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오년 전쯤 처남한테 튜너를 하나 선물 받았다. 미국 스코트 사에서 만든 350C이다. 최초로 발매된 시기는 1963년이고 내가 받은 제품은 1965년 산이니 나보다도 나이가 조금 많으신 제품이다. 진공관을 사용하는 튜너인데 케이스가 없는 상태에서 보면 정말로 빈티지한 느낌이 물씬 난다. 처남 집에서 처음 들었을 때 소리가 넘 예뻐서 마음속으로만 탐을 내고 있었는데 그게 표가 났는지 어쨌는지 한참 있다가 이렇게 선물로 받게 되었다. 오버홀링(overhauling, 전면적인 점검 수리)을 해 두어서 보기는 그래도 꽤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을 거라는 이야기도 해주어서 기쁨이 두 배가 되었다.
하지만 집에 가져와서는 곧바로 문제가 생겼다. 내가 사는 동네가 난청 지역인지 KBS 클래식 FM 채널의 수신 감도가 너무 안 좋아서 거의 소리 반 잡음 반이었다. 다른 FM 채널들은 그래도 그럭저럭 들을만했지만 내가 듣는 건 클래식 FM 밖에 없으니 크게 소용이 되지를 못한다. 자그마한 실내 안테나를 달아보기는 했지만 별반 나아지지는 않았다.
옛날 티브이 안테나 같은 옥외 안테나를 달아볼까 하고도 생각했으나 외부로 안테나를 내는 일은 너무 번거로운 작업인데다 미관상의 문제도 있어서 포기하고, 몇몇 성능 좋다는 실내 안테나들을 검색해 보다가 시들해져서 한동안 거의 방치해 두었다.
이따금씩 켜보면 운이 좋은 날은 제법 들을 만하지만 대부분은 역시 잡음이 심해서 들을 수가 없었는데, 요즘 들어서는 수신감도가 부쩍 좋아져서 제법 들을만하다. 진주 KBS가 안테나 업그레이드 같은 거라도 한 건지 모르겠다.
처음 받았을 때는 몸통만 있던 것을 인터넷 검색을 통해 케이스를 만드는 업체를 찾아서 우드 케이스를 입혀 주었다. 전화해서 스코트 튜너라고 하니 바로 보내주었다. 찾아보면 스코트 튜너 모델이 꽤 다양한데, 아마 몸통 사이즈는 대부분 똑같은가 보다. 가격이 싸지는 않지만 모양새를 생각하면 나쁜 투자는 아니다.
<2년쯤 전에 케이스를 입히고 찍은 사진. 튜너를 켜두면 진공관에서 열이 나는데, 따뜻하고 좋은지 우리집 고양이 순덕이가 튜너만 켜면 올라가 있곤 했다.
이십여 년째 사용하고 있는 영국제 탄노이 스털링 TWW 스피커와 EL34를 주출력관으로 사용하는 이탈리아산 진공관 앰프인 신세시스 시무스에 물려서 클래식 프로그램을 듣는다. 요즘의 오디오 앰프나 블루투스 스피커의 소리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너무 갑갑하다고 느끼겠지만 오래 된 진공관 튜너와 앰프 특유의 따뜻하고 정감 있는 소리가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중고음은 좀 답답해도 볼륨을 키워서 들으면 저음의 양감은 부족하지 않다.
<보호 케이스를 벗긴 신세시스 시무스 앰프. 앞쪽 4개가 초단관인 12au7, 뒤에 큰 놈이 출력관인 EL34이다>
일상에서 가장 많이 듣는 기계는 끄고 켜기 편하고 크기에 비해 별로 부족함이 없는 소리를 내주는 티볼리 모델 원 모노 라디오이다. 부엌에 놓여 있어서 밥 먹을 때나 주방에서 이런 저런 것들을 할 때 듣는다. 하지만 이제 점점 더 앰프와 튜너를 켜는 번거로움을 무릅쓰고 스코트를 듣는 시간이 늘어나는 걸 보면 좋은 기계임에 틀림 없는 것 같다. 얼마가 될지는 모르지만, 있는 동안은 정붙여서 같이 행복하게 지내는 식구가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