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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월리 Jun 04. 2019

흑역사도 브랜딩이 되는 시대

요즘 버거킹을 가게 되면 절로 흥얼거리게 되는 말이 있습니다.


4딸라

지난 1월 버거킹이 새로운 영상 광고를 게재하자마자 소비자의 반응은 뜨거웠습니다. 영상 속에 나오는 사람은 바로 배우 김영철씨 였습니다. 김영철씨의 나이는 67세입니다. 얼핏 보아도 젊은 세대를 타겟으로하는 햄버거의 브랜드 이미지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캐스팅입니다. 더욱이 롯데리아도 KFC도 아닌 버거킹이라니요,



한국에 진출한 지 35년이 된 버거킹은 그동안 주인이 세 번이나 바뀌었습니다. 국내에서는 두산이 운영을 하다 2012년 보고펀드 (현 VIG 파트너스)가 인수를 하며 버거컹의 제2의 전성기를 만들었고, 현재는 사모펀드 어피니티로 매각되었습니다. 2000년대 내내 침체기를 맞이했던 버거킹은 지난해 사상 처음 매출 4,000억 원을 넘어셨으며, 매장 수는 3년 전인 271개에서 지난해 340개로 증가했습니다.



버거킹의 성장을 이끈 데에는 고급화 전략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맘스터치, 맥도날드, 롯데리아와 경쟁하기 위해서는 프리미엄 버거 이미지를 살리면서 고객들을 후킹할 수 있는 저가 메뉴가 필요했습니다. 그리고 기존보다 싼 가격(4900원)에 세트 메뉴를 즐길 수 있는 메뉴를 출시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소비자들은 버거킹의 이러한 가격전략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또한 이미 맥도날드와 롯데리아가  영상 광고 속에 가격을 노출하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었기 때문에 버거킹은 이러한 전략으로는 소비자에게 어필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았을 것입니다. 버거킹은 저렴한 가격과 프리미엄 이미지를 모두 잡기 위해 4$ 라는 표현을 사용했으며, 4$ 짤로 익숙한 김영철씨를 모델로 내세우며 단순하고도 재밌는 소재로 소비자의 입에 오르내리기 시작했습니다. 게다가 기가막힌 환율 상승 버프를 만나 실제 4$가 4,900원이 되는 기적을 토해내며, 지금까지 600만 개의 판매가 되는 성공적인 마케팅이 된 것입니다.


오늘은 버거킹의 마케팅 전략에 대해 말하고자 하는 것은 아닙니다.^^:  오늘 말하고자 하는 것은 지금부터 17년 전에 방영했던 드라마의 짤이 개인브랜드화가 되는 현상에 대해서 얘기해보고자 합니다.


지우고 싶은 과거, 흑역사?


드라마 야인시대는 총 124부작으로 제작되어 2002년 7월부터 2003년 9월까지 방영되었던 김두한의 일대기를 그린 대하드라마입니다. 무려 지금으로부터 17년 전인 2002년 월드컵 때 방영했던 드라마로 '80년대 생에게는 익숙하지만, '90~'20년대 생에게는 분명 생소한 드라마입니다.


이처럼 한 번도 보지도 듣지도 못했던 드라마의 대사에 2030이 공감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짤'에 있었습니다. 짤은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저 연예인들에게 기억하기 싫은 추억?과 같은 것이었습니다.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었습니다. 대학교 OT 때 술에 취해 다음날 일어나 보니 제 입에 오징어 땅콩이 물려 있고 얼굴에는 여의주라고 쓰여 있더라고요, 그 사진이 지금까지 돌고 있는데, 이후로는 오땅은 안 먹고 있습니다.

OT 이후로 먹지 않는 오땅

짤은 단기적으로는 당사자에게 아픈 부분 일수도 있으나, 주로 온라인상에서 희화화되어 사용된다는 특징이 있어 장기적으로 사용자로 하여금 친근함과 묘한 유대감을 만들어 준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제 짤 폴더에는 김영철씨의 '4딸라' 외에도 태조왕건에서의 '누가 기침 소리를 내었는가'도 저장되어 있는데요, 사실 저도 태조왕건은 한 번도 본 적이 없습니다.



아래의 사진을 보면 비단 저에게만 해당하는 일은 아닌거 같습니다. ㅋㅋㅋㅋㅋㅋ 200화까지 확인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하네요 ㅋㅋㅋ

네이버 지식인 캡쳐


흑역사도 브랜딩이 되는 시대


한동안 커뮤니티를 휩쓸었던 레전드급 짤이 있습니다. 방송인 신봉선씨가 복면가왕 패널로 열심히 활약하는 와중에 복면가왕 양동근 편에서 찍힌 미스테리한 사진인데요, 상상도 못 할 각도로 찍힌 이름바 '상상도 못한 정체' 입니다. 다들 한 번쯤은 보신 적 있으시죠? ㅎㅎ


상상도 못한 정체


해당 방송 이후, 이 한 장의 사진은 무수히 많은 커뮤니티에 급속도로 퍼지게 되었고, 이로 인해 신봉선씨의 Talk value는 높아지게 되었습니다. 당췌 어떻게 저 자세가 나온 건지 이해할 수 없지만, 유저들은 짤을 사용하며 즐거워했고 그것은 신봉선씨의 호감도와 화제성으로 순환되었습니다.

 

그리고 지난 3월 GS25 측은 공식 유튜브를 통해 독특한 콘셉트의 화이트데이 상품 광고를 내놓았습니다. 영상에 등장한 이는 다름 아닌 신봉선씨로 '상상도 못한 정체'를 재현하는 것이 전부였습니다.



촬영은 포츠를 취하자마자 오케이 컷! ㅋㅋㅋ 5초 만에 끝나서 당황했다고 하네요 ㅋㅋㅋ


Talk Value가 커질수록 개인브랜드화 된다


현시대의 브랜드가치는 소비자의 입에 얼마나 오르고 내리느냐로 가늠할 수 있습니다. 아무리 좋은 제품 서비스라 할지라도 우리들의 일상에서 언급되지 않는다면 그것은 곧 소비자에게 외면받은 제품 서비스일 것입니다. 영상 플랫폼의 시대에서 5초 광고도 길다고 느껴지는 소비자들을 사로 잡기 위해서는 '화제성'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Talk value는 개인브랜드에 필수적인 요소이며, '짤'은 Talk value를 생산하기에 최적의 아이템인 것입니다.


브랜드가 만들어지면 가격이 형성된다


우리는 기본적으로 낯선 것에 대한 반감을 갖고 있습니다. 그리고 '짤'은 낯선 것을 익숙한 것으로 만들어 주는 효과가 분명히 있습니다. 익숙함은 곧 개인브랜드가 되며, 이렇게 형성된 개인브랜드에는 가치가 형성됩니다.


연예인들이 '짤'로써 대중에게 인식이 되었다면, 나는 어떠한 것으로 주변 사람들에게 인식되고 있는지 고민해볼 때입니다.




다음 주인공은 누구일까요? 혹시.....?


유튜브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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