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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생훈장 Aug 14. 2023

허블 망원경 이야기

다큐멘터리 영화 '아이맥스 허블 3D'

*3년 전 오늘 썼던 글을 페북과 밴드가 알려줍니다. 브런치스토리에는 올리지 않아서 새삼 올려봅니다. 종교적인 이야기도 있는데, 감안하시고 읽어주시리라 믿고 양해를 구합니다^^; 


넷플릭스에서 제공하는 ‘아이맥스 허블 3D’ 다큐멘터리 영화를 보았습니다. 2010년에 제작되었고 우리나에서는 2011년에 개봉했었다니 제법 오래 되었네요. 원래 나레이션을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맡았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안철수 씨가 나레이션을 했다는군요(안철수 씨가 이런 일이나 계속하셨더라면 더 좋았을 거 같다는 건 저만의 생각일까요^^;;).


안타깝게도, 그리고 당연하게도 아이맥스와 3D로 보지는 못했습니다만, 프로젝터와 멀티채널 오디오 장비를 동원할 수 있어서 비교적 나쁘지 않은 조건으로 보았습니다. 2009년에 다섯 번째이자 마지막으로 허블 망원경을 수리하러 간 우주인들의 이야기와, 허블 망원경이 촬영한 우주에 대한 이야기들로 이루어진 43분짜리 비교적 길지 않은 다큐멘터리 영화입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경외감을 느끼기에 충분했습니다. 흔히들 천문학적인 숫자라고 말하지만, 그 말로도 다 설명할 수는 없는, 우리의 인식 수준을 압도적으로 넘어서는 우주의 광대함과 신비함이랄까요. 그러면서 그 광대한 우주를 건너서 우리에게 오신(사실 그게 꼭 물리적인 건 아니겠습니다만^^;;) 하나님의 사랑과 섭리가 함께 느껴져서 감동이 되었습니다. 영화를 보고 난 뒤 찾아 본 인터넷에도 허블 망원경이 찍은 다양한 우주 사진과 동영상들이 있는데, 특히 Huble UDF/XDF(Ultra Deep Field/Extreme Deep Field) 이야기와 영상, 사진들은 우주와 하나님에 대해서 묵상하는데 많은 영감을 주었습니다.



그리고 오늘 아침에 에베소서를 읽게 되었습니다.


“서로 친절히 대하며, 불쌍히 여기며, 하나님께서 그리스도 안에서 여러분을 용서하신 것 같이 서로 용서하십시오(에베소서 4:32)”


이번 주까지 구약의 역사서들을 읽어 오고 있습니다. 사사기까지 읽었는데, 읽기가 참 쉽지 않습니다. 그 책들에도 많은 묵상과 교훈들이 있기는 하지만, 거룩한 진멸이라는 이름으로 행해지는 정복과 살육의 이야기들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책들이니까요.


그러다가 오늘 에베소서를 읽으면서 문득 깨닫게 됩니다. 구약과 신약의 약속 구조가 정반대라는 걸요. 구약에서 반복되는 명령과 약속의 구조는, ‘너희가 계명을 지키면 복을 주겠다. 하나님을 따르면 복을 받을 것이다. 내 계명을 버리고 나를 떠나면 화를 입을 것이다’의 형태를 갖고 있습니다. 인간이 무엇을 하면 혹은 하지 않으면 그 댓가로 복 또는 화를 받는 것이지요. 그러니까 하나님이 내리는 복 혹은 화는 인간의 행위라는 조건에 달린 것입니다.


하지만, 신약의 약속 혹은 권면은 앞서 쓴 에베소서 4장 32절처럼 ‘하나님께서 사랑하셨으니 너희도 사랑하여라. 하나님께서 용서하셨으니 너희도 용서하여라.’입니다. 우리가 누군가를 사랑하고 용서할 수 있다면, 그것은 이미 하나님께서 그렇게 하셨고, 우리가 그 사랑과 용서를 경험하고 받아들였기 때문입니다. 선과 후의 완벽한 전복입니다.


계명을 지키는 것이 구약의 절대적인 요청이라면, 그리스도를 통하여 완전하게 드러난 하나님의 사랑을 깨닫는 것이 신약의 절대적인 요청이 아닐까요. 그러니 아무 조건 없는 그 분의 사랑으로 들어오라고, 돈 없이 값없이 와서 포도주와 젖을 사라고(이 구절은 이사야 55장 1절로 구약에 나오는 내용인데, 왜 이사야서가 메시아의 예표가 되는지를 알 것도 같게 해주는 구절이라고 하겠습니다) 하시는 요청을 끊임없이 기억하고 그 경험한 사랑대로 사는 것, 그것이 복음의 고갱이가 아니겠습니까.


의식혁명의 저자인 데이비드 호킨스의 박사의 표현을 빌자면 구약의 의식수준이 두려움과 분노(100-150사이)라면 신약의 의식 수준은 사랑-깨달음(500-1000)이라고 하겠습니다. 그래서 구약은 신약의 빛을 비추면서 읽어야 한다는 말씀들도 하시는 것 같습니다(호킨스의 의식수준 분류에서는 200 수준인 긍정이 아주 중요한 분기점이 됩니다. 의식 수준 이야기는 그것만으로도 수많은 내용이 있으므로 여기서는 요기까지만 이야기하는 걸로^^).


하나님께서는 우리를 사랑과 깨달음의 수준으로 오라고 부르시는데, 왜 우리는 자꾸 두려움과 분노의 수준으로 도망가는지 알 것도 같고 모를 것도 같습니다. 그저 오늘 하루 기쁘게 살려고 애쓰는 수 밖에 없는 거지요. 아니 사실은 이미 기쁜 존재이니 애쓰는 걸 내려놓는 게 먼저일 지도 모르겠네요. 어제 허블 망원경 다큐멘터리를 보고 오늘 에베소서를 읽으면서 든 뜬금 없는 생각들입니다.


* 사진은 NASA 홈페이지에서 가져온 HXDF입니다. 최초의 UDF사진에 찍힌 부분은 보름달 넓이의 1/10로, 천구 전체의 2500만 분의 1밖에 되지 않는 매우 좁은 영역이랍니다. 육안이나 그 전의 망원경으로는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천구의 가장 어두운 부분이었다구요. 그런데 그 안에서 최소 10,000개의 은하가 발견되었다네요.



이 사진은 최초 UDF의 약 80% 정도 넓이이고, 5,500개 정도의 은하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가장 어두운 은하는 인간이 눈으로 볼 수 있는 밝기의 백억분의 일이고, 가장 오래된 은하는 132억년전에 만들어진, 그러니까 빅뱅으로부터 겨우 4억 5천만년이 지난 후에 만들어진 거라는군요!!


https://www.nasa.gov/mission_pages/hubble/science/xdf.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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