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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생훈장 May 14. 2023

느티나무 단상(斷想)

: 봄에 만난 학교 안 느티나무 이야기 

우리 경상국립대학교의 교목(校木)은 느티나무입니다. 사람들에게 친근한 나무라 교목으로 삼는 학교가 많고, 가로수나 정원목으로도 많이 심는데, 아주 크게 아주 오래 자라는 나무로 잘 자라면 천년이 넘게 산다고 하네요. 장미목 느릅나무과에 속하고 자연스럽게 자라면 매우 원만한 원형이 된답니다.

시골 동네에 가면 마을 앞에 크게 자란 느티나무를 흔하게 볼 수 있어서 정자(亭子)나무라고도 하는데, 느티나무가 대부분이기는 하지만 팽나무나 서나무가 정자나무인 경우도 많다고 합니다. 작년에 방영되어서 크게 화제가 되었던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한 회에는 창원시 의창구 대산면 북부리 동부마을 뒤편 언덕에 있는 큰 정자나무가 거의 주연급으로 출연했는데, 이 나무가 팽나무입니다.      


명색이 교목이니만큼, 제가 근무하는 의과대학 캠퍼스에도 학교를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주도로를 따라서 느티나무들을 가로수 삼아 나란하게 심어 놓았고, 그중 어떤 나무들은 제법 크게 자라서 보기에 흐뭇합니다. 둥치가 튼실하고 거기서 자라 나온 여러 개의 굵은 줄기가 조화롭게 뻗어 올라간 느티나무를 보는 일은 아름다운데, 특히 이 시기에 무성해지는 녹색의 느티나무 잎들이 바람에 흔들리면서 내는 소리와 모양을 듣고 보는 일은 마음을 고요하게 합니다.      

봄이 지나고 여름이 오면 나무에 매미들이 붙어서 우는데 꽤 시끄럽기는 하지만 계절의 정취를 더하는 일이고, 낙엽이 지는 가을을 지나면 잎을 모두 떨어뜨리고 우듬지를 드러낸 채 정직하게 겨울을 맞는 느티나무를 또한 만나게 됩니다. 계절을 따라 제 할 일을 하면서 오랫동안 자리를 지키는 나무들을 보면, 우리가 형편없이 어질러 놓는 이 행성을 정화하고 보전하는 건 저 나무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이제 나이가 들어서인가 나무들이 다 좋아지는 데다 제대로 보면 아름답지 않은 나무가 없다고 생각하지만, 오늘은 그 중에 하필 느티나무가 눈과 마음에 들어와서 써 봅니다. 


남쪽 정문을 향해 양쪽으로 심어진 느티나무들
근무하는 건물 앞의 느티나무. 뒤쪽으로 보이는 건물이 제 연구실과 학장실이 있는 의학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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