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장실에 놓여 있는 다섯 개의 동양란 화분 중 네 개에, 그리고 작은 석곡 화분 하나에도 꽃이 피었습니다. 동양란들은 원래 이 방에 놓여 있던 것도 있고 취임축하한다고 지인들이 보내 주신 것도 있습니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꽃이 피고 있으니 한 동안은 꽃을 볼 수 있겠습니다. 석곡은 연구실에서 기르던 것을 가지고 내려 왔습니다. 키운지 제법 오래 되었네요. 종종 꽃을 피우기는 하지만 최근 2-3년 동안은 꽃을 피우지 않았는데, 무심히 보고 있던 사이 주말 동안 꽃을 피웠습니다. 큰 란과 석곡 모두 향이 좋아서 따로이 향물(香物)을 두지 않아도 될 만합니다.
이제 학장직 맡은 지 두 주가 지났는데 시작을 축복하는 좋은 소식으로 받습니다. 꽃이야 그런 사정을 알 리 만무하지만, 해석하는 능력이 삶을 살아가는 능력이라는 말도 있지 않겠습니까.
어느새 봄이 되어 곧 이곳저곳 꽃들이 필테니, 오시며 가시며 만나게 되는 꽃소식들을 내 삶을 밝히는 좋은 소식으로 받게 되시기를 바라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