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기타 동아리 연주회를 다녀오다.
9월 3일 토요일에 딸의 동아리 연주회를 보러 익산을 다녀왔습니다. ‘하얀 소리’라는 클래식 기타 동아리인데, 코로나19의 여파로 3년 만에 열리는 연주회입니다. 딸이 2019년에 대학에 들어갔으니 입학 첫해에 연주회를 하고는 이번이 두 번째입니다. 대학 동아리 연주회이니 청중의 절대 다수가 동아리 관련 선후배들과 같은 대학 학생들이고 학부모는 저희 밖에 없었으니 많이 오지랖이기는 했네요.
방학 끝나면 연주회를 한다길래 "우리도 가면 어떨까"하고 몇 번 물어보았는데 그 때마다 오지 말라고 극구 손사래를 치더니, 연주회가 있던 주초에 엄마가 카톡으로 가볼까하고 물었더니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오라고 하더군요. 대신 동아리 사람들과 같이 있어야 해서 부모님과 같이 할 시간은 거의 없다는 조건으로요. 그야 당연히 그러하다고 대답하고는 부랴부랴 다녀왔습니다. 한 시간 남짓한 연주회를 보기 위해 거의 하루를 꼬박 써야 했지만, 부모의 마음이란 그런 시간들조차도 모두 흐뭇한 법이니까요.
딸의 눈치를 보면서 굳이 연주회를 가야겠다고 생각한 데는 또 다른 이유도 있는데, 그건 딸이 동아리의 악장(樂長)을 맡고 있기 때문입니다. 신입생 때 첫 연주회를 하고 나면 그 다음 해에 학년별 악장을 뽑아야 하는데, 어쨌거나 책임 맡는 자리이니 모두들 부담스러워하는 중에 딸이 맡게 되었답니다.
무슨 연유였는지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딸은 중학교 다닐 때 2년 정도 학원에서 클래식 기타를 배웠고, 학원 원장님이 참여한 연주회에서 친구와 함께 듀엣으로 출연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니까 대부분의 동아리 회원들이 동아리에 들어서야 처음 기타를 배우기 시작하는 데 비하면 나름 실력과 경험이 있는 축이라 그리 되었답니다^^
악장이 되기는 했으나 코로나19 유행으로 인해서 동아리는 거의 개점휴업 상태였고, 그렇게 3년을 지내다가 올해 마침 전체 연주회의 책임을 맡는 악장이 되었습니다. 올해만 잘 넘기면 연주회 안 하고 마칠 수 있었다는데 결국 연주회를 하는 걸로 되어서 딸은 1학기 중반부터 걱정이 늘어졌습니다. 해마다 내려오던 연주회의 노하우(know-how)가 제대로 전해지지 않은데다 그동안 연습도 거의 하지 못해서 어느 때보다 학생들의 실력도 부족할 터이니 제가 봐도 준비하기 힘들어 보이기는 했지요.
어쨌거나 연주회는 결정되었고, 레퍼토리며 연습 일정을 어렵게 준비한 딸은 8월이 시작되자마자 학교가 있는 익산으로 갔습니다. 한 달 동안 미친 듯이 연습해서(?) 연주회를 올려야 한다는군요. 그렇게 준비한 연주회이니 부모된 마음으로 꼭 보고 싶기도 했습니다.
익산 국민생활관 소강당에서 열린 연주회는 소박하고 서툴렀지만 청년들의 마음과 열정이 전해져서 아름다웠습니다. 많이 힘들었겠지만 여러 사람들을 이끌고 함께 무대를 준비해서 열어보는 건 딸한테도 소중한 경험일테지요.
출연자들은 연주회 의상으로 흰 셔츠 상의에 검은 바지를 맞추어 입었는데, 딸은 연주회를 이끄는 악장이라고 혼자서만 검은 블라우스 상의를 입었습니다. 그게 동아리 연주회의 전통이라는군요. 그 덕에 다른 학생들보다 돋보이는 딸의 모습을 보는 일도 뿌듯했습니다.
어릴 때, 혹은 청년의 때에 익혀둔 습(習)들은 생각보다 힘이 셉니다. 좋은 습관이든 나쁜 습관이든 그러하지요. 지금은 잘 모르겠지만 앞으로 살아가다가 어느 순간, 저리 익혀둔 음악이 주는 힘과 위로를 새삼스럽게 만나게 되는 시간들이 있으리라 짐작합니다. 그러기를 바라기도 하구요. 돌이켜 보면 저도 그랬거든요. 이 나이가 되어서 돌아보니 그 시간들과 경험의 소중함과 놀라움이 어렴풋이나마 보이기도 합니다.
아무려나 작지만 멋진 행사를 잘 치러낸 딸을 격려하면서, 길게도 쓴 자식 자랑을 마무리합니다. 부디 팔불출같은 아버지의 어리석음을 너그럽게 양해해 주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