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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월리 Apr 15. 2019

13명의 직원, 1조 원의 가치

직원 13명에 창업한 지 2년이 되도록 매출이 0원인 회사가 있습니다. 여러분에게 이 회사를 인수할 기회가 있다면 얼마에 인수를 제안할 것인가요? 1억? 10억? 아니 어쩌면 인수를 거절할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2012년 직원 13명의 창업한 지 2년 된 이 회사를 인수하고 싶은 사람이 나타납니다. 그가 제안한 금액은 11억 달러 우리 돈으로 약 1조 2천억 원입니다.


도대체 무엇을 만드는 회사인데! 


1983년생인 케빈 시스트롬(Kevin Systrom)은 어렸을 때부터 사진광이었습니다. 스탠퍼드대학 3학년 때 이탈리아 피렌체로 건너가 사진을 공부했을 정도로 사진에 대해 관심이 높은 사람이었습니다. 케빈 시스트롬은 대학교 재학 시절 사교클럽 회원들이 대용량의 파티 사진을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서비스인 "포토박스(Photobox)"를 만들어 시장에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이후 케빈은 2010년에 사진을 공유할 수 있는 앱을 내놓게 되었습니다. 바로 "인스타그램(Instagram)"입니다.


제정신이겠죠?


페이스북은 아니 '마크 주커버그는' 2012년 직원 13명의 2년 차 스타트업을 1조 원이 넘는 돈을 들여 인스타그램을 인수하기로 결정합니다. 시장에서는 수익모델이 전혀 없는 서비스를 거금을 들여 인수한다며 인스타그램 인수를 돈 많은 억만장자의 호기로운 인수다라고 평가했습니다. 페이스북은 혼자서 결정하고 실행하는 회사가 아닙니다. M&A를 할 때에는 인수 금액 이상의 가치가 있다고 설득을 해야 하는데 이러한 상황을 고려하면 돌이켜봐도 감히 상상하기도 어려운 배팅임에 틀림 없습니다.


만약 여러분이 페이스북의 임원 중 한 명이라면 13명이 근무하고 있는 매출이 0원인 회사를 1조를 들여 인수한다고 했을 때 어떻게 대답할 것인가요?  아마 "1조 원의 비용을 투입해 인스타그램 보다 더 멋진 앱을 만들면 되지 않는가"라고 말하는 것이 합리적인 질문일 것입니다.


인스타그램 인수 결정에는 페이스북을 얼만큼 성장시킬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이 있었고, 인스타그램이 그 물음에 대한 답이라는 미래 비전에 대한 공감대가 있었을 것입니다. 어쨌든 트위터가 제시한 금액의 2배가 넘는 비용을 들여 인수를 제안했을 때 사람들은 마크 주커버그를 제정신이 아닌 사람으로 평가했을 것입니다.

 

1조 회사에서 기업가치 110조 회사로


'18년 8월 인스타그램의 월 사용자가 10억 명을 돌파하며, 유튜브를 겨냥한 동영상 공유 앱 IGTV를 론칭한 인스타그램의 기업가치를 블룸버그 인텔리전스는 1,000억 달러 약 111조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습니다. 2012년 페이스북이 1조 원에 인수했을 당시보다 딱 100배가 성장한 것입니다.


Active User 10억명 달성!


물론 페이스북이 인스타그램을 인수할 당시 10억짜리 회사를 1조 원에 산다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페이스북에 인수되기 직전, 인스타그램은 여러 IT 공룡들이 탐내고 있었습니다. 당시 인스타그램의 가치는 약 5억 달러(5천억 원) 수준이었으며, 트위터가 5억 달러에 인수를 제안했었습니다.


창업 2년 차 매출이 0원이 회사가 5천억 원의 평가를 받았던 이유는 바로 '사용자'에 있었습니다. 당시 인스타그램은 애플 앱스토에서만 다운로드할 수 있었는데도 사용자가 3,000만 명 이상으로 불어났을 시기입니다. 단 2년 만에 거둬드린 성과입니다. 결국 페이스북은 인스타그램의 '사용자' 증가에 배팅을 한 것이고, 이것이 6년 만인 2018년 100배의 가치로 되돌아온 것입니다.


인스타그램은 출시 후 약 3주 만에 30만의 다운로드를 일으키며 실리콘밸리에서 일약 스타덤에 오르게 됩니다. 그리고 유명 연예인인 우리의 영원한 Baby 저스틴 비버가 인스타그램을 사용하기 시작한 것이 알려지며 서비스 확장의 기폭제가 되었습니다. 저스틴 비버의 첫 사진 업로드를 계기로 대중들의 폭발적인 관심을 받기 시작한 인스타그램은 서비스를 시작한 지 1년도 채 되기 전에 1,000만 명이 넘는 이용자를 확보할 수 있었으며, 2014년에는 양대 SNS로 꼽히던 트위터의 이용자 수를 넘어서게 되었습니다.


저스틴 비버♥


사실 인스타그램이 페이스북에 인수되기 1년 전인 2011년 인스타그램 창업자 캐빈 시스트롬은 페이스북의 인수 제의를 이미 한차례 받았었습니다. 하지만 당시 캐빈 시스트룸은 당장 회사를 매각하기보다 서비스 확장에 주력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며 제안을 거절했습니다. 그리고 1년이 지난 2012년 페이스북은 다시 한번 인사 트램의 인수를 의사를 타진하고 캐빈 시스트롬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인수를 제안했습니다. 그로부터 48시간 만에 페이스북의 인스타그램 인수 제안을 받아들이게 됩니다.


페이스북은 인스타그램이 그리는 어떤 미래를 보았을까?


시장에는 트위터를 포함한 많은 SNS가 있었지만, 텍스트 기반의 SNS 시장을 장악한 것은 단연 페이스북이었습니다. 페이스북이 단기간에 전 세계 SNS 시장을 장악할 수 있었던 이유는 서비스를 섣불리 확대하지 않고 '텍스트' 본질에 집중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페이스북은 텍스트 기반 SNS의 다음이 '이미지'라는 것을 알았을 것입니다. 


이때, 페이스북이 취할 수 있는 선택에는 두 가지가 있었을 것입니다. 첫째는 이미지 기반의 SNS를 직접 개발하는 것이고, 둘째는 이미지 기반의 SNS 업체를 인수하는 것입니다. 페이스북이 이미지 기반의 SNS를 직접 하는 방법을 좀 더 살펴보면 페이스북에 '이미지' 공유 영역을 강화하는 방법과 이미지 기반 버전의 페이스북을 새롭게 개발하여 출시하는 방법이 있었을 것입니다.


아마 페이스북에 '이미지' 공유 영역을 강화하는 방법이 가장 쉬운 선택지였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경우 텍스트 기반의 SNS 본질이 흐려질 우려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정답은 하나로 귀결됩니다. 1조 원이라는 금액을 투자할 만큼 이미지 기반 SNS의 중요성을 알았다면 이미지 기반 SNS 버전인 페이스북을 직접 만들면 되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페이스북은 왜? 직접 만들지 않고 '인수'를 결정했던 것일까요?


페이스북의 성공 공식

페이스북이 인스타그램을 1조 원이라는 큰돈을 주고 인수했음에도 불구하고 페이스북은 인스타그램을 통해 아무런 수익 활동을 시작하지 않고 이용자 규모를 늘리는 데에만 집중했습니다. 페이스북이 시장에서 트위터 마이스페이스와의 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가장 중요한 원인은 바로 '이용자 규모' 였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연도별 페이스북 이용자 수


그렇게 인스타그램의 이용자를 적극적으로 늘린 결과 2016년 여름 무려 5억 명의 사용자를 확보하며 폭발적으로 성장했습니다. SNS 서비스의 성공 공식은 누가 얼마나 좋은 서비스를 선보이냐 보다 얼마나 더 빠르게 성장하느냐 (얼마나 많은 사용자를 빠르게 확보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결국 페이스북이 시장에 새로운 서비스를 내놓더라도 기존에 시장을 장악하고 있던 타 서비스를 압도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고, 인스타그램은 이용자를 늘리기 위한 페이스북의 집중적 투자에 힘입어 이미지 기반의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시장을 평정하게 됩니다.


인스타그램 인수에서 우리가 배울점은


2011년 매출이 0원이었던 인스타그램은 2015년 말 약 44억 달러의 광고 매출을 기록했으며, 2019년 10조 원 이상의 광고 매출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결국 마크 저커버그의 판단이 옳았다는 것을 증명하게 된 셈입니다. 마크 주커버그 CEO의 통찰력은 급변하는 경영 환경의 변화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에 대한 좋은 사례가 될 수 있습니다. 


인스타그램 광고 (예시)


페이스북이 인스타그램을 인수할 수 있었던 또 다른 이유 중 하나는 바로 '현금'입니다. 마크 주커버그는 인스타그램을 인수할 당시 약 3천억 원의 현금과 인수 후에도 상당 부분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큰 그림을 제안했으며, 이 부분이 시스트롬을 설득하는 주요한 원인으로 작용됐습니다. 페이스북이 이러한 결정을 내릴 수 있었던 이유는 마크 주커버그는 '상속자가 아닌 창업자'이기 때문입니다.


국내 30대 부호 중 창업자는 6명인 반면, 미국은 이미 10대 부호 중 6명이 창업자로 이들은 새로운 도전을 통해 끊임없이 미래의 먹거리를 찾으며 미래에 배팅을 합니다. 반면 우리나라는 대부분이 상속자들로 이미 검증된 사업 모델을 뒤따라 가거나 기존의 사업을 유지 확장시키는 방법으로 미래를 준비하는 것입니다. (이 내용은 아래 글에서 자세히 확인할 수 있습니다)





페이스북의 인스타그램 인수를 되돌아보며 우리는 통찰력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통찰력은 무엇일까요? 통찰력은 미래를 예측하는 능력이 결코 아닙니다. 통찰력은 바로 현재의 흐름에서 변화의 본질을 파악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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