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의 LP 펍 '르몽트뢰'

구시가지에 있는 세련되고 힙한 가게들

by 천생훈장

진주 구시가지에 '르몽트뢰'라는 재즈엘피 펍(Pub)이 있습니다. 아내 생일이었던 몇 주 전에 아내가 좋아하는 마카롱을 사러 시내에 나갔다가 우연히 발견한 가게입니다. 마카롱 가게가 문을 닫은 바람에 잠시 멘붕 상태로 뭘 할까 하다가 밖에서 보기에 예뻐 보여서 무작정 들어갔습니다.


‘엇 진주에 이런 힙한 가게가?’라는 느낌이 단박에 들 정도로 취향저격의 세련된 인테리어와 음향이 갖춰져 있습니다. 카운터와 얼마 되지 않는 거리에 칵테일바처럼 의자들이 놓여 있는데, 안쪽에 엄청난 사이즈로 놓여 있는 매킨토시 MC252 파워앰프와 JBL 4343 스피커에서 울리는 재즈곡들이 공간을 가득 채웁니다. 매니저 분이 두 개의 턴테이블에서 번갈아 음반을 틀어주는데, 재즈 위주의 선곡들이 마음에 와 닿습니다. 천여 장의 LP가 카운터 위 선반에 꽂혀 있고, 그 날 주로 사용하는 음반들은 트레이에 담겨서 따로 놓여 있습니다. 처음 가면 음악감상 위주의 바이니 볼륨을 줄여달라고 하지 말라는 안내문도 줍니다^^ 카운터를 바라보는 의자와 유리창에서 밖을 내다보는 의자를 합해서 십여 개가 있고, 세 사람이 둘러 앉을 수 있는 테이블이 딱 하나 있으니 아주아주 작은 가게입니다.


맥주와 위스키, 내츄럴 와인을 판매합니다. 저는 처음과 두 번째 방문 모두 위스키를 싱글로 두어 잔 마셨습니다. 혼자 살면서 취미로 위스키를 모으기 시작한 아들 덕분에 요즘 들어 위스키의 맛을 조금 알게 되었습니다. 젊을 때 마셨던 위스키는 전부 폭탄주 아니면 온더락이었는데, 그저 쓰고 독하다는 기억만 있었거든요. 엔트리급의 위스키를 싱글이나 더블로 팔고 글렌피딕 12년을 베이스로 하는 하이볼도 만들어 줍니다. 캐나디안 진저에일과 오이, 라임과 로즈마리를 같이 넣은 하이볼도 맛이 좋습니다. 가격도 부담스럽지 않아서 천천히 위스키를 마시면서 음악을 듣고 있으니 세상 편하고 좋더군요. 안주로는 치즈 모듬과 돼지고기 테린(스팸 느낌인데 맛있다고 하네요. 저는 먹어보지는 않았습니다만), 절인 올리브를 내고 기본으로 건포도와 땅콩을 줍니다. 열심히 위스키를 비우면 꽤 금액이 나오겠지만, 맥주 한 병 시켜 놓고 한참이나 음악을 듣고 있어도 눈치 주지 않는 분위기입니다. 첫 방문은 아내와 함께였고, 두 번째는 오랜만에 진주에 온 아들과 함께였습니다. 가족과 함께 이렇게 시간을 보내는 게 참 감사하더라구요.

진주의 구시가지는 이제 조금 쇠락한 느낌인데, 이 가게를 중심으로 반경 50미터 안에 세련된 일본풍의 가게들 4개가 다닥다닥 모여 있습니다. 돈까스를 파는 ‘톤오우’, 일본식 닭꼬치와 고기국수를 내는 ‘야키토리 아오이’, 로스팅룸이 분리되어 있는 커피숍인 ‘카페 Aes’ 그리고 앞서 쓴 재즈펍 ‘르몽트뢰’입니다. 이 가게들이 묘하게 서로 비슷한 분위기라 먼가 관련이 있을 듯해서 커피숍을 들렀을 때 직원분께 물어보았더니 모두 같은 사장님이 운영하는 가게라고 하네요. ‘우와 사장님 계열사 4개를 거느린 재벌’이라고 하기에는 그리 수익이 많이 날 것 같지는 않은데, 그래도 돈까스나 닭꼬치집은 젊은이들이 꽤 오는 것 같습니다. 주말 저녁에만 문을 여는 르몽트뢰는 어떨지 모르겠네요. 어쨌거나 이렇게 힙하고 취향저격인 LP바가 오래 오래 영업을 하셨으면 좋겠네라고 바래 봅니다^^


르몽트뢰3.jpg 첫 방문 때 마신 위스키. 아마 글렌피딕 12년산인 듯. 글렌케런 잔, 물, 땅콩과 건포도 섞은 안주를 기본세팅으로 줍니다. 술울 못하는 아내는 커피를 시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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앉은 자리에서 보이는 카운터 안쪽 풍경. 턴테이블 사이에 놓인 기계가 프리앰프 겸 셀렉터가 아닐까 합니다. mc252 왼쪽에 놓인 매킨토시는 시디피와 인티앰프 아니면 리시버 같은데, 자세히 살펴보지는 못했네요. 오른쪽 아래에 LP 트레이가 보입니다. 앰프 위에 보이는 자켓이 재생 중인 LP의 자켓입니다.


르몽트뢰2.jpg 두번째 방문 때 아들과 함께 시킨 위스키들^^; 오른쪽 두 잔이 아드벡과 라프로익, 왼쪽이 맥켈란, 글렌피딕 17년, 발렌타인 21년이지 싶습니다. 아래로 절인 올리브가 보이네요



야키토리아오이.jpg 야키토리 아오이의 고기국수와 닭꼬치 모듬.


카페AES.jpg 카페 AES의 주방 안쪽. 역시 매킨토시와 JBL이 세팅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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