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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팟캐김 May 04. 2022

팟캐스트를 못 그만두는 이유

지난 2016년부터 경제팟캐스트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운영 기간만 거의 만 6년을 채워간다. 햇수로 따지면 7년이다. 직접적인 수익이 나오는 것도 아닌데 오래도 했다. 



물론 간접적인 수익이 있었다. 팟캐스트 등 음성 콘텐츠 편집 능력이 길러지면서 다른 알바 기회가 생겼다. 워킹맘 팟캐스트 제작과 편집을 맡아서 하면서 쏠쏠하게 수고료를 벌었고 육아에 필요한 정보도 얻었다. 그 돈으로 맥북을 샀고, 영상 편집을 할 수 있는 기반까지 마련했다. 


네이버와의 협업도 2020년에 잠깐 했었다. 파트너스퀘어를 어떻게 키울까 고민하던 네이버 측과 연이 닿아 강의도 한 번 했다. 강의 한 번에 수십만원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이때 처음 알았다. 


코로나19 한파라고 할까, 아니면 더이상의 확장성이 없어서라고 할까, 2021년과 2022년은 조용해졌다. 본 직장이 있고, 어디까지나 아마추어 정도에 지나지 않았기에 더 이상의 성장이 없다고 하는 게 맞을 것 같다. 

게다가 팟캐스트를 처음 시작하던 2016년까지만 해도 '기자가 하는 팟캐스트' 혹은 '기자가 하는 유튜브'는 흔하지가 않았다. 회사 차원에서 하는 이들이 일부 있었지만, 저변이 넓지 않았다. 


지금은 워낙에 유튜브가 기본 매체가 됐고 보고 들을 게 넘쳐난다. 이어폰을 꼽고 차분히 팟캐스트나 음성 콘텐츠를 듣는다고 해도 퀄리티 높은 것들이 넘쳐난다. 더욱이 2016~2017년 즈음은 AI스피커의 등장과 함께 음성 콘텐츠시장에 대한 기대가 커졌지만 유튜브 시대인 지금은 그런 호기마저 사라졌다. 


그래도 어느 구석탱이에서 누군가는 우리의 콘텐츠를 듣고 있으리라 기대했다. 댓글을 달지 않을 뿐 나름의 팬심은 있을 것이라고 여겼다. 어딘가에 있어 주기만을 믿었다. 


그런데 이런 생각이 내 나름의 착각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 게 요즘이다. 지난주 NFT 관련 책을 발간하며 오랜만에 공동진행자와 미팅을 했는데, 그도 비슷한 생각을 했다. 


"우리가 콘텐츠를 잘 올리지 못하는 동안 누군가는 기다려주길 바랬는데, 조용하더라~." 

"맞아요. 선배. 댓글이라도 달아주고, 왜 안 올리냐라는 반응이라도 있었으면 그나마 힘이 됐을텐데." 


실제 그랬다. 난 정치부 파견으로, 그 친구는 책을 쓰느라 바빴다. 유튜브와 팟캐스트에 공백이 2주 정도 있었는데, 구독자 4000명이나 된다는 채널에서 댓글 하나 달리지 않았다. '기껏 해왔던 우리의 결과물이 이 정도란 말인가.' 


...


그렇게 또 며칠이 지났다. 


늘상 그렇듯 기자의 삶, 특히 차장급이 가까워지는 중고참 기자는 편집회의라는 것을 들어가게 된다. 내일 혹은 돌아오는 영업일에 뭘 쓸지 발제하는 날이다. 각 부서 부장들이 나오고, 부장이 안 나오면 차장들이 나간다. 어느덧 나도 나가서 우리 부서에 대한 얘기를 하게 됐다. 


문득 든 생각이, 금융과 IT, 정치에 이르기까지 거기서 다뤄지는 얘기 등에 대해서 내 의견 내기가 편하다라는 생각이다. 금융과 IT를 오래한 부분도 있다보니 그런 게 크지만 지식적인 측면에서 쌓여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면 틀린 말일까. '지식이 내 것으로 돼 있다'라는 느낌. 


첫번째는 그쪽 업종에 대한 기사를 쓰다보니, 체계화되고 분류화되어 내 머릿속에 저장돼 있는 게 클 것이다. 남을 가르친다는 것, 다른 사람에게 무언가를 알린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지식의 체계화와 습득을 돕는다. 


두번째는 지난 6년간 꾸준하게 해왔던 활동들이다. 매주 한번 혹은 두번씩 팟캐스트 혹은 유튜브를 만들기 위해서는 그에 걸맞는 원고를 써야 한다. 나 혼자 되뇌이는 내용이 아니기에, 나부터 공부를 알고 체계에 맞게 정리할 필요가 있다. 


누군가 그러지 않았던가. 가장 좋은 공부법은 남을 가르쳐보는 것이라고. 그 와중에 내가 뭘 모르는지 알게 되고, 가르치기 위해 생각하다보니 어느새 습득이 되고. 


네이버 포스트에 구독자가 4000명이나 되고, 지난해에는 금융 관련 책을 썼다. 비록 남에게 내놓을만한 팬덤은 얻지 못했다고 하지만, 6년 이상 만들어온 채널이 있고, 그 채널은 계속해서 내가 글을 쓰고 지식을 쌓는 동기 부여의 장이 되어 줬다. 



이 부분은 공동진행자도 마찬가지. 그 또한 여러번의 이직과 진로 선택을 하는 데 있어 지금 우리가 하고 있는 활동의 영향을 적지 않게 받았으리라 본다. 또 책까지 내지 않았던가. 


혹여 기자 일을 그만둔다고 해도, 기자라는 타이틀을 쓰지 않게 되고 다른 일을 한다고 해도, 나만의 채널이 있다면, 언제고 계속 글을 쓸 수 있지 않던가. 


새삼 또 한번의 동기 부여와 자기 승리, 존버의 이유를 되세기고 정리해봤다. 


더불어 한 마디 더. 지식이 내 것이 되는 것은 단지 '읽었다'에서 머물어 되는 게 아니다. 스스로 정리해보고. 그리고 그것을 다른 이한테 설명할 수 있을 정도로 '이해하는 것'. 그것이 전제돼야 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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