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의 수고로움에 대해 생각해 보다.
잼을 만들 때는 포도나 딸기처럼 당도가 높고 살이 무른 과일로 하는 게 대부분이라 자두로 잼을 만드는 경우는 많지 않다. 자두는 과육이 단단하고 신맛이 제법 있을 때 먹는 과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두도 충분히 익히면 황도 복숭아처럼 껍질이 부드럽게 벗겨지고 과육은 물러져서 신맛이 거의 없어진 채 단맛만 남게 된다.
나도 그런 줄 모르고 있었는데 몇년 전부터 자두 농사를 짓는 손아래 동서가 상품으로 내기에는 너무 익어버린, 하지만 여전히 맛은 좋은 자두를 제법 많은 양 주면서 알게 되었다.
그냥 먹기에는 양이 너무 많은 데다 하루 이틀만 시간이 지나도 금방 상해버려서 작년부터 자두잼을 만들어 보게 되었고, 올해도 그리 하기로 하였다.
잘 익은 자두를 깨끗하게 씻어서 손으로 껍질을 벗기면 백도나 황도처럼 얇고 편하게 껍질이 벗겨진다. 껍질을 벗긴 자두를 솥에 넣어 뭉근하게 끓이면 과육이 녹아 내리면서 묽은 죽처럼 되는데 이 상태에서 씨를 건져내고 나서 설탕을 적당히 넣고 졸이면 되니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다.
신맛이 좀 더 나기를 원하면 껍질을 벗기지 않은 자두를 함께 넣거나 벗겨 놓은 껍질을 넣으면 되고 레몬즙을 사용해도 나쁘지 않다. 잘 익은 자두는 당도가 높아서 생각보다 설탕을 많이 넣지 않아도 된다.
자두는 몇 주 밖에 안 되는 짦은 시기 동안 수확과 판매를 해야 하고 그 시기를 놓쳐버리면 너무 농익어서 팔 수 없게 되는 과일이라는 걸 동서의 농사를 통해서 알게 되었다. 직접 농사를 짓거나 가까운 사람이 농사를 지으면 농산물이 얼마나 손이 많이 가는지, 상대적으로 얼마나 싼 값에 팔리는지를 알게 된다는 데 역시 그렇다는 생각이 든다. 수고를 많이 하지만 해마다 저렇게 남아버리는 자두를 보면서 알게 되는 사실이다.
아무튼 한동안은 달콤하고 향기로운 자두잼을 바른 토스트를 먹을 수 있게 되어서 고맙고 흐뭇한, 그리고 한편으로는 안타까운 마음에 써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