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천생훈장 Feb 15. 2023

진입식 인사말씀

의학과 1학년에 진급하는 학생들과 나눈 이야기

사랑하는 본과 1학년 진입생 여러분, 여러분의 진급을 진심으로 축하하고 환영합니다.


하지만 여러분은 마냥 기쁘기만 하시지는 않겠지요. 무사히 예과 과정을 마친 것은 기쁜 일이지만, 본과 1학년 생활이 얼마나 힘든지는 선배들로부터 이미 질리도록 들었을테니까요. 1학년은 학습량도 많고, 이후의 본과 학년에 비해서 유급자 비율도 높은 편이라 벌써부터 스트레스가 만만하지  않으리라고 짐작합니다. 


저라고 해서 여러분의 학습 능력을 획기적으로 올려 줄 무슨 뾰족한 수가 있을 리는 없습니다만, 도움이 될 만한 몇 가지 이야기를 드리려고 합니다. 


먼저는,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일에 너무 마음을 뺏기지 않기를 바랍니다. 유급할까 봐 두렵고 걱정되는 것은 당연하지만, 걱정한다고 해서 결과가 바뀌는 것은 아니니까요. 유급 여부에 대한 걱정은 좀 미루어두고, 여러분이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십시오. 수업을 듣는 것, 시간을 정해서 공부하는 것은 여러분이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니 통제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시라는 말씀입니다. 너무 당연한 말 같지만 실제로 통제할 수 있는 일과 없는 일을 잘 구분하고, 스스로 통제 가능한 일에 집중할 줄 아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지 않습니다. 


둘째로, 정말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수업은 꼭 들으시기 바랍니다. 수업 시간 동안 전달되는 지식의 양을 여러분이 혼자서 익히려면 그 다섯 배 혹은 열 배의 시간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지금은 퇴직하신 어떤 교수님께서는 진입식 때 “수업을 다 듣고도 유급한다면 내 목을 베어가시오”라고까지 말씀하시곤 하셨답니다. 


셋째로, 힘들겠지만, 동기나 다른 이에게도 조금은 곁을 내어주면서 공부하시기 바랍니다. 세상은 경쟁이기도 하지만, 협동이기도 하지요. 브라이언 헤어라는 진화심리학자가 쓴 ‘다정한 것이 살아 남는다’라는 책도 있거니와, 협동과 연대가 삶을 풍성하게 하는 중요한 지혜임은 오히려 힘들고 팍팍한 과정 중에 더 분명하게 체험하는 법이니까요. 의사는 타인의 고통을 돌보는 사람이라, 공감과 연대의 능력은 장래에 의사로서 일하는 데도 필수적인 역량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다시 한 번 여러분의 진입을 축하합니다. 지금은 너무나 아득하게 느껴지겠지만, 지나고 나면 이 시간들도 모두 소중한 추억이 된다는 걸 경험자로서 자신있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모두의 건투를 빕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어쩌다 학장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