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년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따뜻한 그림
화가이시고, 저희 부부와 같은 교회를 다니시는 이00 권사님께서 아내와 저에게 직접 그리신 그림을 선물로 주셨습니다. 얼마 전 칠순을 맞으셨지만 여전히 소녀같은 고운 감성을 갖고 계시는, 저희 부부가 사랑하고 존경하는 교우님이십니다.
고등학교 미술 교사로 재직하시다가 퇴직하신 후에도 꾸준히 그림을 그리셔서 참여하고 계시는 진주여류작가회를 통하여 해마다 전시회를 하시는데, 올해는 특별히 작가회에서 회고전 형식으로 따로 부스를 만들어서 그 동안 작업해 오셨던 그림들을 전시하셨습니다. 교우분들과 함께 가서 그림을 보고 축하도 해드렸는데 그 중 한 점을 아내 편으로 선물해 주셨습니다.
마음으로야 늘 갖고 싶었으나 애쓰신 그림을 그냥 달라고 하기도, 그렇다고 돈을 내고 사겠다고 하기도 예의가 아닌 거 같아서 차마 말씀을 못 드리고 있었는데 이런 황송할 데가 있나요. 염치 불구하고 감사한 마음으로 넙죽 받고야 말았습니다.
받아 온 그림을 집 어디에다 어떻게 걸어야 할까 아내와 의논하면서 다시 찬찬히 살펴봅니다. 한지로 된 파스텔톤의 작은 오브제들을 캔버스 위에 여럿 붙인 뒤 전체적으로 흰색을 칠하여 차분하고 평화로운 느낌인데, 그림 가운데에 세로로 긴 직사각형 모양의 창이 있고 그 창 안에는 강렬한 붉은 색 배경과 노란색 나무가 있습니다. 명도가 높은 붉고 노란 원색이 흰색과 대비를 이루면서 그림을 쨍하게 해줍니다. 창 안을 자세히 보면 작은 초가집이 보이고 초가집 마당에는 까치처럼 보이는 새들도 몇 마리 앉아 있어서 선명한 중에도 다시 평화로움을 전해 주는 듯합니다.
주조(主潮)를 이루는 흰색 배경과 파스텔톤의 오브제는 긴 세월을 지내시고 그 동안 살아온 시간과 추억을 평화롭게 갈무리하고 계시는 권사님의 마음 같은데, 유독 유년의 어떤 추억들은 그림의 원색처럼 선명하고 찬란하게 마음 가운데 남아 있는 게 아닐까 싶어집니다. 그 기억에는 가족들과 함께 지냈던 작은 집의 마루와 마당, 그리고 그 마루에서 보았던 큰 은행나무와 까치떼들이 있는 걸까요.
가만히 들여다 보노라니 그 작은 집은 제가 어린 시절을 보냈던 집의 소박하지만 푸근했던 마루 같기도 합니다. 저도 이만큼 나이가 들고 보니 어린 시절의 어떤 추억들이 불현듯 생생하게 떠오르곤 하는데, 그림을 보노라니 어린 시절 살았던 집과 마루가 아련하게 떠오르네요.
그러고 보면 파스텔톤으로 붙여진 오브제들은 살아오면서 겪은 기쁘고 즐거웠던 그리고 때로는 아프고 슬펐던 순간들 같습니다. 그 때는 너무 선연(鮮然)해서 힘들었지만, 이제는 세월이 많이 지나서 모두 마음 한 켠에 가만히 고인 추억들처럼 말이지요.
그림에 대해서 잘 알지도 못하는데, 주신 그림을 찬찬히 보노라니 참 여러 마음이 올라옵니다. 그래서 그림을 보는 건가 싶기도 하네요. 아무려나 주신 마음을 잘 간직하면서 두고두고 헤아려 보리라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권사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