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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생훈장 Apr 01. 2023

학장실 찻자리

업무를 위한 뜻밖의 발견 

학장 업무를 하다 보면 찾아오는 사람들을 만나야 하는 일들이 제법 있다. 내가 무언가를 부탁해야 해서 만나는 경우도 있지만, 학장이나 학교에 무언가를 요구하거나 본인이 생각하기에 잘못된 일들에 대하여 항의하기 위하여 오는 경우도 없지 않은데, 그런 경우에는 말하는 이도 듣는 이도 불편하고 긴장될 수 밖에 없는 노릇이다. 그러다 자칫하면 전하려던 내용과는 상관 없이 감정이 상해서 오히려 더 안 좋은 결과가 될 수도 있기도 하고.      

평소에 차(茶)와 커피를 좋아하는 편이라, 연구실에 소박한 다구(茶具)들로 찻자리를 마련해 두고 있었는데, 그 중 일부를 학장실로 옮겨 보았다. 원래 의도는 내 혼자서 편하게 쉬거나 머리를 식히려는 것이었으나, 찾아오시는 분들을 대접하는 용도로 더 많이 쓰이게 되었다. 

마음이 분주하거나 흥분해서 오시는 경우가 없지 않다고 했는데, 일단 차를 한 잔 드시고 찬찬히 이야기를 하다 되면 생각보다 분위기가 누그러지는 경우가 많다. 다기(茶器)에 내려야 하는 차는 생각보다 시간이 걸려서 제법 한참을 기다려야 하니, 그 동안에 다시 한 번 생각도 가다듬게 되고 그러다보면 처음과는 다르게 미세하게나마 우호적인 분위기가 형성되기도 한다. 

물론 모든 만남이 다 그렇지는 못해서 서먹하게 끝나는 경우도 있지만 많은 경우에는 차가 좋은 중재자 역할을 해주는 걸 알게 되었다. 원래 의도한 바는 아니었는데, 뜻밖에 발견하게 된 찻자리의 좋은 효과이다. 

기왕 그러하다면 좀 더 본격적으로 찻자리를 만들면 좋을 터이니, 비싸지 않은 다판과 그 전부터 필요하다 싶었던 보이차용 찻잔을 새로 장만하였다.     

앞으로도 이 방에 많은 분들이 오시게 될 터인데, 지금처럼 함께 나누는 차를 통해 조금은 더 온화한 방식으로 일들이 풀려나가길 기대해 본다. 


새로 마련한 나무 옻칠 판위에 놓여 있는 새로 마련한 세 개의 찻잔입니다^^
연구실 찻자리. 좌식이라 불편해 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연구실 책장에 모여 있는 보이 생차들입니다. 
보이숙차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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