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러러볼수록 높아만 지네

by 또다시

몇 년 전 홍성의 모 중학교 학생이 SNS에 올린 사진이 이슈가 되었다. 수업하는 선생님 옆에서 누워, 휴대폰으로 선생님을 영상으로 찍고 있는 장면이었다. 다른 학생들은 킥킥거리며 간접적인 동조를 하고 있었다. 이 사건 말고도 교사 인권이 침해당하는 경우는 많이 있었고, 기사로 읽을 수 있었다. 독자는 잘못된 세상을 개탄스러워하지만, 사건은 곧 잊히곤 했다. 교직 사회에서 교사는 자신을 가장 힘없는 존재라고 한다. 학부모와 학생의 눈치를 봐야 하며, 관리자(교감, 교장)는 오히려 모든 잘못을 교사의 탓으로 돌리기 때문이다. 교사 또한 스스로를 능력 없는 존재로 하대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3월이 되면 교사는 일 년 학급운영을 계획한다. 우리 반 아이들이 학력과 인성 면에서 훌륭한 성장을 이루도록 교사의 노하우와 개성이 담긴, 학급 특성을 발휘할 수 있는 계획서이다. 성공적인 학급운영은 교사-학생-학부모 삼박자가 맞아야 한다. 그런데 교사의 소신은 학부모의 민원 전화 한 통에 와르르 무너진다. ‘아이가 선생님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다’, ‘학원 숙제가 많아서 학교 숙제는 할 수 없다’ 등. 몇 학부모의 민원이지만 교사의 상처는 온 마음으로 번진다. 교장 선생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신 적이 있다. “선생님, 열정을 내려놓으세요. 열정이 많으면 민원 들어오고 선생님만 다칩니다.”


참된 교사는 지식만 전달하는 사람이 아니다. 학생의 바른 인성 함양까지 교육할 책임이 있다. 물질은 풍요로워졌지만, 시간은 부족하고 더 바쁜 세상이 되었다. 가정의 밥상머리 교육은 사라진 지 오래다. 학교의 인성교육 역할이 커졌지만, 학부모와 사회는 학교를 신뢰하지 않는다. 분위기가 이러하니 학생 또한 학교는 공부하는 곳이 아니라, 친구들과 놀다 가는 곳이라 여긴다. 오늘은 어떤 재밌는 일이 학교에서 펼쳐질까 호기심을 가지고 등교하는 아이들이 많다. 학교는 노는 곳이 아니라고 하면 “학교 끝나고 학원 가야 해서 놀 시간이 없어요. 놀 곳은 학교뿐이에요.”라고 말한다. 공부 시간엔 맘껏 잡담하면서, 조금이라도 늦게 쉬는 시간을 주면 따지듯 달려드는 학생들이다. 좋은 약은 입에 쓰다. 요즘 아이들은 쓰면 뱉고 성을 낸다.


교사는 자신의 언행에 혹독한 검열을 하며 괴로워한다. ‘아, 내가 방금 이런 말을 했는데 **이가 상처받았으면 어떡하지?’, ‘아, 그 말을 괜히 했다. 학부모한테 민원 들어올 거야.’ 등. 교사는 일거수일투족을 되돌아보며, 자신을 탓하고 후회하느라 많은 에너지를 소모한다. 정신적으로 점점 약해지고 학생들 앞에 설 자신이 없어진다. 학부모나 학생에게 호되게 당한 교사는 트라우마에 시달린다. 잠을 이루지 못하고 학생 앞에 서면 가슴이 떨린다. 그들을 똑바로 쳐다보지 못한다. 신경정신과 치료는 필수요소이다. 정신적인 병은 마음으로 이어져, 급기야 학생과 학부모에게 마음을 닫는다. 이 병은 긴 시간이 지나거나, 너그러운 학생과 학부모를 만날 때라야 치료될 수 있다.


우리 교육은 강압적인 수업 분위기, 비교육적 체벌, 학생 인권침해, 촌지수수 등 부끄러운 행적을 많이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학생인권조례, 김영란법 시행 등으로 오늘 교육 현장은 예전 교실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정직하고 청렴해졌다. 교직을 천직으로 여기며, ‘새 포도주를 새 부대에 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선량한 교사의 노고를 기특하게 생각해 주시기를 바란다. “스승의 은혜는 우러러볼수록 높아만 지네.”(‘스승의 은혜’ 노랫말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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