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학교의 추억
초등학교 2,3학년 무렵(그보다 더 일찍일 수도 있다), 내 인중 한가운데 코 바로 아래에는 아주 작은 사마귀가 있었다. 사이즈가 1~2밀리미터밖에 안 되었지만, 뜯어내고 나면 아문 뒤에 조금씩 자라서 몇 주나 몇 달이 지나면 다시 뜯어내곤 했다.
제법 자란 뒤에 손으로 만져 보면 부드럽고 도돌도돌하게 느껴지는 감각이 특이했고, 피가 나도록 뜯어내고 난 뒤에 휴지나 작게 찢은 공책 종이로 붙여 두었을 때의 따가우면서 묘하게 시원했던 느낌도 꽤 분명하게 떠오른다.
가벼운 자해라고 해도 무리는 없을 이 사마귀를 뜯는 일이 언제 끝났는지는 알지 못한다. 사마귀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초등학교를 마치기 전이었던 것 같지만 확신할 수는 없다.
아주 오래된 일이라 까마득히 잊고 있었는데, 오늘 불현듯 떠올라서 ‘아 어릴 때 그런 일이 있었지’하고 되짚어 보게 되었다.
인생의 여러 일들이 그와 같아서, 당시에는 중요하고 성가셨던, 혹은 불편하고 상처가 되었던 일들이 세월이 지나가면서 저절로 사라지거나 아물기도 하는 것 같다. 물론 모든 것들이 그렇지는 않아서, 어떤 상처나 기억들은 특별히 보듬고 깊이 만나 주어야 하지만 또 어떤 것들은 그리 지나가도록 내버려 두어야 하는 것일 수도 있다.
어느 것이 기다려야 하는 일인지, 아니면 마음을 내어 만나고 돌보아야 하는 대상인지를 구별하는 일은 쉽지 않다. 다만 그 두 일을 잘 구별해서 대처하는 과정 속에 인생의 성숙이 있지 않은가 짐작해 볼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