알고 있는 정의와 비정의 간의 구분이 모호해지는 것을 느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일상도 악으로 비춰질 수 있다 


우리는 매일매일 열심히 살아간다. 여러가지 선택을 하고 그에 상응하는 결과를 감당한다. 잘못된 선택이 있지만 상황에 쫓기어 어쩔 수 없이 하는 선택도 있다. 당시에는 '일상으로 지나가는 일'이었을지 몰라도 이후에 이게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 정치권에 몸을 담고 '정적'으로 몰리는 순간 그의 인생과 일상이 부정당하는 것이다. 


2021년 12월 대선 열기가 막 타오르던 시절 더불어민주당은 한 여성이 공동상임선거대책위원장으로 위촉된다. 육사 출신으로 아이 둘을 낳고 정말 열심히 살아온 사람이다. 이혼 경력이 있다고 하지만, 그가 정치인으서 발돋움하는 데 큰 흠이 될까라는 생각도 했다. 설령 여러가지 설이 맞다고 해도 그게 그의 능력과 무슨 상관이 있을까. 


그곳을 건든다면 비열하다고까지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여러 우파 유튜브채널이 이를 자극했고, 순식간에 마녀사냥을 당하게 되는 상황까지 왔다. 열심히 살아온 그의 인생이 부정 당하게 됐다고 나는 본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의 흠결이고, 그의 사생활을 우리가 감히 뭐라할 수 있을까. 서구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는 지나친 공격이었다. 


만약 그가 정치권에 뛰어들지 않았고, 정치적 공격의 타깃이 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평범한 일상을 살면서 구설에 오를 일도 없었을 것이다. 누군가의 '정의의 칼날' 아래 재단되는 경우도 없었을 것 같다. 


이런 사건을 보면서 무섭다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를 그렇게 욕하고 끌어내리려고 했던 그들은 과연 정의로울까. 절대 그렇지 않다. 어쩌면 더한 꿍꿍이가 있었을 것이라고 본다. 그리고 숱하게 드러나는 것을 보지 않았던가. 


◇정치인의 말은 믿는 건 바보다


7개월여 파견 기간에 깨닫은 게 있다면 하나 있다. '정치인의 말을 믿지마라'이다. 이것은 앞서 언급한 부분과 연결되는 것이다. 실제 팩트를 갖고 상대를 공격하는 경우도 있지만, 재단된 일부 사실을 조합해 공격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메시지가 난무하다보면 진짜 어느 메시지가 사실인지 헷갈리게 된다. 이른 게 바로 '물타기'가 된다. 


이런 경우가 있다보니 맞대응하는 전략도 여럿 개발되기 마련이다. 이중 하나가 '플랫폼을 공격해라'이다. 상대방이 말한 팩트가 나에게 위협이 된다면, 그것에 대한 정면 반박을 하는 게 아니라, 그 상대방의 진위를 오염시키는 것이다. 플랫폼이 오염되면서 메시지마저 쓸 수 없게되는 상황이다. (영화 '내부자들'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따라서 플랫폼 즉 메신저를 오염시키기 위한 갖가지 술수가 동원된다. 이 중에 과장이 섞이고, 허위 사실이 가미가 된다. 사실에 근거한 침소붕대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 어제 했던 말과 오늘 하는 말, 그리고 내일 하는 말이 다를 수 있다는 점이다. 이건 윤석열-안철수의 단일화에서 극명하게 느꼈다. 


단일화 발표가 있던 3월 2일 아침은 여전히 기억난다. 전날 TV토론을 마치고 일상적인 선거운동이 시작되려니 했다. TV 토론 때만 해도 어떤 징후도 느끼지 못했다. '안철수와 윤석열 간의 넥타이 색깔이 같다' 정도. 


더욱이 국민의당 원내대표인 권은희 의원은 같은 날(3월 1일) 방송 프로그램에 나와 '단일화는 없다'고 단단히 못을 박아 놓았던 터였다. 시사 평론가들도 정치 방송 프로그램에서도 '단일화 가능성은 시기상 낮다'고 했다. 거의 안된다고 여겼다. 안철수란 사람도 그런 맥락에서 이야기를 해왔다. 


그런데 웬걸, 순식간에 말이 바뀌었다. 제3지대를 몸소 부르짖던 사람이었는데, 중과부적을 느끼자 마음이 변한 것일까. 단일화 선언을 하기 위해 소통관(국회 기자회견장)에 올라올 때 윤석열 당시 후보의 미묘한 표정과 주변 의원들의 '파안대소'를 아직도 잊지 못한다. 국민의당 소속 당원들의 뜨뜨미지근한 표정도. 


지금에 와서는 안철수 당시 후보가 '이제서야 사회 생활을 하게 된 것'이라고 본다. 거대 정당에 속하면서 그의 정치적 위상이 올라갔기 때문이다. 


그 결과로 권은희 당시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사실상 국민의힘 내 미아로 남게 됐다. 1당과 2당에 대항하는 제3당의 존재감은 더 낮아졌다. 독일식 다당제 모델을 안철수란 사람이 부르짖어왔지만, 그 스스로가 이를 무너뜨린 셈이 됐다고 본다. 


◇선거 캠프 사무소마다 넘치는 낭인들 


사실 '낭인'이라는 표현은 일본어식이다. 주군을 잃어 의탁할 곳이 사라진 사무라이들을 뜻한다고 한다. 오늘로 치면 백수·건달이라고 할까. 


각 선거사무소마다 보면 의외로 할 일 없이 앉아 있는 것으로 보이는 아저씨들이 많다. 특히 정치 경력이 길고 과거에 한 자리 했던 이들일 수록 그렇다. 이 사람들은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해당 정치인의 일꾼이자 후원자이면서 선거운동원인 경우가 많다. 당협위원장이라고 한다면 밑의 구의원이나 시의원 혹은 이를 지망하는 사람들이다. 사기 같은 중국 고대 역사서를 봐도 '실력자'들한테는 식객들이 붙지 않던가. 


이들 식객들은 각자의 역량을 살려 당협위원장을 후원하고 그에게 자신의 시간과 돈을 투자한다. 그 안에서 누구는 구의원, 누구는 시의원 등의 자리를 얻을 수 있다. 일종의 보은이 된다. 


이 같은 투자는 의외로 꽤 큰 수익으로 돌아올 수 있다. 정치권에서 한 자리를 차지하는 계기가 되는 것이다. 실제 대형 정치인을 보면, 그가 모시던 주군이 대통령이 되거나 혹은 유명 정치인이 되면서 같이 성장하는 경우가 많다. 이른바 보좌관 혹은 비서관 출신 정치인들이다. 


따라서 정권을 잡게 되면 이에 따른 논공행상은 필수다. 제아무리 '깨끗한 인선'을 한다고 해도 식객들에 대한 보응을 하지 않을 수 없는 것. 그 와중에 인사 파동이 일어날 수 밖에 없게 된다. 


지방선거를 치르면서 혹은 이후에 나온 각종 공천 파동도 이런 관계에서 무관하지가 않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내가 당신한테 쏟은 돈과 시간이 얼마인데, 그 정도는 해줘야지" 혹은 "내가 당신한테 이거 밖에 안되나" 이런 식이다. 


인간의 욕망이 복합적이고 잠재적으로 표출되고 그 잔상 또한 길게 남는 게 바로 이 선거판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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